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64)

코는 사람의 얼굴에서 매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나 이 멋들어진 우리 인간의 코가 현생 인류 조상이 아니라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의 코 유전자를 이어받은 것이라는 과학적 연구가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코는 사람의 얼굴에서 매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나 이 멋들어진 우리 인간의 코가 현생 인류 조상이 아니라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의 코 유전자를 이어받은 것이라는 과학적 연구가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어떻게 생긴 코이든 간에 인간의 코는 분명히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한 유인원들에 비해 오뚝하게 높아서 보기가 좋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침팬지는 DNA의 약 98%를 사람과 공유하지만 생김새는 전혀 다르다. 특히 코가 사람과 비교하면 너무 납작해 볼품이 없다.

영원한 명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에서 “코를 어디에 두어야 하나요?”라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가슴에 남는 명 대사만이 아니라 코의 아름다움에 얽힌 낭만적인 애정의 일화들은 너무나 많다.

코, 인간의 매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코는 사람의 얼굴에서 매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나 이 멋들어진 우리 인간의 코가 현생 인류 조상이 아니라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의 코를 이어받은 것이라는 과학적 연구가 나왔다.

7만여년 전 발생지인 아프리카를 떠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해 물려받은 유전자가 콧날이 오뚝하게 높아지는 데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당시 각 지역에 살던 호미닌(hominin: 인간의 조상 종족)과 짝짓기 해 서로 일부 유전자를 교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현재 일부 지역 사람들의 게놈에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1∼2% 섞여 있고, 일부 지역 사람들은 데니소바인 DNA를 1∼6%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버그만 배우, 클레오파트라 모두 네안데르탈인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 백만 달러의 코가 그들은 역사 명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또 코 높이는 성형수술은 누구나 하는 아주 보편적인 수술이다. 어쨌든 때로는 거만하고 도도하게 보이는 뾰족한 코가 네안데르탈인이 물려준 것이고, 그 유전자를 지금도 품 안에 안고 있기 때문에 유인원 하고는 전혀 다르게 폼을 잴 수 있게 되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중국 푸단대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크고 높은 코가 현생 인류에게 전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부학적으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북쪽의 네안데르탈인과 합류한 후,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를 하면서 지금의 인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진은 독일 '메트만 네안데르탈인 박물관'의 네안데르탈인 모형 [사진=NPR]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 그리고 적응하면서 오늘날 ‘코’가 탄생

이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들은 추운 기후에서 그들 주변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따뜻하게 하고 촉촉하게 할 수 있는 높은 코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자연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는 하나의 적응이다.

해부학적으로 현생인류(Homo sapiens)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북쪽의 네안데르탈인과 합류한 후, 네안데르탈인과 교접을 하면서 이들에게 더 큰 코 유전자를 선물 받았다는 연구다.

과학자들은 라틴 아메리카인, 혼혈 유럽인,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 원주민의 혈통을 갖고 있는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페루에서 모집한 6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의 DNA를 분석한 후에 그들의 유전 정보를 그들의 얼굴 사진과 비교한 후에 이 발견을 하게 되었다.

이 연구는 지난 5월 8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 생물학(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되었다.

사람의 코의 높이와 각 얼굴의 다른 점들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 후에, 연구팀은 그러한 특징들이 특정 유전자 표지(markers)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 데이터들을 비교했다. 특히 코끝과 입술 가장자리 사이의 거리를 살폈다.

연구팀은 얼굴 특징과 일치하는 33개의 새로운 게놈 영역을 성공적으로 식별했다. 특히 ATF3는 네안데르탈인의 기원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코 높이를 정의하는 유전자이기도 하다.

푸탄 대학 연구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이 조상인 참가자들이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유전자에 코를 높이는데 유전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유전자가 코를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코, 숨 쉬는 공기 온도와 습도 조절에 맞게 진화

그들은 "이 유전자는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몸을 섞으면서,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도록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후손에게도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 코의 모양은 자연선택에 의해 결정된다고 오랫동안 추측되어 왔다. 우리의 코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모양의 코는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던 다른 기후에 더 잘 맞을 수 있다”고 그들은 덧붙였다.

푸탄 대학 연구진은 "우리가 여기서 확인한 유전자는 아마도 우리 조상들이 아프리카를 떠나면서 인간이 더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2021년, 같은 연구팀은 사람의 각기 다른 입술 모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확인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들은 인간의 입술은 3만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니소반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피사베이] 
이에 앞서 2021년, 같은 연구팀은 사람의 각기 다른 입술 모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확인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들은 인간의 입술은 3만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니소반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피사베이] 

이에 앞서 2021년, 같은 연구팀은 사람의 각기 다른 입술 모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확인한 연구를 수행했다.

TBX15라고 불리는 이 유전자는 데니소반인(Denisovans)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그들은 아시아에 살았고 약 3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섹시한 입술은 데니소반인에게 물려받아

데니소반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교배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이 유전적 특성인 오늘날 인간의 입술모양을 이어갔다. 아시아인들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ATF 3의 높은 코”를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수천 년 전에 더 큰 코의 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UCL의 통계 유전학자 카우스튜브 아디카리(Kaustubh Adhikari) 교수는 "더 추운 기후에 살 때, 우리의 콧구멍은 더 좁아져서 찬 공기가 폐에 닿기 전에 따뜻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 네안데르탈인 게놈 염기서열이 밝혀진 후 현생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유전자 교환이 있었음이 밝혀졌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 DNA가 우리 얼굴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이 이미 살고 있던 유럽 추운 지역에 왔을 때, 그들과 함께 짝짓기를 했고, 이러한 유전적 혜택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서 적응에 한 발짝 더 내딛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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