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20~30% 초과 예약...평균 배송기간 23.3주로 증가
생태계 변화 가속화...반도체 기술 내재화 및 차세대 전력사업 확대
한자연 "반도체 주문 방식 전환 등 선제적 대응 취해야 할 때"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 소재 포드 자동차 공장 [사진=포드]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 '반도체 부족' 사태가 내년에도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완성차와 반도체 기업들이 생존법을 찾아 바삐 움직이면서, 관련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내년 생산 능력 대비 약 20~30% 초과 예약된 상태다.

완성차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이후 생산량을 만회하고 물량을 선제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생산 능력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평균 배송기간은 22.9주에서 23.3주로 늘어났다. 특히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의 리드타임이 증가했다.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자 완성차 기업들은 기술 협력과 반도체 기술 내재화, 공급망 관리 방식 전환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례로 포드는 미 반도체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와 전략적 제휴에 합의하며 기술 수직통합을 논의하고 있고, 제너럴모터스(GM)는 NXP·퀄컴·TSMC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와 협력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 테슬라, 폭스바겐 등은 반도체 내재화에 승부를 걸었다.

공급망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완성차 기업들은 제품을 미리 생산하지 않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IT)'가 아닌,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공급망 관리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양한 차종에 탑재할 수 있는 범용 반도체를 쓰는 사례도 늘고 있다. 테슬라와 닛산, 폭스바겐 등은 소프트웨어를 재설계해 차종마다 개별로 주문 제작하던 반도체 칩을 범용으로 대체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의 완성차 주차타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볼프스부르크AP/연합뉴스]

생태계 변화가 빨라지자 반도체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올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늘어난 수익을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와 질화갈륨(GaN) 반도체와 같은 차세대 전력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은 오스트리아 빌라흐 공장과 독일 드레스덴 공장을 확장·증산할 계획이며, 유럽의 ST마이크로와 미국의 온세미컨덕터는 SiC 생산업체를 인수해 양산 물량을 확대한다.

수급 불균형이 심한 MCU와 미세공정 분야에서 '팹라이트'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

팹라이트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 설계 집중과 비용 절감을 위해 위탁 생산을 늘리는 전략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르네사스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다이얼로그 세미컨덕터'를 인수해 전력과 IoT 분야로 사업 확장을 시도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40나노(nm·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공정 제품을 대상으로 팹라이트 전략 강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처럼 완성차와 반도체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해졌다고 조언했다.

완성차 기업의 경우 기존의 단기 주문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 수요를 예측한 뒤 이를 하위 협력사에 순차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해외 주요 기업은 1년 단위로 칩을 주문한 후 6개월마다 주문량을 예측하고 수개월치의 확정 주문량을 판매자에 제공하고 있다"라며 "국내 기업은 단기(3개월 내외) 물량을 구매 주문하는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품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전력 반도체 양산이 시작되면서, 국내 부품산업 또한 SiC·GaN 등 차세대 소재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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