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눈 인식 정확도 95% 넘어서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금세기 초까지만 해도 주요 범죄자들에 대한 지명수배를 1년 365일 오프라인에서 대대적으로 전개하고는 했다.

그래서 과거 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는 이들의 사진이나 몽타주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들을 별로 어렵지 않게 체포하는 안면인식 기술이 대중화된 탓이다.

이처럼 중국의 AI 기술은 대단하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준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시장에 투신한 업체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 4년여 동안에만 무려 2000여 개 기업이 새로 탄생한 사실이 무엇보다 이 현실을 잘 말해준다.

당연히 이 분야에서도 극강의 기업은 있다. 바로 상탕커지(商湯科技. 영문명 센스타임Sense time)가 아닌가 싶다. 진짜 그런지는 이 회사의 활약상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때는 2018년 4월 7일이었다.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의 한 실외체육관에서는 홍콩 가수 장쉐유(張學友)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이었던 만큼 현장에는 그를 보기 위해 무려 6만 명이라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당시 현지 공안 당국은 혹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 예방과 질서 유지를 위해 상당수의 경찰들을 현장에 파견한 바 있었다. 그리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개가를 올렸다.

전국적으로 지명수배 중이던 한 남성을 얼굴 인식 기술을 응용한 상탕커지의 특수 안경 제품으로 찾아내 가볍게 체포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경찰서의 간부 왕더푸(王德富) 씨의 설명을 더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상탕커지의 얼굴 인식 기술은 범죄자 검거 이외의 분야에도 많이 쓰인다. 우선 각급 학교나 기관 등의 기숙사 출입 및 기업들의 출퇴근용으로 쓰인다. 전철과 마트는 물론이고 ATM기 등에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역시 사용된다. 공원과 세무서에 가거나 시청 등에서 여권 발급을 신청할 때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중앙 및 지방 정부 청사나 대학, 병원 등의 공공건물을 출입할 때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거의 전 중국에서 얼굴이 신분증이 되도록 상탕커지에 의해 안면 인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고 보면 된다.”

상하이 소재의 상탕 본사를 찾은 중국 전역의 AI 연구자들. 상탕이 기술 개발의 롤 모델이 됐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이뿐만이 아니다. 상탕커지의 AI 기술은 방범 스마트 도시 시스템의 구축에도 응용되고 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공안이 제공한 방대한 빅데이터에 근거해 위성 기반의 감시 카메라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전국 150여 개에 이르는 주요 도시들이 주요 고객으로 꼽히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무려 10만여 개에 이르는 상탕커지의 감시 카메라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의 각급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범죄자 추적, 각종 사고가 우려되는 군중 밀집 지역의 유동 상황 등을 이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는 게 가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보유 중인 각종 기술의 경쟁력이 구글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듣는 상탕커지는 중국 출신의 탕샤오어우(湯曉鷗. 55) 홍콩 중원(中文)대 정보공학과 주임교수가 자신의 제자 쉬츠헝(徐持衡. 32)과 지난 2104년에 창업했다.

수년 전 글로벌 10대 AI 연구자에 선정된 바도 있는 검증된 전문가와 혁신적인 젊은 피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폭발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굳이 다른 구구한 데이터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안면 인식 식별력이 무려 99.55%를 자랑한다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사람의 눈으로 인식하는 정확도가 98% 수준이니 인간의 한계까지 넘어섰다는 얘기가 된다.

당연히 외부로부터 대규모 자본 투자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볍게 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투자의 경우 지난 2017년에만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4억1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것이 돋보인다.

이어 2018년 4월에는 6억2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까지 성사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이는 중국 내 인공지능 기업이 유치한 역대 최대 규모 투자로 알려져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11월에는 알리바바 그룹으로부터도 15억 위안(元. 28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외부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상탕커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대해 언론이 “단연 압도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린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한 AI 기술 전시회 풍경. 상탕의 부스가 단연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상하이 원후이바오(文匯報)]

대외 협력의 경우는 화웨이(華爲)와의 제휴가 가장 눈에 띈다. 2017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내부에 탑재한 안면 인식용 기기를 개발한 것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 일본의 혼다(本田)자동차가 개발 중이던 완전 자율주행 차량 개발 사업에 공동 개발자로 참여한 것 역시 주목되는 협력 사업으로 꼽을 수 있다.

구글과 비견될 수준의 위상으로 볼 때 상탕커지의 미래는 탄탄대로라고 해도 좋다. 이는 올해 초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한 회사의 시가총액이 무려 2400억 홍콩달러(37조3300억 원)에 이르는 사실에서도 잘 확인이 된다.

상장과 동시에 일거에 데카콘 3개에 해당하는 규모의 기업이 된 것이다. 여러 정황 상 향후에는 몸집을 더욱 불릴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상탕커지에게 어려움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미국의 제재가 가장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국제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몸집 불리기가 한계에 직면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회사의 기술이 중국을 거대한 ‘감시 사회’로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비난도 상탕커지로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들 어려움을 극복할 경우 상탕커지는 글로벌 AI 시장을 좌지우지할 거목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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