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2.1.18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신동권 KDI연구위원 】공정거래법은 시장에서 유효경쟁을 유지하고 촉진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유효경쟁이론은 1940년 클라크(J. M. Clark)가 “유효경쟁의 개념에 관하여(Toward a Concept of Workable Competition)”이란 논문에서 처음 사용하였는데 현실에서 불가능한 모델인 완전경쟁시장을 대체하는 이론으로 제시된 것이다.

유효경쟁론에서는 이른바 시장성과(market performance), 시장행태(market conduct), 시장구조(market structure)(이른바 “SPC모형”)로 시장이 경쟁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공정거래법이 특정한 형태의 시장구조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경쟁제한이 없는 상태라는 행태적 기준을 채택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시장구조도 시장행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그러한 범위에서 시장구조로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다.

행태적 기준을 기준으로 할 때, 공정거래법이 우선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공동의 경쟁제한적 행태이다. 이는 공동행위를 통하여 인위적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적(enemy) 또는 암적 존재(cancer)라는 다소 극단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공동행위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카르텔이라는 용어로 통용되는데, 이는 중세 때 휴전협정을 의미하는 ‘카르타(charta)’ 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고 Kartell(독일어), Cartel(영어)로 발전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 Kartell은 사업자들의 모임을 의미하였다.

미국에서는 셔먼법에서 공모(conspiracy)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일상이나 언론 등에서는 담합이나 짬짜미 같은 용어가 주로 사용된다. 카르텔에 대한 부정적 사고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찍이 애덤스미스(A. Smith)는 1776년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 에서 “동업자들은 오락이나 기분전환을 위해 만나는 경우에도, 그들의 대화는 공중에 반대되는 음모나 가격인상을 위한 모종의 책략으로 끝나지 않을 때가 거의 없다”고 우려를 표시하였다.

중세부터 내려온 동업조합(길드)에 대한 비판에서 나온 말이지만 오늘날 카르텔에 대한 규제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상당기간 카르텔이 불법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미국의 경우 1890년 셔먼법 제1조에서 트러스트(trust)가 공모(conspiracy)를 위법으로 규정하였지만 처음에는 노동조합에 적용되기도 하였고, 실제 법 적용에는 많은 혼선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독일의 경우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카르텔은 하나의 계약과 유사한 법적 효력을 인정받았고 양차 세계대전의 전시경제에서 카르텔 전성시대가 전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전시경제를 청산하고 시장경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카르텔을 금지하게 된 것이다.

모든 기업은 독점을 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슘페터(J. Schumpeter)가 이를 ‘창조적 파괴’라고 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창조적 파괴’를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혁신의 보상인 독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이 개입하지 않는다. 카르텔은 기업의 혁신적 활동이 아니라 참가사업자간에 임의적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지배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혁신의 결과로서의 독점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독점규제에 대한 찬반론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카르텔에 대해서도 그것이 항상 나쁘냐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선 칼럼에서 경쟁의 기능에 후생이란 관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사회 후생을 소비자후생과 생산자 후생으로 구분해 볼 때 카르텔의 금지를 통해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수 있지만, 소비자후생 증가보다 생산자 잉여가 더 크게 감소한다면 사회전체적으로 볼 때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메카니즘이 경쟁이다. 그러나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Science)〉에 실은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이론’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경쟁이 항상 만능해결사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카르텔 사건을 다루다 보면 정말 나쁜 카르텔일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흔히들 얘기하는 파멸적 경쟁이라든가, 이른바 경제적 약자들의 항변이라 할 수 있는 대항 카르텔이라고 하는 상황도 있다.

공정거래법도 이러한 경우를 완전히 도외시하지는 않는다.

신동권 KDI연구위원

제도적으로 공동행위의 인가를 통하여 카르텔을 허용해 주는 제도를 가지고 있고, 아예 타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제도도 있다.       

업계의 자율규약을 인정해 주기도 한다.                

EU의 일괄면제(Block Exemption) 제도나 독일의 중소기업카르텔 제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제도이건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기 때문에 시장경제의적이라는 카르텔이라 하더라도 그 뒤에 감추어진 시장상황도 균형있게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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