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돔 덜덜이 낚시

첫수로 올린 돌돔. 30cm 정도지만 손맛이 좋다. 25이하는 방생해야 한다.  
첫수로 올린 돌돔. 30cm 정도지만 손맛이 좋다. 25이하는 방생해야 한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1.

흔히 고급 바다 생선의 대명사로 다금바리와 돌돔을 꼽는다. 다금바리의 표준명은 자바리. 제주에서는 구문쟁이라 부르며, 잡기가 매우 어려운 생선이고 거의 잡히지 않는 귀한 생선이다.  제주에서는 여러 식당에서 다금바리를 판다. 보통사람들은 양식 능성어와 다금바리를 외형으로 봐도 잘 구분 못 한다. 양식 능성어는 키로에 5만원에서 7만원이면 먹을 수 있고 다금바리는 2,30만 원 이상이다. 

수족관에 있을 때 봐도 구분하기 힘든데, 이걸 썰어 놓으면, 더욱 판별하기 어렵다. 나도 제주에서 서너 번은 다금바리를 먹었다. 그중 한 번 빼고는 다 다금바리가 아니었던 듯하다.

낚시로 다금바리가 잡히기도 하지만, 일 년에 열 번 출조하면 한 마리 잡는 보장이 없는 게 다금바리 낚시라, 나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다금바리와 거의 흡사한 맛이라는 붉바리 낚시는 서너 번 갔다. 두 번은 꽝을 치고, 두 번은 붉바리 잡아서 회맛을 보았다. 맛은, 부드럽고 달다. 

2,

돌돔 잡으러 3년 전 5월에 제주에 갔다. 여러 문우(文友)들과 가서, 나 혼자 돌돔 5짜, 2.4키로 짜리 한 마리를 잡았다. 첫 돌돔낚시에서 낚시 시작하자마자 30분만에 인생 돌돔을 잡은 거다. 이걸 서울 집에 가지고 와서 회를 쳐 먹고 맑은탕을 끓였는데, 내 평생 먹어본 회 중 최고의 맛이었다.

3.

돌돔낚시는 크게 3종류다. 첫째 갯바위에서 원투로 낚는 낚시. 대개 여름철에 추자도권에서 이루어진다. 전용장비가 필요하고 대물 돌돔을 낚을 수는 있다. 둘째 돌돔 찌낚시. 역시 거문도나 추자도권에서 이루어진다. 셋째 돌돔 선상 낚시. 이 돌돔 선상낚시도 여수 등지에서 출항하여 거문도 인근 해역에서 이루어지는 속칭 덜덜이 낚시가 있고, 제주에서 출항하여 관탈 등에서 낚시하는 선상낚시가 있다. 거문도권은 봉돌 40호에서 50호를 사용하고 제주권은 봉돌 100에서 120호. 심지어 600g에서 900g 봉돌을 사용해야 될 때가 있다.  

4.

멀리 추자도가 보인다.
멀리 추자도가 보인다.

바다낚시라는 게 그렇다. 우선 날씨가 받쳐주어야 한다. 이번 겨울 제주의 경우 3일에 이틀은 출조불가다. 그 하루도 파도가 심해 고생고생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한 달로 치면 파도가 좀 잔잔한 날이 삼사일이 채 안 된다. 그 삼사일이 물때가 맞아야 한다. 어종에 따라 다르지만, 돌돔은 조금 부근 5, 6일이다. 한 달로 치면 열흘 정도다. 날씨와 물때가 동시에 맞는 날은 한 달에 5일도 되기 힘들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게 배다. 그런 날에 잘 잡는 선장의 배는 예약이 어렵다. 그런 날 잡아 비행기를 예약해야 하니, 난관이 삼중사중으로 겹친다.

돌돔 경비는 장비가 있다 해도 한번 출조에 서울 기준으로 약 50만 원이 든다. 돌돔 미끼로 소라게와 홍갯지렁이를 쓰는데, 소라게가 5만원, 홍갯지렁이가 7만원이니 선비 16만원에 미끼값이 12만원, 이것만 28만원이다. 그외 항공료, 하루 숙박비(아침 일찍 출조하기 위해서는 전날 비행기로 가야한다.), 김포공항 주차비, 봉돌과 채비값 등등.

거기에다가 내 일정이 맞아야 한다. 물때와 날씨와 낚싯배가 있다 해도 나에게 무슨 약속, 만남 등등이 있으면 못간다.

5.

이런 서너 겹의 난관을 뚫고 기어코 돌돔 잡으러 가는 건, 고집이기도 하고, 철딱서니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하고, 어리석어서 그렇기도 하다. 돌돔은 대개 1킬로 정도까지만 키우기 때문에, 2킬로가 넘는 활어는 자연산 돌돔이다. 노량진에서 양식 돌돔이 1킬로가 15만원, 500그램짜리가 7,8만원 한다. 자연산 돌돔은 1키로짜리가 20만원, 2키로 이상은 귀하고 시세가 최소 3, 40만원이다. 2.5키로 짜리는 거의 없지만 있다면 50만원에 육박한다. 

