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안지혜(26)씨는 지난 겨울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아니 취업재수생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력서를 고쳐 쓰고,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공부하느라 시간이 부족한데 요즘 잠이 너무 많아져 고민이다. 알람 5개를 맞춰 놓아도 아침에 다시 끄고 잠들기 일쑤고, 낮 시간에 몰려오는 졸음으로 능률이 오르지 않아 점점 더 스트레스만 쌓여 간다.
안씨처럼 잠이 많은 경우 과다수면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과다수면은 정상 수면시간을 취한 이후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잠이 지나치게 많은 현상을 말한다.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낮 시간에 조금만 편안해지거나 집중을 해도 졸음이 몰려와 잠이 드는 것은 대표적인 과다수면의 증상이다.
과다수면이 나타나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집중을 못하고 일상생활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낮에 시험 또는 취업을 준비하는, 1분 1초가 아까운 이들에게는 잠이 많다는 것이 경쟁에서 뒤쳐지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다수면이 더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잘못된 수면습관을 갖고 있거나 수면환경의 변화가 생기면 수면의 질이 저하되면서 과다수면이 생길 수 있다. 충분한 양의 수면을 취했더라도 수면의 질이 낮으면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이렇게 밤에 풀어내지 못해서 누적된 피로가 낮에 졸음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이 피로를 풀어내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로 볼 수 있다.
체중이 갑작스럽게 증가했거나 과체중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도 과다수면이 나타나기 쉽다. 살이 찌면 체력소모가 많아져 쉽게 피로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늘어난 체중에 맞게 충분한 에너지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과부하 걸리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심한 의욕저하나 급격한 스트레스, 심리적인 변화로 인해 수면의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과다수면이 나타나는 원인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몸에 나타난 변화나 심리적 요인, 수면습관과 환경 등을 점검해보고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과다수면의 치료과정이다.
허정원 자미원한의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