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은 당사자나 대리인 또는 법원의 태도에 따라 건강하게 진행되기도 하고 약탈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심지어 이혼소송 중 살인이 일어나기도 하고 자녀를 뺏고 뺏기는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겨울철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퇴근해 집에 들어온 임씨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했다. 집안에 웬만한 가재도구는 모두 없어진 것이다. 황당한 상황에서 우선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으나 보일러까지 뜯어간 아내 최씨로 인해 여관 신세를 지게 됐다.
 
집 문제로 신혼 내내 아내 김씨와 불화가 끊이지 않던 유씨. 어느 날 그 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여 아내와 말다툼 끝에 아내를 밀쳤다. 아내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 급한 옷가지만 챙겨서 집을 나온 유씨는 며칠 후 법원에서 온 이혼소장을 받았다. 유씨는 돌이 갓 지난 아이도 있는 상황에서 아내를 찾아가 화해를 시도했다.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집으로 찾아간 유씨 또한 텅 빈 집을 발견했고, 김씨가 청소를 하고 간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만 했다.
 
이혼에는 동의하였으나 아이 양육 문제로 협의이혼을 하지 못하고 이혼소송 중인 아내 고씨와 남편 박씨. 이혼하면 아이들은 아내가 맡기로 했으나, 양육비를 달라고 하는 아내 말을 듣고는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 집으로 간 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경우 아내 고씨가 이혼소송에서 양육자로 지정되기 위해서 아이들을 탈취해 와야 할까.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김윤정 판사는 아내가 데리고 있던 아이와 면접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자녀를 탈취하려다가 실패한 남편의 면접교섭을 제한했다. 다만, 면접교섭 자체를 박탈한 것은 아니고 신뢰관계가 구축된 다음에 개시하라고 권했다.
 
가족법 전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혼인이 파탄된 경우 이혼 자체를 막는 것은 쉽지 않더라도 이혼절차가 약탈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당사자와 변호사 및 법원의 노력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앞에서 본 사례에서와 같이 가재도구를 모두 가지고 가거나 아이를 뺏고 빼앗기는 상황이 이혼과정에서 자주 목격된다. 법원에서 자녀를 탈취하는 경우에는 비교적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이혼소송을 전후하여 가재도구를 무단 반출하거나 상대방 직장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에 대하여는 미온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약탈적인 이혼소송을 성공적으로(?) 해 낸 변호사 중에는 약탈적인 이혼소송 진행을 노하우로 내세우기도 한다. 약탈적인 이혼소송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은 경우 일방은 상대방에 대한 앙금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혼 후에도 자녀 양육비와 면접교섭을 매개로 사실상 두 번째, 세 번째 이혼소송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이혼한 지 십수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전 배우자와 가정법원에서 소송을 하기도 한다.
 

 
이혼의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만 돌리는 부부, 약탈적인 이혼소송이 의뢰인과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변호사, 부부 사이에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하면서 개입을 꺼리는 법원. 이혼소송에 관여한 모두가 가재도구가 몰래 반출되고 미성년 자녀에 대한 탈취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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