이날 뉴그린호에서 잡은 돌돔. 40-50여 마리. 이날은 적게 나온 편이라고 한다.  
이날 뉴그린호에서 잡은 돌돔. 40-50여 마리. 이날은 적게 나온 편이라고 한다.  

 

6.

대관탈도
대관탈도

여러 조건이 맞아 지난 30일 낚시를 했다.  뉴그린호를 탔다. 추자도 부근 대관탈이 보이는 곳에 닻을 내리고 하는 낚시다. 앞에 닻을 내리니 당연히 뒤쪽으로 물이 흐르고 또 뒤쪽에서 낚시하는 게 유리하다. 이게 추첨이다. 번호가 적힌 탁구공을 뽑아 숫자가 낮은 사람이 원하는 자리에 들어간다.

그런데 내가 1번을 뽑았다. 순전히 운빨이다. 당연히 뒤로 가서 오전에 3짜 초반 두마리를 잡았다. 두마리가 목표였기에 목표달성, 싸이즈가 조금 아쉬웠다. 점심먹고 자리 배정을 달리한다. 오전에 좋은 자리었으니, 오후에는 앞자리로 간다. 그래야 좀 공평하다. 물이 세게 흐를 때는 600그램짜리 추도 막 떠내려간다. 그런데 그렇게 떠내려가다가 입질이 들어왔다. 그래서 한 마리 추가. 또 한마리 추가. 

 초들물, 끝들물, 초날물, 끝날물 이렇게 약 30분씩만 입질이 집중된다. 하루 2시간 하는 낚시다. 그래도 오전 2마리, 오후 2마리를 잡았다. 배를 탄 12명의 꾼 중 많이 잡은 사람이 다섯 마리, 못 잡은 사람은 한 두 마리 정도였다. 단골 꾼의 말을 들으니 많이 잡힐 때는 일인당 10여 마리 이상 잡은 날도 있다고 한다. 

홍갯지렁이, 즉 홍무시를 쓰면 잡어 입질이 많다. 잡히는 고기로는 쥐치, 어랭이, 용치놀래기, 열기, 볼락, 붉은쏨뱅이 등이다. 소라게를 사용하면 잡어 입질 빈도가 줄어든다.

장비는 2호 합사 정도의 줄이 감긴 베이트릴과 다운샷대, 6-7호 정도의 줄이 감긴 전동릴과 우럭대 혹은 열기대(열기대가 좋다)가 좋다. 수도권 꾼 기준으로 말하면 다운샷대와 우럭 혹은 열기대를 같이 준비한다. 채비는 열기 카드채비(10호-11호)에서 세 바늘만 잘라 쓴다. 하야부사가 카드채비가 잘 통한다고들 한다. 대물을 잡으려면 바늘 호수가 크고 목줄이 4호 이상인  3단 자작 채비를 준비하여야 한다. 12월 중순경부터 5월 정도까지 낚시할 수 있다.   

돌돔 4마리와 열기, 볼락, 붉은 쏨뱅이, 쥐치 등을 잡았다.  
돌돔 4마리와 열기, 볼락, 붉은 쏨뱅이, 쥐치 등을 잡았다.  

7.

피를 잘 빼서 쿨러에 넣어 돌아와 다음날 회를 친다. 4마리가 다 450그램에서 500그램 정도다. 돈주고 산다면 30만원이면 충분한걸, 그 배에 육박하는 경비에, 이틀을 날리고 얻은 결과다.

8.

회맛은 큰 거보다는 못해도 맛있다. 사각거리는 투명한 맛이다. 고소함도 있다. 역시 돌돔이다. 잘 손질하면 돌돔은 거의 버릴 게 없다. 아가미와 지느러미와 내장 중 곱만 제거하면 된다. 쓸개는 소주에 타서 먹고. 껍질은 비늘을 긁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바로 얼음물에 풍덩, 물기 제거해 참기름 소금에 찍어 먹으면, 왜 돌돔돌돔 하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고들고들 고소하다. 그리고 마지막은 머리와 뼈, 내장을 넣고 끓인 돌돔맑은탕. 이게 또 별미 중의 별미다. 맑으면서도 고소하고 기름질듯 시원한 맛이다. 무, 마늘, 파에 소금간만 해야한다. 이게 돌돔 풀코스다. 돌돔 쓸개주, 회, 껍질숙회, 맑은탕......말이 필요없다.

돌돔회
돌돔회
돌돔껍질숙회
돌돔껍질숙회
돌돔맑은탕
돌돔맑은탕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