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오는 17일 제헌절 75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에도 제헌절을 무휴(無休)의 국경일로 맞이하게 되어 유감(有感)이 아닐 수 없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하였다. 작가 심훈이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에서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온 것이다. 이러한 광복의 순간은 일제 강점의 엄혹한 환경에서의 독립운동과 연합국의 승리에 따른 일본 패망의 산물이라면, 국가재건을 위한 헌법제정은 국민의 지지하에 국가지도 그룹의 집단적 지성이 만들어 낸 이성(理性)의 결과물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광복 이후 과도기적 미군정하에서 대한국민은 유엔의 감시하에 1948년 5월 10일 인구비례에 입각한 자유 총선거를 실시하여 제헌국회를 성립시켰다. 198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제헌국회는 그해 5월 31일 개원하였고, 6월에 헌법 및 정부조직법 기초위원회를 발족시켜 40일간의 심의를 거쳐 1948년 7월 12일에 대통령중심제와 단원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헌헌법을 의결하였다. 그해 7일 17일 이승만 국회의장이 서명·공포하여 대한민국 헌정사의 이정표가 되는 제헌헌법을 제정하였다. 헌법의 아버지들은 해방 후 극심한 정치적 혼란상황에서 독일 바이마르공화국헌법 등을 참고하여 대한민국 국가체의 근간이 되는 제헌헌법을 탄생시키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제헌절 7월 17일은 제헌국회 이승만 국회의장이 1948년 7월 12일 국회에서 의결된 대한민국 헌법의 서명과 공포식을 조선 태조 이성계가 건국한 7월 17일에 맞추어 거행하여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국가공동체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제정하고 시행한 국가재건의 날의 의미를 지닌다.

국회와 정부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과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입헌국가의 초석(礎石)을 놓은 제헌절을 법정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헌법이념과 자유·평등, 기본적 인권 및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헌법가치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국경일로 그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국회는 매년 7월 17일 제헌절 기념행사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공휴일이 아니라서 다른 국경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진다. 그동안 양식 있는 여러 국회의원이 제헌절의 법정공휴일 재지정을 위한 입법적 노력을 지속해 온 것은 사실이다. 국회와 지난 정부는 광복절과 취지와 이념이 겹친다는 궁색한 반대 논리로 2021년 7월 7일에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도 제헌절의 공휴일 재지정의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였다.

제헌절 7월 17일은 제헌국회 이승만 국회의장이 1948년 7월 12일 국회에서 의결된 대한민국 헌법의 서명과 공포식을 조선 태조 이성계가 건국한 7월 17일에 맞추어 거행하여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국가공동체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제정하고 시행한 국가재건의 날의 의미를 지닌다.

독일의 경우 국가 최고의 국경일은 독일통일의 날 (Tag der Deutschen Einheit)인 10월 3일이다. 역설적으로 우리의 개천절이 독일이 재통일을 이룩한 날이다. 동서독으로 분단된 독일은 동독주민의 민주화운동으로 베를린 담벼락이 붕괴된 1989년 11월 9일 이후 1년이 채 안되는 햇빛이 내려쬐는 절호의 기회에 조약(Vertrag)의 방식을 적극 활용하여 1990년 10월 3일 법적인 통일을 이룩하였다. 그날은 통일조약에 따라 동독의 5개 주가 서독기본법 제23조에 따른 서독 연방에 가입하는 독일 기본법(GG)의 개정의 효력이 발생하는 날이다. 매년 10월 3일 독일은 재통일의 국가적 과업을 이룩한 것을 성대하게 기념하고 있다. 독일 연방 상원의장이 주관하는 독일통일의 날 기념행사에는 독일 하원의장이 참석하거나 연방 총리 또는 연방 대통령이 참석하여 경축사를 하는 등 매년 주최도시를 달리하며 다채롭게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독일통일의 날은 법정휴일이다. 따라서 그날 원칙적으로 근로금지가 오전 0시부터 24시까지 적용된다(독일 기본법 제140조, 근로시간법 제9조 제1항).

일본의 경우 1948년 「국민의 축일에 관한 법률 (약칭 축일법(祝日法)」을 제정하였다. 일본은 축일법에서 일본국 헌법을 공포한 날이 아니라 그 시행일인 5월 3일을 헌법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축일법 제3조 제1항에서 “국민의 축일은 휴일로 한다”고 규정하여 헌법기념일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의 축일이 법정 공휴일에 해당한다.

우리는 1949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의 제정 당시부터 제헌절은 4대 국경일의 하나로 정해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국경일인 제헌절이 공휴일로 지정오다가 2005년 노무현 정부시절 위 대통령령을 개정하여 공휴일에서 제헌절을 제외하여 2008년부터 달력에서 제헌절은 평일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으로 표시되었다. 19대 국회 이래 여야 국회의원이 제헌절을 공휴일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여러 차례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과 2차례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촉구결의안을 제출하였으나, 국회는 이를 외면하였다. 더구나 행정부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손쉽게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을 할 수도 있었는데 수수방관하며 이를 사실상 방치하였다. 현재 우리의 국경일은 3. 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그리고 한글날이다. 한글날도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공휴일에서 빠졌다가 2014년부터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포함하여 법정공휴일이 되었고 제헌절만 국경일 중에 외톨이로 남아있다. 이로써 현대적 입헌국가의 헌법제정을 기념하는 제헌절의 의미는 반감되었고 그 위상은 축소의 내리막 길을 걸었다.

국회와 정부는 독일과 일본의 외국 입법례를 참고하여 「공휴일에 관한 법률」과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입헌국가의 초석(礎石)을 놓은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하여야 한다. 이를 계기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헌법이념과 자유·평등, 기본적 인권 및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헌법가치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국경일로 그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김용섭 박사 
김용섭 박사 

◆ 김용섭 박사 프로필
- 경희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석사)
-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16기 수료
- 독일 만하임대 대학원 졸업 (법학박사)
- 법제처 행정심판담당관
- 한국법제연구원 감사
- 법무법인 아람 구성원 변호사
- (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변호사
- (현) 국회 입법지원위원,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 (현) 한국행정법학회 회장, 한국조정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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