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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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또 새해가 밝았다.

매주 행동경제학에 대한 글을 연재하면서 벌써 두 번의 새해를 맞았다.

지난 새해에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주는 의미, 운과 실력에서 실제로 운이 매우 중요하다는 여러 이론들을 소개한 글을 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1년이 흘러갔다.

새해가 되면 기업들은 시무식부터 시작하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싶어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새해 들어서 그런 변화를 주는 것은 가식적이어서 싫어한다.

어차피 우리 달력은 이집트력에서 시작한 것을 율리우스가 개정한 후 기존에 3월부터 시작하던 새해를 1월을 바꿨기 때문에 이제 1월 1일이 한해의 첫날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살아온 약 2500주가 훨씬 넘는 일주일 중 하나의 주말이 지나갔다고 생각하지, 새해라고 해서 특별히 감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내 주말은 언제나와 똑같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 입장이 아니라 기업의 CEO라고 하면 조금 다를 듯 하다.

그 자리에서는 본인이 새해 첫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보다는 직원들이 새해 첫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부분 기업들은 새해가 되면 시무식부터 시작한다.

시무식에서는 보통 한 해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새롭게 바뀌는 사내 제도나 문화 등을 안내하기도 한다.

그 이후 승진, 보직 변경을 포함한 인사발령을 내서 자리 이동을 하기도 하고 새롭게 제시된 팀별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으로 머리를 맞대면서 한 해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업의 직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날이 바로 새해의 첫 출근일이다.

조금 더 연장해 보면 우리나라는 설날(구정)이라는 특수한 명절이 있기 때문에 1월 1일부터 설날연휴까지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시간의 특별함 때문에 직원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다.

바로 기업에 있어서 ‘넛지의 시간’이다

자, 그러면 넛지의 시간에 어떤 넛지를 할 수 있을까?

기업마다 CEO의 철학과 기업 문화, 기업이 영위하는 업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몇 가지 팁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지난 번에 썼던 글의 연장선상에서 조금 더 얘기를 해보자.

상호성의 법칙이 적용한다는 점,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금전보다 자그마한 깜짝 선물이 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

이와 비슷하게 와튼 스쿨의 캐서린 밀크먼 (Katherine Milkman)이 2013년에 발표한 “Holding the Hunger Games Hostage at the Gym: An Evaluation of Temptation Bundling”이라는 실험에서는 “유혹 묶음”(Temptation Bundling)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체육관에서 운동할 때, 헝거게임과 같은 아주 매혹적인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게 했는데 사람들이 오직 체육관에서만 그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출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해당 연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귀찮게 생각하는 운동을 통한 건강증진은 금전적인 인센티브보다 사람들이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무언가를 같이 묶어서 제공할 때, 즉 ‘temptation bundling’을 사용하는 순간에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실험이다.

우리가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회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 규칙에 대해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유혹할 만한 다른 무언가와 같이 묶어보는 것도 매우 좋은 아이디어이다.

실제 미국의 어느 광고회사에서는 퇴근 시 작성해야만 하는 업무일지를 쓰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 원래는 일지를 작성하지 않으면 경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개인 이메일 계정을 막는 수단을 썼는데, 이후 업무일지를 쓴 사람만 회사에 설치한 맥주 기계에서 맥주를 먹을 수 있도록 했더니 참여율이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기업의 넛지는 머리를 맞대다 보면 충분히 더 많이 찾으리라 생각된다.

또 하나는 직원들의 행동을 관찰하여 회사나 개인 모두에게 해를 끼칠만한 습관을 바꾸는 제도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습관적으로 과자나 차를 마시면서 동료들과 잡담을 너무 많이 하는 직원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실제 배가 고픈 것이 원인인지, 아니면 동료들과 잡담하는 것이 원인이고 과자나 차는 옆에서 거들 뿐인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만약 잡담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 행동을 한다고 밝혀지면 실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공식적으로 부여함으로써 과자를 제공하여 회사 비용을 늘려가며 직원 건강까지 해치는 그러한 회사 내 문화를 일부 고칠 수 있게 된다.

이에 해당하는 예는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사람들의 습관은 신호, 반복 행동, 보상이라는 세 가지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어떤 직장인은 3시 30분이라는 ‘신호’가 구내 식당으로 가서 초콜릿 쿠키를 사는 ‘반복행동’을 일으키게 하고, 동료와 잡담하는 보상을 촉발한다고 했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신호에 따라 시스템 1에 따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고, 보상은 그 행동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신호 보상을 유지하되 행동을 바꾸거나 더 나은 보상을 만들어 행동을 강화하거나 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만약 개인, 회사 모두에게 나쁜 행동이면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고, 좋은 행동을 강화하고자 하면 더 나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직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만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변화하고 싶은 부분이 다양하게 존재하면 한꺼번에 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심적으로 생각하는 바로 지금, 연초에 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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