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의성 토현리 왕버들은 토현리 입향조를 기리기 위해 심고 키운 역사적인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의성의 선비 마을 토현리(土峴里)에 들어서려면 토현지라는 널찍한 저수지를 지나게 된다.

토현지 끝자락에는 근사하게 자란 노거수 왕버들 세 그루가 나란히 서서 멋진 풍광을 이룬다.

이 세 그루의 왕버들은 이 마을에 처음 정주(定住)한 진성이씨(眞城李氏) 동강(桐岡) 이희정(李希程:1532~1612)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그의 후학들이 심은 나무들이다.

의성군에서는 이 세 그루의 왕버들과 토현지를 중심으로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데크를 설치하여 이 자리를 왕버들 테마공원으로 조성했다.

토현리라는 마을 이름은 행정구역 개편 전에 토현(土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자연마을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이다.

옛 고사에 지금부터 약 2000년 전에 존재하던 부족국가 조문국(召文國)에서 흙고개를 넘어 이 마을에 들어왔다고 해서 토현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토현 마을에 보금자리를 일구고 마을을 일으킨 사람이 바로 나무를 통해 기억하고자 한 선조 이희정이었다.

그는 이황(李滉)의 칠촌 조카의 아들로 성품이 강직하고 문장이 뛰어났으며 효성과 우애가 남달랐다고 한다.

선조 때 음서제도를 통해 통례원(조회와 제사에 관한 의식을 맡아보던 관아)의 인의(종6품)를 지냈다.

이희정이 만년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안동을 떠나 의성군 사곡면(舍谷面) 오상(梧上)마을에 들어오게 된 내력이 전하는데, 임진왜란을 피해 가솔을 이끌고 오토산(五吐山: 지금의 의성군 사곡면 토현리) 기슭에 피란 갔다가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 뒷산 모양이 학이 북쪽을 향해 날아가는 형상이었는데, 학이 오동나무 위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특징을 살려 마을 이름을 오상이라 지었다고 한다.

이후 이곳에 동강서당(桐岡書堂)을 세워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전념했다. 

동강서당이 건립된 뒤 수많은 인재가 배출되었다.

청송부사를 지낸 이발춘(李發春), 주부를 역임한 이두춘(李逗春), 조선 말기에 의병장으로 활약하다 왜군에게 잡혀 순국한 우국지사 이심곤(李苾坤) 등이 동강서원 출신 유학자들이다.

동강서원은 개화기 이후 사설학원으로 바뀌었다가, 한일병합을 거치면서 현대 교육과정을 받아들여 보통학교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방 교육기관으로 역할을 다했다.

오늘날은 진성 이씨의 문중 모임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쳐 1994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85호로 지정되었다.

동강서원에서 이희정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이희정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특히 자신들을 가르친 공을 기억하기 위해 나무를 심기로 했다.

이때 심은 다섯 그루의 나무 가운데 살아남은 세 그루가 토현지 곁의 왕버들이다.

의성 토현리 왕버들 세 그루는 마을의 수호목이나 당산제를 지내는 당산나무와 달리 선조의 업적을 기억하고 이를 오래도록 기리겠다는 남다른 목적으로 심은 특별한 나무로, 오랫동안 선조를 모시듯 지켜온 소중한 나무들이다.

<의성 토현리 왕버들>

·보호수 지정 번호 09-22-1
·보호수 지정 일자 2009. 2. 18.
·나무 종류 왕버들 3그루
·나이 400년
·나무 높이 10.5m
·둘레 3.7m
·소재지 의성군 사곡면 토현리 1249
·위도 36.305408, 경도 128.74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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