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사고에 서울 용산구 본사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구조안전 보증기간 확대...화정아이파크 완전철거·재시공 고려"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의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한다.

17일 정 회장은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광주 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라며 "최근 광주에서 두 건의 사고로 인해 너무나 큰 실망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1999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23년 만이다.

다만 대주주의 책임은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회장직에서 내려오지만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아닌 2선 후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사고를 냈고, 7개월 만인 지난 11일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되며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잇따른 사고로 수주 사업 현장에서 계약 해지 통보가 이어지고, 아이파크 브랜드 퇴출 움직임도 커지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직면했다.

정 회장은 총수의 결단 없이 사태를 진화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며 사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23~38층 외벽 등이 무너졌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붕괴 현장의 모습.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하지 않아 붕괴 사고가 일어났을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소식과 더불어 안전에 대한 염려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다시금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라며 "정부 기관과 힘을 합쳐 안전 관리를 하면서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신속히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고로 인해 피해자 가족분께 피해 보상을 하고, 입주 예정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주민들이 평생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안전품질보증을 대폭 강화해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골조 등 구조안전보증 기간을 30년으로 늘리겠다.

현재 구조적 안전 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이다.

정 회장은 사고가 일어난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와 관련 "광주시와 상의해 시민들의 안전과 재난 관리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라며 "전국 건설 현장에 대한 외부기관의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안전과 품질 상태를 확인해 우려와 불신을 끊겠다"라고 말했다.

화정아이파크 현장 대책에 대해서는 "안전점검에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기)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날 정 회장은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하며 '환골탈태' 자세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단계에서는 고객과 이해관계자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며 "(현대산업개발과 관련해)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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