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4차 산업혁명 시대인 21세기의 언론은 사양 산업이라고 단언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특히 종이 신문이나 통신은 더욱 그렇지 않나 보인다.

굳이 다른 케이스를 찾아볼 필요도 없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의 유명 오프라인 미디어들이 수년 전부터 과거의 영화에 연연하지 않고 속속 온라인 매체로 전환하는 현실 하나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중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부 매체들이 여전히 일본처럼 종이 신문 등에 매달리는 경향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상당수는 온라인이 대세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빠르게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와 관영 신화(新華)통신의 온라인 자회사인 런민왕(人民網)과 신화왕(新華網)이 현재 모(母) 언론사를 능가하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들의 역할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상호의 위상이 조만간 완전히 뒤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사양길의 모기업을 살릴 똘똘한 자회사가 될 것이라는 말도 될 수 있다.

2016년 10월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신화왕. 현재 시가총액 116억 위안을 기록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이중 신화왕은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당장 현재의 위상을 일별만 해도 진짜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이 뭔지 모르는 중국인들이 태반이었던 지난 1997년 11월에는 존재 자체도 미미했으나 지금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아닐 정도로 세계 최고 영향력을 보유한 중국어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서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 단정이 괜한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우선 서비스를 중국어 외에도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등 전 세계의 주요 언어로 제공하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세계 곳곳의 누리꾼들이 언어 장애로 인해 신화왕에 들어가 서핑을 하지 못하는 케이스는 단언컨대 없다고 봐도 좋다.

매일 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의 건수 역시 신화왕의 위상을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니 더 나아가 놀랍다고까지 해야 할 것 같다. 무려 최소 1만5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 3억 명이 하루 평균 1억2000만의 클릭 수를 기록한 것으로 최근 조사된 것은 이로 보면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인터넷 사이트 트래픽 조사기관인 알렉사(Alexa)가 지난해 전 세계 7억 개에 이르는 사이트들의 순위를 매기면서 신화왕을 70위에 올려놓은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중국 내에서의 위상은 당당할 수밖에 없다. 텅쉰(騰訊. 텐센트), 신랑(新浪) 등 일반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다 포함해 순위를 매겨도 최소 10위 안에는 랭크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언론 사이트로는 단연 1위에 해당한다. 매년 ‘중국인터넷기업100강’ 순위에서 36위에 랭크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선의의 라이벌인 런민왕이 부러워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위상을 가진 신화왕이 상장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실제로도 창업 20여 년 만인 2016년 10월 말에 상하이(上海) 증권거래소에 순조롭게 진입할 수 있었다. 1월 중순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16억 위안(2조1800억 원)에 이른다. 런민왕의 160억 위안보다는 못하나 유니콘 기준은 가볍게 넘어서고 있다.

신화왕은 스타트업치고는 조금 팔자가 좋다고 해야 한다. 모기업이 관영인 탓에 지금껏 돈 걱정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렇게 단언해도 괜찮다. 창업 이후 현재까지 그 어느 기업으로부터도 투자를 받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상장 기업 입장에서 투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눈독을 들이는 대기업 엔젤들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기야 신화왕에 투자할 경우 신화통신이라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생기게 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그렇지 않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한마디로 밑져도 본전 이상은 건지는 것이 가능한 만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때 신화통신 서울 특파원을 지낸 장(張) 모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신화통신의 자회사에 투자한다는 것은 막강한 뒷배경이 생긴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니 신화왕에 투자하고 싶어 안달인 기업이 한둘이 아닐 수밖에 없다. 신화왕 입장에서도 굳이 정상적인 투자를 외면할 필요가 없다. 그럴 거라면 상장은 왜 했나? 앞으로는 투자 쓰나미가 몰려올 수도 있다고 본다.”

신화왕은 그렇다고 땅 짚고 헤엄치려는 생각만 하고 있지는 않다. 사업의 깃발을 들어 올린 지 25년 된 기업답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 사업 추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눈을 적극적으로 돌리고도 있다.

대표적인 노력으로 단순한 미디어 포털 사이트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꼽을 수 있다. 기본 정체성은 지키되 종합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 변신하려 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텅쉰, 신랑 등의 포털 사이트들이 바짝 긴장한 채 업계의 맹주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 신화왕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닌 것이다. 미디어 업체로서의 최대 강점인 빅데이터 능력을 활용한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 역시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업계 최고의 공룡으로 불리는 바이두(百度)가 긴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이다.

신화왕의 AI 여성 앵커 신샤오멍. 신화왕의 기술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사진=신화통신]

신화왕의 야심이 충분히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행보가 잘 웅변한다. 우선 사람의 표정과 몸짓까지 모방한 인공지능(AI) 합성 남성 및 여성 앵커를 2018년 11월과 이듬해 3월 세계 최초로 각각 데뷔시킨 실적을 꼽을 수 있다.

이중 나중 데뷔한 여성 앵커 신샤오멍(新小萌)은 실제 뉴스 진행자인 취멍(屈萌)이 모델로 업계에서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신화왕의 4차 산업 분야의 기술력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대체불가능토큰(NFT.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발행한 것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당국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모든 가상자산 채굴과 거래를 금지하는 외에 NFT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면서 규제 칼날을 겨눈 상황에서 거둔 결실이다. AI 앵커를 개발한 것 못지않은 적극적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신화왕의 시가총액은 위상으로 볼 때 누가 봐도 과소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신화왕 역시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새로운 신규 사업 진입을 위해 몸값을 한껏 올리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왕이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것은 분명 부질없는 욕심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