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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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지난 회에서 FA 선수들을 언급하면서 ‘정보비대칭성’, ‘주인-대리인 문제’ 등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용어들 중 매우 중요한 용어를 오늘 하나 더 언급하고자 하는데 바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다.

도덕적 해이는 감추어진 행동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정보를 가진 측을 정보를 갖지 못한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정보비대칭성을 가지고 정의하므로 당연히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나타나지만 감춰진 행동이 문제가 되는 모든 상황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어떤 식품기업이 국내산 좋은 재료로 식품을 만든다고 해놓고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소비자들 몰래 중국산 재료를 써서 식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경우에도 우리는 보통 ‘도덕적 해이’라고 부른다.

주인-대리인 같은 계약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들어오는 재료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기에 정보를 모르는 소비자들에게는 식품재료를 바꿔치기하는 ‘기업의 감춰진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 때도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 ‘도덕적 해이’는 기업이나 정부가 알면서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밀어붙여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때 범용적으로 쓰여진다.

서두에 말했듯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도덕적 해이'라는 개념은 주인-대리인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이 범용한 기업 문제로 불리우는 것은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케네스 애로(Kenneth J Arrow)조차도 이러한 점을 우려해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d)라는 단어 대신 숨겨진 행동(hidden ac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하기도 하였다.

스포츠와 행동경제학을 얘기하면서 왜 이렇게 장황하게 도덕적 해이를 늘어 놓는가?

우리는 FA 선수들을 영입한 경우, 그에 대해 그 영입이 만족할 만하다고 평가를 내리는 경우보다 ‘거품이었다. 먹튀였다’라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를 더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거액의 금액을 지불하고 계약을 맺은 선수 중 ‘그 선수 때문에 우승했다.’ 라는 평가를 듣는 선수는 두 세명에 불과하다.

물론, 각 구단 팀에서 FA 선수와 계약을 맺을 때, 각각의 방식으로 선수 몸값을 적절하게 평가하여 계약액을 제시할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에 관한 문제는 계약 금액이 적절한가 여부보다는 계약 후에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는가 올리지 못하는가(물론 계산이 잘못되었으면 잘못된 값만큼만 하면 된다)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에 관한 연구는 이후 ‘계약이론’으로까지 이어져 계약이론으로 유명한 ‘올리버 하트’와 ‘벵트 홀름스트룀’에게 2016년 노벨경제학상까지 안겨주게 된다.

이 두 사람의 연구 주제는 ‘성과급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와 ‘불완전한 계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인이 대리인과 계약을 맺을 때 과도한 성과주의나 방만에 빠지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방법이 첫 번째에 관한 것이고, 모든 것을 포함시키는 ‘완전 계약’은 허구이며 일부 내용은 암묵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불완전 계약’ 이론이 두 번째에 관한 것이다.

이를 FA 선수와의 계약에 대입해 보면 구단은 선수와 계약 구조를 짤 때, 보장과 인센티브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제대로 의사결정을 해야 함과 동시에 불완전한 계약에서 명시적으로 구체화 시킬 항목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정해야 하는 작업이 동시에 필요하다.

프로구단에서 ‘도덕적 해이’는 두 단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

첫 번째는 구단과 단장 사이의 관계이다.

이때 구단은 주인, 단장은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된다. 구단은 단장에 비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잘 모른다.

어떤 선수를 새롭게 데리고 와야 하는지, 선수단 내 협력은 잘 되고 있는지, 우리 팀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시스템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팬들이 우리 구단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단장이 훨씬 잘 알고 있다.

이럴 경우, 단장은 자기가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단장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쪽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많기 때문에 내부에서 욕을 먹지 않을 정도로의 계약, 팬들로부터 야유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계약을 진행하면 된다.

구단의 경제적 효율성은 여러 합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대며 적절하게 둘러대면 된다.

두 번째는 구단과 선수의 관계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악성 계약의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 구단의 예를 들 수 없으니 MLB를 예로 들겠다)

현존하는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불리는 푸홀스는 대표적인 악성 계약의 사례이자 모럴 해저드 사례로 꼽고 있다.

2012년 LA 에인절스는 푸홀스와 10년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미 푸홀스는 계약 직전 해 성적이 그 전해보다 다소 떨어져 있었으며 10년차에는 나이가 41살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10년차에도 거액을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엄청난 계약을 안겨줬다.

개인적으로 푸홀스가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FA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린 선수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 선수가 자기 몸을 다 바쳐가며 그 몸값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뛸지 아니면 그 때부터 조금만 아파도 못 뛰겠다고 하면서 거액의 연봉을 꼬박꼬박 받아갈지는 본인만이 정확히 알 수 있다.

그게 바로 정보 비대칭성에서 나오는 '도덕적 해이'이다.

FA 계약을 하면서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그 선수는 성적 이상의 역할,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해준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 역시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불완전 계약이론’에 의하면 그 부분은 계약에 의해 옵션으로라도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재 FA와의 계약을 앞두고 있는 구단과 단장들은 결단의 순간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스포츠 현장을 지켜본 결과, 에이전트와 선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고, 구단은 최소한의 경제적, 이론적 지식조차 없이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국내 스포츠산업은 아직은 세련된 비즈니스 세계가 아니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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