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어있던 땅이 녹으면서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다가왔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기 위해 자연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우리의 삶도 바빠진다. 아이들은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고, 직장인들은 본격적으로 업무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바빠야 하는 계절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춘곤증이다.

춘곤증은 봄에 나타나는 계절성 증상으로 추위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갑자기 따뜻해진 기온에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 된다. 즉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져 수면시간이 줄어들면서 활동시간은 늘어나는데 이에 따른 휴식과 영양섭취가 충분하지 않아 나타나는 것이다.

춘곤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몸이 피로해 기운이 없고 자주 졸음이 쏟아지며,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입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또 춘곤증은 손발 저림이나 현기증, 두통, 눈의 피로, 무기력 등의 증세로도 나타난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졸음이 쏟아지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온 몸이 나른하며, 권태감으로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면 춘곤증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증상이 봄에만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계절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수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과다수면을 의심해 봐야 한다.

춘곤증으로 피로와 졸음이 밀려온다고 해서 수시로 잠을 청하거나 수면시간을 늘리게 되면 오히려 생활리듬이 깨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평상시의 기상, 취침시각을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낮에 졸음이 쏟아질 때는 15분 정도의 수면을 취해 주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리한 운동은 심한 근육피로를 유발해서 오히려 졸음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가벼운 산책이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생활에 활력을 주는 것이 좋다.

춘곤증을 이겨내는데 특히 좋은 것은 제철에 나는 봄나물이다. 봄나물에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기운을 북돋아 주고 피를 맑게 한다. 냉이, 달래, 씀바귀와 같이 독특한 맛과 향의 봄나물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기운을 내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도 중요한데 소화에 부담을 주는 육류보다는 생선 혹은 콩, 두부 같은 곡물로 보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봄에는 나른하고 입맛이 없어서 맵고 짠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자극적인 음식은 일시적으로 각성을 일으키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이내 기운이 가라앉아 버리면서 졸음이 밀려올 수 있다. 또한 맵고 짠 맛 때문에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허정원 자미원한의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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