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선동에 목숨 거는 체제 특성
철저한 사전 검열에 구멍 뚫려
“빗길 샌들 차림은 건강 이상 징후”

지난 11~12일 주요 군수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갑차에 올라 조종간을 잡고 있다. 오른쪽 흰색 상의는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 담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11~12일 주요 군수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갑차에 올라 조종간을 잡고 있다. 오른쪽 흰색 상의는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 담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북한은 선전·선동을 중시한다. 체제와 직결된 문제, 특히 최고지도자인 이른바 ‘수령’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목숨을 건다.

전체주의 체제에서 3대 세습까지 거치다보니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식의 극단적인 인식이 퍼져있고, ‘결사옹위’나 ‘체제수호’ 같은 구호도 넘쳐난다.

사건·사고 보도를 찾아보기 힘든 북한 매체에서 예외적으로 등장하는 화재나 선박 침몰, 갱도 붕괴 등의 소식은 “죽음의 순간에도 수령님의 초상화를 지키기 위해 품에 안고 장렬하게 숨을 거두었다”는 식의 내용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나 관영 조선중앙TV와 라디오, 관영 통신인 조선중앙통신 등이 ‘혁명의 선전도구’로 중시되는 것도 북한의 이런 체제 특성에 기인한다.

당 선전선동부가 노동당의 핵심 기구로 자리하고 있고, 김정은이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을 거론하며 낯간지러운 칭찬의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과 관련한 이른바 ‘1호 기사’는 철저한 검열이 기본이다.

노동신문에 실리는 기사와 사진은 사전에 선전선동부 등이 꼼꼼히 살피고, 당사자인 김정은이 직접 대장을 본 뒤 오케이 사인을 내줘야 인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전협정 체결 70주 열병식의 경우도 북한TV는 이튿날 오전에서야 관련 영상을 녹화로 공개했다.

생방송 등을 할 경우 자칫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거나, 김정은의 영상 등에 문제가 생기는 치명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꼼꼼한 사전 조치를 거치고 오랜 기간 노하우가 쌓인 노동당의 베테랑 간부들이 관여하는 김정은 관련 선전·선동이지만 가끔 뜻밖의 결과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이달 중순 김정은의 군수공장 방문도 그런 경우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보도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주요 군수 생산 시설을 ‘현지지도’ 했다면서 여러 장의 관련 사진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신형 장갑차를 모는 장면이 포함됐다.

물론 직접 독자적으로 운전을 하는 건 아니고 운전병이 모는 전차의 조수석에 타고 폼을 잡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장갑차 앞부분에서 조종간을 잡은 김정은의 경우 얼굴만 겨우 드러난데 비해 차량 위에 올라탄 노동당 간부의 경우 크게 부각된 모습으로 드러나 언뜻보면 누가 최고지도자인지 모를 정도의 상황이 연출됐다.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등 무기 개발을 주도하는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 담당 부부장(차관급)에게 더 시선이 쏠린 것이다.

더욱이 김정식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똑같은 스타일의 흰색 상의를 차림이라 구분이 더 어려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북한 선전선동 담당 간부와 선전매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없애거나 숨기기 어려운 김정은의 행동이나 스타일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안변 지역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빗속에서 샌들차림을 한 김정은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안변 지역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빗속에서 샌들차림을 한 김정은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사진=연합뉴스]

엄청난 흡연가인 김정은이 27세의 나이에 최고지도자에 오르자 북한은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북한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것을 우려해 손에 잡고 있는 담배를 지워버리거나 편집했다.

그런데 위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제대로 지우지 않아 어정쩡한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지역을 시찰한 김정은은 여름용 가죽샌들 차림이었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비가 내려 진흙탕인데도 발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신발은 신은 것이다.

김정은의 이런 모습을 두고 “당뇨성 질환 등으로 구두를 신지 못하기 때문”이란 국가정보원의 분석과 의사들의 소견이 나오면서 건강이상설이 확산되지만 북한의 선전선동부가 감당하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