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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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이번 여당 대선후보의 공약 중 가장 핵심되는 내용은 누가 뭐라 해도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다.

아직 논란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최초 계획했던 원안대로 전 국민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끝까지 밀어 붙일지는 모르지만 대선 공약 중 가장 논쟁이 활발하게 일어날 주제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그런 건전한 논쟁이 일어나면 좋겠다)

만약 정책에 대해 진영간 활발한 논의가 일어난다면 대선 당일까지 가장 핵심적인 주제가 될 것이므로, 오늘은 기본소득 찬반에 앞서 행동경제학, 특히 심리학적 관점에서 기본 소득과 관련하여 어떤 고민을 심도 깊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 심리 관점에서만 보는 기본소득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나 로봇으로 인한 자동화 흐름에 따라 직업 전선에서 인간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에게 남는 많은 일자리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직무, 즉 인간의 감정과 심리 상호작용에 기반한 그러한 직무 위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위한 일자리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줄어드는 일자리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많은 사람들은 일시적으로도 혹은 장기적으로도 궁핍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빈곤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 또한 생각해야 한다.

금전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중요한 의사결정 상황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지면, 특히 그러한 상황이 금전과 관련된 상황이면 다시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금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타인보다 금전적으로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우리는 금전적으로 어려울 때, 패스트푸드 음식으로 때우면서 부족한 수면이 얼마나 건강에 안 좋은지를 알면서도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고, 고금리의 사채를 쓰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여러 대안 중 가장 쉽게 돈을 구할 수 있는 사채가 제일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결국은 뒤늦은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결핍이 주는 의미를 잘 설명한 책으로는 ‘결핍의 경제학’(센딜 멀레이너선, 엘다 샤퍼)이 있다.

주요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결핍이란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적게 가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결핍이 생기면 주변 상황을 못 보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마치 터널 안에 갇혀서 터널 외부는 보지 못하고 오직 제일 끝에 보이는 밝은 부분만을 향해 움직이는 모습을 비유해서 이를 터널링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긍정적으로는 한 가지 일에 대해 집중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른 경우를 생각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앞서 궁핍할 때,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채를 끌어쓰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책에서는 결핍으로부터 일어나는 고충과 어려움을 인도 농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인도 사탕수수 농장의 농부들은 1년에 한번 수확 시기에 돈을 받게 되는데 수확 후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간과 돈을 다 써버리고 다음 수확기까지의 빈곤한 기간을 비교하였을 때, 농부들의 정신상태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

즉, 수확 한 달 전의 IQ는 한 달 후의 IQ 보다 9~10%나 낮게 나타났으며 스트레스 지수 또한 수확 한 달 후 현저하게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돈의 결핍이 IQ까지 낮추고 스트레스를 높인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현상을 감안할 때, 어찌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가난이라는 환경 때문에 생겨나는 심리적 고충과 어려움이 문제인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점을 고려한다면 기본소득은 적어도 사람들이 결핍으로부터 겪는 심리적 고충과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나오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줄이는데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실제 우리가 실패라고 자주 언급되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을 살펴보자.

우선 이 사례를 ‘기본소득 실험 결과’로써 받아들여야지 기본소득 정책 결과로 받아들이지는 않아야 함을 전제로 한다.

핀란드에서 발표한 자체 평가에 따르면 고용효과는 작았고 (Small), 삶의 질 면에서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물론 실험방법과 결과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핀란드 내의 학자들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객과적인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지만, 적어도 삶의 질이라는 매우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항목에서 일부 개선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아 결핍에서 나오는 심리적 고충의 해결이라는 면에서는 기본소득의 역할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이 주는 고용효과를 포함한 다양한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쟁이 필요하고, 특히 재정부담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더욱더 머리를 맞댄 건강한 정책 대결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어떤 상황에서 혹은 어떤 환경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고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시사점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대안들에 대해 주목해야만 한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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