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18)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아마 이 글을 읽는 일부 독자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생각하고 있는 방사능의 방사선이 수자원 보호에 필수적이며 환경을 보호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말이다. 모순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인 방사선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들에게는 자가당착으로 보일 수가 있다.

우리는 러시아(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이 땅, 강, 바다를 방사능 오염물질로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시킨 사건에 너무 사로잡혀 있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환경 개선을 위한 방사선의 이용, 점점 늘어나

사실 꼭 원전사고만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높은 수준의 방사성 오염사례는 존재한다. 특히 옛 소련에서 방사성 폐기물을 의도적으로 처분했던 경우가 있었다. 공해(公海)에 버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상업적 원자력 개발에 매우 부정적인 환경운동이 널리 퍼지기도 했다.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은 수자원 정화에 필수적인 작업을 담당한다. 폐수의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살균해 우리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한다. [사진= Wikipedia]

과거에 이러한 방사성물질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사고가 일어났지만 이들은 고립되고 편협한 사고에서 비롯됐다. 그러한 과거의 잘못된 판단과 사고를 해결하거나 격리시킬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훨씬 중요한 것은 방사성동위원소가 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식에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용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담수화 작업,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연구에 방사선이 등장하고 있다.

인구증가와 도시화, 산업화에 의해 대기, 수질 등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 농업생산력 증대를 위한 농지개간 등으로 수자원이 고갈되고 수질오염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대량사용으로 대기나 수계(水系, water system)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산업폐기물, 생활 하수, 축산폐수로 인해 2차 수질오염을 야기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질보전기술들 대부분은 오염물질의 근원적인 제거보다는 오염원을 분리, 농축, 전환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지 못해 부가적인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하는 실정이다. 오염물질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처리기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감마선이 폐수의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살균까지도

방사선, 특히 감마선을 이용한 수질보전기술은 감마선을 이용해 물을 이온화하여 발생한 기단(氣團)들의 강한 산화력, 환원력, 그리고 살균력을 이용해 수질오염물질들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환경보전기술보다 설비가 간편하고 처리시간도 짧다. 

기존의 기술은 부가적인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했으나 방사선에 의한 기술은 추가적인 환경오염물질 발생이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환경오염물질 제거에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되고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감마선에 의해 생성된 기단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황산이나 질산으로 산화시킨 후, 중화제에 의해 중성염 형태로 제거하는데 있다. 부산물은 비료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중국, 일본, 동유럽 등지에서 시범시설들이 상업적으로 운전되고 있다. 이러한 방사선을 이용한 환경개선은 비단 수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대기오염, 폐기물로 대변되는 환경을 복원하는 작업 전반에 걸쳐 응용될 수 있다. 국민의 삶과 질 향상과 국가경쟁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처리하기 힘든 염색 폐수와 가축 폐수까지도 정화할 수 있어

가축 폐수와 함께 염색 폐수도 수질오염의 주범이다. 또한 산업폐수 가운데서도 가장 처리하기가 어려운 폐수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자빔을 이용하여 하루 1만 톤에 이르는 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대구염색공단에 설치하여 운영 중이다.

다양한 화학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염색폐수를 전자선으로 처리하여 기존 처리시설에서 필요로 했던 대량의 화학약품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었다. 폐수에 함유된 독성성분의 무독화, 그리고 생물학적 분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자료에 따르면 염색과 관련된 국내섬유산업의 업체의 수는 2천여 개로 전체 폐수 배출 업소의 3.6%에 불과하다. 그러나 폐수 배출량은 하루 평균 52만여 톤으로 전체의 22.2%에 해당한다.

또한 배출되는 유기물질 부하량이 하루 평균 8.277kg으로 전체의 24.3%에 달해 대표적인 오염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염색폐수에는 조염제, 호제, 계면활성제 및 휘발성 유기용제 등 난분해성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폐수처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감마선은 화학물질을 대신해 정화와 살균 역할을 해서 개선된 환경을 제공하는데 이요된다. [사진= Wikipedia] 

축산폐수 처리에도 방사선 이용의 전망이 밝다. 축산폐수는 아직까지도 뚜렷한 처리방법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축사의 설계문제다. 축사의 오염으로 인해 야기되는 구제역 발생과 이를 퇴치하기 위한 잦은 소독으로 폐수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축사설계도 문제지만 항생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도 폐수처리를 어렵게 만든다. 효과적인 축산폐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소독제의 생물학적 무독화, 그리고 생물학적 분해능력 향상이 필요하다.

방사선은 이러한 소독제의 무독화와 생물학적 분해능력 향상에 탁월하다. 따라서 방사선과 기존의 기술을 함께 병용하면 그 축산폐수처리에 걸림돌이 되었던 사항들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새만금 유역 수질환경 관리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방사선을 이용한 하수처리는 오염물질을 분해할 뿐만 아니라 세균까지 제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수질관리를 위해서는 우선은 수자원을 오염물질로부터 차단해야 한다. 두 번째는 오염된 물을 정화해야 하는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정화에 의한 처리수의 기준이 매우 엄격하여 고도의 처리기준을 요구한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는 하수처리 후 대장균 및 미생물을 처리하기 위해 다량의 염소를 투입한다. 그러나 대장균 농도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새로운 처리방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염소의 사용을 늘리거나 오존이나 자외선 사용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염소의 사용을 늘여도 대장균이나 세균의 멸균에 더 이상의 효과가 없다. 더구나 이로 인한 부가적인 생성물로 발암물질로 알려진 트리할로메탄(THM)을 증가시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부담이 생긴다.

그러면 오존이나 자외선은 어떨까? 물론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오존과 자외선은 소량의 방류수에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하루에 수만 톤에서 수백만 톤을 처리해야 하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는 결코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없다.

이에 반해 방사선 조사(照射)는 대장균을 박멸할 수 있고, 부수적으로 유기물 및 악취, 색도(色度) 등도 저감시킬 수 있어 방류되는 처리수의 수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방사선 기술은 의학과 산업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환경의 파수꾼으로 크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담수를 공급하고, 바다를 보호하며, 토양오염을 방지하고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를 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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