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63)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남근석(男根石)은 민간에서 숭배 대상으로 전승되어온 성기 모양의 돌을 가리키는 용어로 많은 자손을 생산해 대를 이으려는 종족유지 본능이 담겨 있다.

남자의 생식기를 인위적으로 조각하여 세우거나 자연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암석을 대상으로 자식이 없는 부녀자가 자식을 낳기 위해 벌이는 여러 형태의 의례는 고대의 여러 문화와 신앙에서 나타난다.

또한 남근석은 풍년, 풍어, 자손만복 등을 기원하고, 질병이나 악신(惡神)으로부터 자신과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 민족고유의 남근숭배의 직접적인 신앙물이다.

지난 2016년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몽골 북부 항가이 산맥에 있는 톨보르-21 유적지에서 발견한 남근석 모습. 길이가 4.3 센티미터로 목걸이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몽골과학아카데미]
지난 2016년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몽골 북부 항가이 산맥에 있는 톨보르-21 유적지에서 발견한 남근석 모습. 길이가 4.3 센티미터로 목걸이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몽골과학아카데미]

男根石 문화는 원시시대부터 지역을 초월해 존재

이러한 남근 숭배신앙은 인류의 선사시대부터 남자의 성기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신비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원초적인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자손 번성이나 종족보존, 그리고 풍부한 생산력을 기원하기 위해 종교적으로 승화된 것으로 보인다.

남근석이라 할 때 그 형태는 대개 선돌, 또는 입석(立石)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 가장 많다. 때로는 거기에 조각을 가하여 실물을 남근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 남근석은 여자의 성기를 닮은 암혈(巖穴)이나 암석과 마주하는 곳에 자연 암석 상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남근 상징(phallic representation)의 조형물들은 세계적으로 비단 신앙의 대상을 넘어 예술품으로, 그리고 심지어 목걸이와 같은 쥬얼리 악세서리로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프랑스 고고학자들은 몽골 북부의 항가이 산맥(Khangai Mountains)에 위치한 톨보르-21(Tolbor-21) 유적지에서 남자의 성기(性器)처럼 보이는 길이 1.7인치(4.3 센티미터)의 물체를 발견했다.

6월 12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Journal)’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페니스 예술품으로 보이는 이 고대 작품은 몽골 과학 아카데미 소장품의 일부가 되었다.

인간의 성기를 모티브로 한 조각이나 회화와 같은 예술작품은 고대시대부터 많이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분석 결과, 이번에 몽고에서 발견된 이 페니스 펜던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들은 동일한 층의 유기물을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기술을 사용해 연대를 확인하고, 현미경 분석을 한 후, 이 구석기 시대 유물은 약 4만2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몽고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4만2000년 전의 남근석… 예술 장르로 진화

그리고 고대 몽골 장인들은 해부학적으로 정확한 남자의 페니스 조각을 만들기 위해 약 이곳에서 약 100km 떨어진 곳에서 얻은 흑연을 사용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연구를 이끈 프랑스 보르도 대학의 솔랑주 리고(Solange Rigaud) 교수는 과학 전문지 라이브 사이언스와 회견에서 "당시 흑연은 희귀한 물질이었고, 이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멀리서 왔고, 아마도 다른 유목민 그룹과 물물교환에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작품의 제작자가 펜던트를 조각하기 위해 흑연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며, 펜던트에는 소변을 운반하는 관인 요도를 묘사하는 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펜던트의 중간 부분을 가로지르는 홈이 있는데, 이 홈은 아마도 이 작품을 목걸이로 사용하기 위해 착용자에게 그 조각을 묶는 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펜던트가 부분적으로 파손되었지만 전체적으로 양호한 상태였다. 리고 교수는 "펜던트의 앞모습은 비교적 잘 보존된 반면 반대쪽은 마모가 심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착용자가 마모된 측면을 문지르기 때문일 수 있으며, 목에 펜던트를 매달았기 때문 몸에 자주 닿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 펜던트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남근(男根) 예술품으로 프랑스의 아브리 카스타네(Abri Castanet)에서 3만7000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여성 외음부 동굴 예술품을 포함해 인간 생식기 조각에서 "가장 오래된 성적인 의인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이 남근의 용도는 무엇일까? 단순한 예술작품이었을까? 연구팀은 이 작품 뒤에 숨겨진 전반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연구팀은 "정확한 기능을 아는 것은 어렵다. 물건의 주인은 자신의 집단 정체성을 보여주는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 신체 장식물을 착용했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의미도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유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남근 상징’인 남근석(男根石)일 수 있지만 가장 오래된 신체 장식품은 아니라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유라시아 고고학자들은 이미 13만년에서 15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예술품으로 동물의 이빨과 구멍 뚫린 껍질에서 유래한 개인 장식품을 발굴했다. 이 장소는 한때 네안데르탈인들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남자 펜던트 외에도, 고고학자들은 고고학 유적지에서 타조 알 껍질로 만든 펜던트와 구슬, 돌 펜던트와 동물 뼈 조각도 추가적으로 발굴했다.

에게 해 서남부 델로스 섬에서 발견된 고대 그리스의 남근석 벽화의 모습. 남근석은 풍요한 자손의 번식의 상징으로 지역을 초월한 세계적임 문화다. 
에게 해 서남부 델로스 섬에서 발견된 고대 그리스의 남근석 벽화의 모습. 남근석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지역을 초월한 세계적임 문화다. [사진= Mykonos]

남근의 영어 명칭 ‘팔루스(phallus)’는 다산과 풍요의 신앙으로 숭배

영어의 팔루스(phallus)는 발기한 남자의 음경, 음경의 모양을 한 물건을 의미한다. 남근상(男根像)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의 많은 장소, 특히 고대 그리스·로마의 유적에서 고대와 현대의 팔루스 조각을 볼 수 있다. 많은 고대 문명에서 팔루스 조각은 남성성의 상징화로 여겨졌다.

한편 팔루스는 고대 이집트 종교에서 오시리스 숭배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집트 신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신으로 사자(死者)와 부활의 신이며 이집트와 세계를 지배하고 다스리던 신들 가운데 왕이었다.

4남매 중 맏형으로 여동생인 이 아내로 맞이하고 이시스(Isis)를 아내로 맞이해 이집트 왕과 신으로서 군림하면서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시리스가 세계를 다스릴 때가 바로 황금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시기한 남동생 세트(Set)는 오시리스는 살해해 14토막으로 나눠 이집트 전역에 뿌려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자 아내 이시스는 시체 조각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시리스의 생식기는 나일강의 물고기가 먹어버리는 바람에 찾지 못하고, 대신 없어진 생식기는 진흙으로 빚어 대체하였다.

그래서 이집트에서 남자의 음경은 부활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다산의 상징이 된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