【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레저 생활을 별로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일상인 등산조차 하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레저를 즐긴다는 것은 사치라고 할 수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를 돌파한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레저를 즐기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은 거의 광적으로 즐긴다고 해도 좋다. 대표적인 레저가 바로 캠핑이 아닌가 싶다. 어느 정도인지는 중국의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쇼핑 앱 샤오훙수(小紅書)에 뜨는 캠핑 관련 콘텐츠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올해 12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배 가까이나 늘어났다. 캠핑을 즐기는 인구 역시 이 영향으로 폭발적으로 증가, 무려 4억여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샤오훙수가 자랑하는 입소문 마케팅의 영향력을 잘 말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모든 유행은 샤오훙수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상하이에 소재한 샤오훙수 본사 전경./제공=샤오훙수 홈페이지.

샤오훙수는 2013년 상하이(上海)에서 해외직구 가이드 앱으로 출범했다. 이후 쾌속 발전을 거듭, 패션과 뷰티부터 음식 및 여행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는 중국인의 생활 콘텐츠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

지금은 이용자들이 숏클립(짧은 동영상) 및 미드클립(중간 길이 동영상) 정도를 올리는 것은 아예 기본이 돼 있다. 라이브 방송 역시 가능하다. 당연히 이용자들은 일상생활을 거리낌 없이 사진과 영상으로 올려 공유한다.

샤오훙수의 위력은 빠르게 늘어나는 이용자들의 수에서도 파악이 가능하다. 12월 중순 기준 하루 활성 이용자가 50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의 경우는 1억5000만 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주링허우(九零後. 지난 세기 90년대 출생자)인 자오잉링(趙英玲) 씨는 “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샤오훙수를 이용한다. 당초 도시 중산층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했으나 지금은 남성 이용자도 많다고 한다. 아마도 이용자 남녀 비율이 7:3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내 남자 친구도 이용한다. 하루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해도 좋다."면서 샤오훙수의 막강한 현재 위상을 설명했다.

샤오훙수가 창업 이후 줄곧 내세우고 있는 모토는 상당히 특이하다. “나의 생활을 기록하라!”이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모토에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다른 면도 있다. 플랫폼을 통해 직접 제품 구매도 가능한 것이 차이가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전자상거래에 조금 더 특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샤오훙수 이용자는 주링허우와 2000년대에 출생한 링링허우(零零後) 등의 Z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거의 전체 이용자의 70%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면서 자라온 세대에 속한다. 이들에게 따라서 SNS 공간은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을 쓰는 장(場)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들은 커뮤니티에서 화장품을 비롯해 먹거리, 패션, 스포츠, 건강, 취미생활 등 일상의 자질구레한 것들을 공유하고 추천한다. 관련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샤오훙수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다른 SNS 플랫폼보다 훨씬 높은 것은 다 충분한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샤오훙수의 가치는 몸값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무려 1200억 위안(元. 22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18년 6월의 200억 위안에 비해 무려 6배나 뛴 것이다. 앞으로는 더 뛸 수밖에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년 내에 5000억 위안을 넘어설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샤오훙수의 직원들. 업계 최고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샤오훙수 홈페이지.

이처럼 밝은 전망은 투자자들이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텅쉰(騰訊. 텐센트)과 알리바바 등의 인터넷 공룡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의 ICT(정보통신기술) 평론가인 저우잉(周穎)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샤오훙수는 현재 상황에서도 데카콘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투자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설사 필요하더라도 텅쉰과 알리바바 등의 지원을 받으면 된다.”

현재 아무리 잘 나가더라도 고민이 없는 기업은 없다. 샤오훙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샤오훙수에서 인기를 얻은 브랜드들의 매출이 알리바바나 징둥(京東)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가장 대표적인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용자들의 충성도와 엄청난 트래픽에 합당한 수준으로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치명적 약점이라는 얘기가 된다.

짝퉁 기업들의 속속 출몰과 벤치마킹이라는 미명 하에 마구잡이로 사업을 베껴가는 경쟁업체들의 존재 역시 샤오훙수의 고민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중국판 틱톡으로 유명한 더우인(抖音)의 최근 행보를 보면 현실을 잘 알 수 있다. 올해 초에 샤오훙수를 벤치마킹하는 부서를 설립하면서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한 바 있다. 만약 더우인의 계획이 성공을 거두게 될 경우 샤오훙수는 향후 상당수의 이용자들을 잃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샤오훙수의 미래는 상당히 낙관적으로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향후 전자상거래에 보다 더 특화된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알리바바와 징둥과 치열하게 경쟁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것을 보면 분명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지 않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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