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59)
암컷은 향수 통해 수컷의 근면성과 건강 상태에 만족해
향수 제조는 아주 비싼 비용… 그러나 짝짓기 위해 평생 희생
공동체 생활하지 않고 평생 고립해서 혼자 살아

코스타리카와 브라질 등에서 서식하는 난초벌(orchid bees) 수컷은 짝을 유혹할 때가 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비밀 무기로 향수 주머니에 간직해 둔 유혹적인 향수를 아낌없이 방출한다. [사진=Arozona State University]
코스타리카와 브라질 등에서 서식하는 난초벌(orchid bees) 수컷은 짝을 유혹할 때가 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비밀 무기로 향수 주머니에 간직해 둔 유혹적인 향수를 아낌없이 방출한다. [사진=Arozona State University]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생물의 자연 세계에서 수컷과 암컷이 서로 만나 짝짓기를 하고, 그 후손을 만들어내는 패턴은 각기 다양하다.

예를 들어 공작, 닭, 꿩과 같은 조류의 경우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한다. 그것은 호랑이와 사자를 비롯한 포유류에도 해당한다.

따지고 보면 인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단 미인만이 아니라 “꽃 미남”이 뜨는 것도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향수 주머니는 수컷이 짝을 유혹하는 비밀무기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수컷 벌들이 짝을 유혹할 수 있는 비밀 무기, 즉 자신들의 매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스스로 만든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벌들의 매혹적인 세계는 더 흥미로워졌다.

코스타리카와 브라질과 같은 나라에서 발견된 특정한 종류의 벌에 대한 최근 연구는 이 곤충들이 독특한 향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소스의 혼합된 냄새를 모은 다음, 그들의 뒷다리에 있는 특별한 주머니에 그것들을 저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심의 주인공인 난초벌(orchid bees) 수컷은 짝을 유혹할 때가 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비밀 무기인 유혹적인 향수를 아낌없이 방출한다.

독일 보훔에 위치한 루르 대학 연구팀은 이 흥미로운 행동을 더 탐구하기 위해 실험을 수행했다.

그들은 수컷 난초벌들에게 다른 꽃에서 나온 향기를 제공했다. 그리고 다른 벌들에게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근호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향기를 받은” 벌들은 다른 벌들보다 더 많은 암컷들과 짝짓기를 하고 더 많은 자손을 낳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우리의 연구 결과는 수컷이 획득한 향수가 암컷이 짝짓기를 하도록 자극하는 성적 신호라는 것을 보여준다. 수컷의 향수가 짝짓기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다”고 썼다.

인간 사회에서도 향수는 오래 전부터 이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향수는 성적 매력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페로몬이다. [사진=픽사베이] 
인간 사회에서도 향수는 오래 전부터 이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향수는 성적 매력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페로몬이다. [사진=픽사베이] 

“향수는 암컷을 짝짓기에 불러들이는 성적 신호”

과거의 일부 연구에서도 암컷이 수컷에 접근을 하기 전에 바람을 타고오는 수컷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꿀벌의 짝짓기 의식에서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연구팀은 실제로 암컷 벌 한 마리가 두 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향수를 가진 벌과 짝짓기를 선택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연구원들이 지적했듯이, 이러한 향기를 만드는 과정은 수컷 난초 벌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향수가 자연 서식지에서는 부족하고, 또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향수를 만드는 과정은 수컷 난초벌들에게 확실히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용이 많이 드는 향수 제조 과정은 "향수가 생존, 먹이 찾기의 성공, 인지 기술, 또는 경쟁력의 정직한 지표가 되기 때문에” 진화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 향수에 반응함으로써, 암컷 벌들은 전반적으로 부지런하고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수컷을 효과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평생 향수 모아… 공동체 생활 없고 혼자 살아

연구원들은 야생에서 수컷 벌들이 꽃, 과일, 수지, 수액, 버섯, 그리고 심지어 대변을 포함한 다양한 출처로부터 휘발성 화합물을 수집해 향수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 화합물들을 뒷다리에 있는 주머니에 보관한 후, 그들은 다리를 꼬고 날개의 진동을 이용하여 공기 중으로 뿌리는 것을 반복함으로써 향기를 방출한다.

이 흥미로운 발견은 벌들의 복잡한 짝짓기 의식을 새롭게 조명하고 이 놀라운 곤충들의 세계에서 사랑의 페로몬인 향기, 즉 후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름다운 난초의 꽃가루 받이를 책임지고 있는 이 벌은 그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주로 녹색, 금색, 파란색의 화려한 금속 색상으로 치장돼 아름답다.

대부분이 벌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분업을 통해 생활을 하는데도 이 벌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혼자서 고립생활을 한다. 그리고 둥지에서 태어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 이 벌에게 "방탕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모범적인 수컷의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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