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해 관계 얽혀… 불신임까지 몰린 보리스 총리의 고육지책
전문가들, “더 악화될 가능성 여전히 많아”

BBC뉴스는 보리스 영국 총리가 선언한 '노 마스크' 결정은 현재 상황을 무시한 너무 앞서간 성급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사진=Pixabay]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보리스 총리가 코로나 패스와 재택근무 권고를 폐지하는 과감한 ‘노 마스크’ 선언에 대해 20일(현지시간) BBC뉴스는 너무 앞서 나간 성급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감염자 수는 줄었지만 입원율은 여전해”

BBC는 이날 “물론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감염 수준은 여전히 지난 겨울 최고조에 달했던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보리스 총리의 최근 선언을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여러 자료를 인용해 “더군다나 지역마다 진행 상황이 다르다”며 “미들랜즈, 노스이스트, 그리고 요크셔는 전반적인 감염 수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입원율은 결코 하락하기 시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리스 총리의 ‘노 마스크’ 선언에 따라 오미크론 파동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여러가지 규제가 영국에서 폐지된다. 이른바 ‘플랜 B’라고 불리는 의무적인 마스크 착용, 코로나 패스, 재택 근무 권고 등이 철회된다.

일부 과학자와 공중보건 전문가들도 보리스 총리의 완화 정책이 무리수를 두어 오히려 감염자 반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보리스 총리의 이번 결정에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작용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2019년 7월 집권 이래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보리스가 불리한 입장을 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미크론 변종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책임론이 거론되는 와중에 측근과 본인이 지난해 연말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겨가며 파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

불신임까지 거론된 보리스 총리의 최후의 결단?

또한 방역 대책을 놓고도 야당과 여당 양쪽에서 모두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텃밭 보궐선거에 패하고, 최측근 장관은 사표를 던졌으며 소속 당에서는 ‘불신임’까지 거론돼 왔다.

최근 영국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의 97%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코로나19 대유행이 막 시작되었을 때 항체는 제로 수준이었다.

그러나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반드시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면역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더 능숙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그 결과, 코로나19는 오미크론 변종과 함께 이제 가벼운 증상을 유발하는 ‘가벼운’ 감염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감염자의 사망 비율도 현저하게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부분적으로 오미크론 변종의 결과가 덜 심각하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최근 몇 주간 발생한 사망자 수는 이전의 파동 때보다 훨씬 낮고 독감 유행 기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11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 변종의 현재 상황이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말하자면 남아공에서는 이미 오미크론 변종이 정점을 치고 이제는 그 기세가 꺾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BBC에 따르면 입원은 하루 2000명을 조금 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그보다 3~4배에 이를 수 있다는 모델링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정부의 공식 자문기구인 응급상황 과학자문단(SAGE: Scientific Advisory Group for Emergencies)도 조만간 하루 평균 최소 3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NHS)에는 여전히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영국에서 1만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따라서 ‘노 마스크’ 선언이 너무나 성급했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리스 총리의 선언으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준다고 해서 마스크 이전 시기로 당장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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