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 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쏘카 이재웅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 박재욱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현재 타다는 개정 여객자동차법이 허용하는 운송·가맹·중개사업의 범위 내에서 '타다 라이트', '타다 넥스트'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지난 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쏘카 이재웅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 박재욱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현재 타다는 개정 여객자동차법이 허용하는 운송·가맹·중개사업의 범위 내에서 '타다 라이트', '타다 넥스트'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몇 년전 시청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중에 ‘미스터 션샤인’이 있었다. 구한말 조선을 침탈하기 위해 열강들이 조선으로 쇄도해 오던 풍전등화 같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었다.

억울하게 죽은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 해병대 장교가 된 유진 초이(Eugene Choi)(이병헌 분)가 미공사관 영사로 조선에 들어오면서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고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애신(김태리 분)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처절하고도 슬픈 사랑 얘기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증오와 복수, 조선의 신분사회가 낳은 비극을 맛깔라게 버무린 전개도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였다. 그리고 덤으로 뛰어난 영상미가 보는 이로 하여금 빨려들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필자는 직업의식에서인지 드라마 내용중에 애신과 시내를 나온 함안댁이 당시 시내를 다니던 전차를 신기하게 보면서 “저 전거 때문에 인력거꾼 수입이 팍 줄었다 카대요. 진고개 눈깔사탕 때문에 엿장수는 아주 엿돼뿟고요”라고 얘기하는 장면에 꽂힌 적이 있다. 전통과 신문물이 뒤섞인 변화의 시대가 그 한마디에 농축되어 있었다.

실제 1899년 경성에서 전차가 처음으로 개통되었다. 당시 전차개통은 일본 동경보다 먼저였는데, 이는 일본 동경에서는 레일을 이용한 마차영업이 성행하였는데 이들의 반대 때문에 늦어졌다고 한다.

당연히 당시 조선에서는 인력거꾼들이 그냥 가만히 당하고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당시에 동업자 조직이 있었다면 분명히 전차의 도입을 반대하고 상소 등을 통하여 생계대책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든다.

그러나 실제 그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전차가 사람을 치어 죽였을 때 전차를 파괴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신문물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었을 것이다. 19세기초 영국의 기계파괴(러다이트) 운동과 같다고 할까?

한편 드라마의 배경이 된 시대보다 몇십년 전에 지구 반대쪽 영국에서는 세계최초의 교통법이 제정되었다. '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 줄여서 'Locomotive Act'가 그것이었는데, 이른바 '붉은 깃발법'라고 알려진 것은 1865년의 2차 개정법률이었다.

그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1. 최고 속도는 교외에서는 4mph(6km/h), 시가지에서는 2mph(3km/h)[3]로 제한한다. 2. 1대의 자동차에는 세 사람의 운전수(운전수, 기관원, 기수)가 필요하고, 그 중 기수는 붉은 깃발(낮)이나 붉은 등(밤)을 갖고 55m 앞을 마차로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 기수(旗手)는 보속을 유지하며 기수(騎手)나 말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예고한다.”(namu.wiki)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는 법이지만, 어쨌든 그러한 규제 때문에 영국은 최초로 자동차를 상용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 등에게 빼앗겼다는 평가가 있다. 혁신을 막은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2019년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타다 사건’이라는 것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였다. 자동차대여사업자인 쏘카와 브이씨앤씨라는 업체가 ‘타다’라는 앱을 통해 차량의 임차와 운전자 알선을 결합하여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제공한 것이 빌미가 되었다.

서울 개인택시조합에서는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사용하여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한 것이 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유상운송의 금지) 위반이라며 해당업체 대표를 고발하였다. 대규모 규탄 시위도 발생하였다.

그 후 자동차운수사업법은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던 예외규정을 법률로 상향조정하고,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경우에는 허용하되 관광목적으로 제한하고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 경우로 제한한다고 규정하였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21. 6. 24. 승차 공유 플랫폼인 '타다'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타다 이용자와 쏘카 사이에 전자적으로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렌트)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최종 무죄 판결을 하였다.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는 경우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고 한다. 위에서 마차를 대체하는 자동차의 등장이나, 인력거를 대체하는 전차의 등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타다서비스를 그 정도의 혁신이라고 보기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한 것은 사실이다.

혁신에 대하여 기존 업계는 혁신을 추구하거나 혁신자를 경쟁에서 이기거나, 인수 또는 배제적 전략을 쓰는 방법으로 대응한다. 혁신을 추구한다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지만 배제적 전략으로 쓰는 경우 혁신이 저해되고 경쟁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 2019년 공정위는 ‘타다 금지법'에 대해 공식 반대 의견 제출한 바도 있다.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경쟁정책은 경쟁법 위반에 대한 사후적인 제재 기능뿐만 아니라 사전에 경쟁주창(Competition Advocacy) 기능을 활성화하여 경쟁이 촉진되고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조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타다금지법의 배경에는 기존의 택시업계를 보호하려는 정책적 고려가 깔려 있을 것이다. 물론 경쟁정책과 산업정책은 조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쟁정책이 양보해야 할 산업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업계의 보호보다는 해당 산업 전체의 발전이나 소비자 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판단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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