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강한 밀... "온도 변화로 밀 생산량 위협받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EU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영국 정부는 그동안 유전자변형(GM)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 심지어 이러한 GM에 기초한 산업을 국가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시도다.

사실 같은 EU회원국이면서도 GM을 둘러싼 영국과 유럽의 시각은 아주 달랐다. 전통적으로 생명공학기술이 강한 영국은 GM과학을 수용하는 한편 유럽은 아주 보수적인 정책을 견지해 왔다.

EU와 달리 영국은 GM에 관대한 입장 고수해

일부 전문가들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가장 큰 이유가 21세기의 최첨단 과학기술인 생명공학에 대한 유럽 회원국들의 폐쇄적인 입장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곰팡이에 의해 손상되지 않은 기후에 강한 밀, 질병에 강한 바나나, 그리고 토마토. 이 모든 작물들은 과학자들이 현대의 유전자 기술을 사용하여 개발하기를 희망하는 농작물들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연구는 엄격한 규칙에 의해 제한되었다.

영국 존 인스 센터의 웬디 하우드 교수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GM밀을 직점 점검하고 있다. [사진= 존 인스 센터]

영국 정부가 유전자편집 작물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과학자들은 이러한 작물에 대한 새로운 GM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법안은 과학자들이 유전자편집과 같은 유전 기술을 이용하여 작물 연구개발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더 엄격한 EU 규제에 얽매이지 않게 된 지금 정부는 추가 연구를 허가했다.

노리치 외곽에 위치한 존 인스 센터(John Innes Centre)는 GM작물 연구에 앞장서온 영국의 대표적인 생명과학 연구기관이다.

이 센터의 웬디 하우드(Wendy Harwood) 교수는 더위와 악천후를 견뎌낼 수 있는 유전자변형 밀을 개발했다. 영국은 그동안 기후변화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면서 밀 생산량이 위협받아 왔다.

그는 온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 핵심 유전자를 발견한다면 유전자편집이 가능하며, 해당 유전자를 아주 약간 수정하는 것으로 온도 변화에 저항성을 갖도록 할 수 있고 밀의 생산량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기존의 밀 생산 위협받아

“전세계적으로 25억 명의 사람들이 식량을 밀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작물의 수확량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기후변화와 함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밀의 수확량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우드 교수는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온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유전자를 찾을 수 있다면, 유전자 편집을 통해 온도 변화에 대한 저항력을 더 높여 수확량을 유지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놈, 또는 유전자편집은 세포의 DNA를 정밀하게 수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이다. 다른 종의 DNA를 사용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다. 유전자편집은 기존의 GM보다 유전자 교체가 훨씬 단순하다.

기존의 GM작물은 대부분 완전히 다른 외부 종의 유전자를 삽입해 만든 제품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동물들의 DNA를 삽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유전자편집은 작물 자체 내에서 유전자를 잘라내어 불과 몇 개월만에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수년에 걸쳐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교배에 의한 육종 방법에 비해 훨씬 빠른 이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작물의 상업화를 위해 이에 대한 기존의 규제 방침을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방침에 따르면 최첨단 생명공학기술로 알려진 유전자편집, 또는 유전자가위(CRISPR)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작물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새로운 품종들과 같은 방식으로 시험되고 평가된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육종 기술에 의해 만든 작물과 꼭 같이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영국이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것으로 간주되는 유럽연합(EU)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