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어느새 지천명이 되어 고향마을 ‘망주’를 요번 주에 방문하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최대의 민족명절 설날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일 년에 몇 없는 황금휴가로 생각해 많이 기다려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설날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기다려져야 하는 설날이 꺼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의 1등 공신은 바로 ‘부담을 주는 친척 어른들의 덕담’으로 꼽혔다.
 
명절은 온 가족이 모여 훈훈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설날에 부모님 찾아 가는 것을 점점 꺼리게 되고 어떻게 하면 설날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명절 증후군에 빠진다면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덕담을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미리 조금 알아 두는 것이 좋다.

우선 상대방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득보다 실이 많은 덕담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특히 무직자나 구직자에게 직장이 어디인지? 혹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묻거나 미혼자에게 결혼을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 것은 상대를 곤혹스럽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인지부조화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리 마음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먼저 아픈 부분을 자극하는 꼴이다. 그러므로 조금 궁금하더라도 상대방의 아픈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언급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어떨까.
  
또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에게 좋은 경사가 있을 경우에도 조금 조심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일 것이다. 왜냐하면, 주변에 조금 힘들고 비교적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무거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간단한 덕담이라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예컨대, 직장을 잃은 가장에게 “많이 힘들겠어. 가족을 생각해서 힘을 내봐.”와 같은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상대를 측은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게 된다. 차라리, “당신 충분히 쉴 자격이 있어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어요.” 란 말 한 마디로 마음의 짐을 덜어 주는 편이 좋겠다.
 
농담이랍시고, “올해는 살 빼서 시집가라.”, “올해는 꼭 취직해서 여자 친구 사귀어라.” 같은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냥 포근하게 안아주거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주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잔소리에 가까운 덕담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인정해 버리자. 괜히 상대의 생각을 바꾸고 나를 증명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면 된다고 본다.
 
설날은 추석보다도 더 많은 대소제절이 모이는 날이라 볼 수 있다.

‘세상 살기도 어려운데 또 같이 모여서 참 힘들겠군.’이 아니라, ‘역시 우리 집안이 최고다!’라는 마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 긍정의 마음과 함께 따뜻한 덕담 한 마디를 미리 마음속에 준비하자.

“너는 우리 집안의 기둥감이구나.”
“너는 우리 집안에 참 소중한 존재란다.”
“정말 훌륭하구나.”
“보름달처럼 부족함이 없구나!”
“많이 달라졌구나.”
“정말 멋지다.”
“너도 그걸 알고 있구나.”
“사랑한다.”
“웃음소리가 건강이 넘쳐 보이십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좋은 말들이 정말 많이 있다. 따뜻한 한 마디 말이지만 명절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어 줄 것이 기대가 된다.

한편 소통 덕담을 잘 하는 사람들은, 항상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한 번 쏟아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관 속에 들어가서도 말조심해야 한다.’는 말처럼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한 번 더 상대를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즐거움과 슬픔을 상대와 함께 조금 더 공유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된다.

 
요컨대 설날 덕담 스피치는 ‘배려’에서 시작되며, 입술에서의 30초가 마음에서는 30년이 된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자.

이창호 대한명인(연설학)/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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