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61)
혀에는 맛 수용체만이 아니라 ‘온도 수용체’도 있어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이열치열’의 방법을 터득했을 수도
유전적인 이유도 있고, 태어날 때부터 수용체 감각 기능이 부족한 경우도
일부 사회에서는 용감한 남성성을 상징하기도
고추의 매운맛은 원래 침입자를 막기 위해 진화한 화학물질

사람을 열광 시키는 매운맛은 온도를 느끼는 감각과 관련이 있다. 때문에 매운맛은 신맛, 쓴맛, 단맛, 짠맛, 그리고 감칠맛과 함께 5개의 고전적인 맛의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진=픽사베이]
사람을 열광 시키는 매운맛은 온도를 느끼는 감각과 관련이 있다. 때문에 매운맛은 신맛, 쓴맛, 단맛, 짠맛, 그리고 감칠맛과 함께 5개의 고전적인 맛의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사람들은 왜 매운 음식을 좋아할까? 그러나 모두가 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맵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연히 이러한 의문을 제기한다. “특정 음식을 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며, 왜 일부 사람들만 그것들을 좋아할까?”

매운맛은 온도를 느끼는 감각과 관련이 있다. 때문에 매운맛은 신맛, 쓴맛, 단맛, 짠맛, 그리고 감칠맛(umami)과 함께 5개의 고전적인 맛의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혀에는 맛 수용체만이 아니라 ‘온도 수용체’도 있어

과학 전문지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혀는 맛 수용체 외에도 다양한 온도 수용체를 갖고 있다. 그 수용체 가운데 일부는 매운 음식이 입안으로 들어왔을 경우 타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 사람을 열광시킨다.

이 매체는 “따라서 매운 향료를 많이 쓰는 따라서 인도나 태국 음식은 약간의 ‘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혀에서 불을 일으키는 "매운" 화학물질은 캡사이신(capsaicin)이라고 불린다.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감각 평가 센터(Sensory Evaluation Center)의 존 헤이스(John Hayes) 센터장은 라이브 사이언스와 회견에서 “매운 맛은 고추 식물이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는 것을 막기 위해 체내의 화학 물질을 2차 대사산물로 진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캡사이신은 TRPV1이라고 불리는 혀의 온도 수용체에 들어맞는 성분이다. 그래서 TRPV1을 ‘캡사이신 수용체’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TRPV1은 섭씨 40도 이상의 온도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우리가 캡사이신과 함께 매운 것을 먹을 때, 그 분자는 수용체에 결합하고 그들의 활성화 에너지를 낮춘다.

다시 말해 캡사이신은 수용체를 속여 40도가 아닌 33도에서 뇌로 불타는 신호를 보내도록 한다. 입안 온도가 35도 정도인데도 입 안이 타는 것처럼 느껴진다.

매운 음식 스트레스 해소 효과에 대한 연구 많아

매운 음식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탁월하다. 우리 혀는 매운맛을 통증을 느끼는 통각(痛覺)으로 인식한다. 뇌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진통 호르몬인 '엔돌핀'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통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기분도 좋게 한다.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드레날린 수치도 올라가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데, 땀 등 노폐물이 배출되면 시원하고 개운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후추에 함유된 매운 피페린과 마늘의 알리신, 와사비 그리고 머스타드 오일은 모두 TRPA1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온도 수용체와 상호 작용한다.

헤이스 센터장은 "흥미로운 것은 인간만이 실제로 이 ‘불타는 느낌’을 즐기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한번 맛을 보면 질려서 다시는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운 음식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탁월하다. 우리 혀는 매운맛을 통증을 느끼는 통각(痛覺)으로 인식한다. 뇌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진통 호르몬인 '엔돌핀'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통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기분도 좋게 한다. [사진=서울시]
매운 음식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탁월하다. 우리 혀는 매운맛을 통증을 느끼는 통각(痛覺)으로 인식한다. 뇌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진통 호르몬인 '엔돌핀'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통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기분도 좋게 한다. [사진=서울시]

그러면 왜 인간은 매운맛을 찾을까?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의 보도에 따르면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면서도 인간이 매운 음식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론들이 있다.

가장 강력한 이론은 위험과 보상(risk and reward) 이론이다. 매운 것이라는 위험이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얻는 보상도 많다는 것이다.

2016년 학술지 ‘식욕(Appetite)’ 저널에 실린 한 연구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의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 매운 음식 선호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매운맛 찾는 이유, “위험과 보상” 이론이 가장 설득력 있어

만약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바람 부는 길을 빠르게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들은 뜨거운 닭 날개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음식 과학자이자 감각 전문가인 알리사 놀덴(Alissa Nolden) 교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모두 고통이나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험 보상 경험이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한 연구원은 매운 음식의 유혹을 "강요된 위험(constrained risk)"과 "유순한 마조히즘(benign masochism)"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들 중 어느 것에 대해서도 뇌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는 신경 영상이나 데이터는 없다.

매운 음식 섭취는 또한 일부 사회 집단이나 문화에서 강화된 성격적 특성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일부 사회에서는 남성성을 과시하는 모델이었다.

2015년 학술지 “식품의 질과 선호도(Food Quality and Preference)” 저널의 한 연구에 따르면 펜실베니아에 거주하는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매운 음식에 대한 외부적 또는 사회적 동기 부여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음식 과학자이자 감각 전문가인 알리사 놀덴 교수

따라서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 남성성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이 연구팀은 매운 음식 소비가 남성 다움의 개념과 관련이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멕시코 샘플에서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매운 음식 선호도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여성들도 매운맛을 꼭 같이 즐기고 좋아했다.

이열치열(以熱治熱)도 설득력 있는 이론

다른 이론은 매운 음식이 더운 환경에서 진화적인 이점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매운 음식이 땀을 유발하고 냉각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었다는 가설을 세웠다. 아마 ‘이열치열’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론도 있다. 놀덴 교수는 "또한 완전히 연구되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운 음식을 더 많이 자주 먹을수록 캡사이신에 둔감 해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2012년 학술지 ‘생리학과 행동(Physiology and Behavior)’ 저널에 발표된 2012년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요소도 강하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더 높은 매운 향신료에 내성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혹은 선천적으로 기능이 덜한 캡사이신 수용체를 가질 수 있다. 매운 음식 선호도의 변이는 유전적 변이라고 놀든은 설명했다.

미각을 잃은 사람들에게 매운 음식은 식사를 즐기게 만들 수 있는 위한 관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맛이 없는 암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화학 요법은 입안의 미각 수용체 세포를 바꿀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맛을 내 입맛을 돋울 수 있다.

사실,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암 환자들이 화학 요법을 받는 동안, 또는 치료 후에 매운 음식을 찾는다고 한다.

매운맛을 찾는 이유에 대해 놀든 교수는 “전반적으로, 매운 음식에 대한 선호는 아마도 이러한 이론 중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마 모두의 통합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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