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관리와 절제의 처신, 후학들에게 귀감 사기에 충분'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의 삶 돋보여

행정법학자인 성균관대 로스쿨 배병호 교수(변호사)가 정년을 맞아 이를 축하하기 위한 기념행사가 19일 오후 성균관대 교수회관에서 열렸다. 한국행정법학회 회장으로 이날 행사에 초청받은 필자는 하사(賀詞)를 통해 배 교수와의  40여년 인연과 법학자로서의 그의 삶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편집자 주>

【뉴스퀘스트=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전통을 중시하는 유림(儒林)의 터전인 이곳 성균관대 덕암(德巖) 배병호 교수 정년기념봉정식장에서 한국행정법학회를 대표하여 축하의 말씀을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덕암선생과는 1984년 무렵 서울대 대학원에서 지도교수이신 남하(南河) 서원우 교수님 밑에서 함께 지도받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약 40년 정도 흘러 세월이 유수처럼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덕암선생과는 행정법학의 도반(道伴)으로 막역한 친구사이지만 서로 존칭을 사용하였다. 담백하게 우정을 나누었으며, 학회의 활동과 일상에서 고락(苦樂)을 함께하였다.

교수라는 직업은 반은반사(半隱半仕),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공직도 아니면서 또 다른 하나의 성과 같은 독립된 관청이 바로 대학교수이다. 덕암 선생은 상아탑에 16년 이상 머물며 독자적 아성을 쌓았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활동기 전반 16년을 변호사로, 후반 16년을 대학교수로 후학양성과 연구, 교육 그리고 사회봉사를 하면서 모교에서 대학교수의 정년을 맞이한 것은 그의 삶의 행로에 빛나는 행운이라고 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동료학자이며, 친구인 덕암선생의 덕성(Arete)을 알리고, 학회활동과 등산을 함께하며 교류했던 추억을 회상하려고 한다. 맹자(孟子)가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다(友也者, 友其德也)”라는 말을 하였다. 이는 벗을 사귈 때 상대방인 친구의 인품과 심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친구를 위한 최고의 덕은 공손함이다. 공손함은 일정한 거리의 유지이고, 서로의 생각이 달라도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자세라고 할 것이다. 천금(千金)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진정한 벗은 얻기 어렵다.

덕암선생이 16년간 대학에 머물며 수많은 제자를 변호사와 법조인으로 배출하고 학위과정을 지도하였다. 그 자체가 큰 덕의 베품이고 큰 성과라고 할 것다. 덕암선생의 활동에 대하여는 연보(年譜)에 자세히 나와 있어 간략히 언급하겠다.

덕암선생은 1984년 3월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하여 행정법으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에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17기를 수료한 후, 국회도서관 입법자료 분석관(4급상당)으로 근무하였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변호사활동을 하면서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니는 학구적인 자세를 견지하여 2000년 2월 지도교수인 중범(中凡) 김동희 교수님 밑에서“공법상 환매제도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덕암선생은 행정법이론, 입법학, 토지공법, 환경법, 행정소송법 관련 주옥같은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2019년 동방문화사에서 “일반행정법강의”라는 교과서를 출간하기도 하였다. 덕암선생은 행정법이론실무학회 회장과 한국입법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한국행정법학회 부회장 등 다수 학회의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대외활동 중에서 주목할 경력으로는 국회입법지원위원, 행정안전부 고문변호사,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위원 및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 위원, 법제처 법령해석심의회 위원 등을 들 수 있다. 대통령 표창과 다수의 감사패를 받은 점에 비추어 대외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행정법학회 창립 초기의 에피소드를 밝히려고 한다. 청담(晴潭) 최송화 교수님이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은사님인 최 교수님이 필자한테 총무이사를 제안하여, 적임자로 덕암선생을 추천하여 흔쾌히 수락을 받았다. 당시 기획이사를 맡아 회장님을 보필하며 함께 집행부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행정법학회 2011년 제2회 학술대회는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후원으로 “로스쿨시대의 행정법교육”이라는 주제로 성균관대에서 개최되었다. 다수의 학자가 참여하였는데, 당시 덕암선생은 “변호사시험에 있어 행정법분야의 출제방향”에 대하여 발표하였고, 필자도 “로스쿨에서의 행정법 교육의 현황과 과제― 헌법과 행정법의 융합교육을 포함하여 ―”라는 주제로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행정안전부로부터 “민원사무체계 재정립 등 민원법령 개선방안 연구”라는 한국행정법학회의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연구책임자는 덕암선생이, 필자는 공동연구원으로 함께 연구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제7대 한국행정법학회 회장이 되어 학회 부회장까지 마친 덕암선생께 연구윤리위원회의 위원을 맡아주십사 부탁드렸는데, 대인배처럼 흔쾌히 수락하여 고마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덕암 선생과 등산할 기회가 많았는데,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제자 사랑이 남달랐으며 여행을 매우 즐기며 산행도 즐겨하지만, 특히 법학자 중에서 중국에 가장 많이 여행한 사람 중의 한사람일 것이다. 등산할 때 앞서 가는 것을 보면 성격은 급한 것 같으나, 생각은 깊고 배려심이 있으며 대인관계가 원만한 호인형 학자라고 할 것이다.

학술대회와 관련하여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대하여 문제점이 있음에도 다수학자가 침묵하는 것 같아 필자가 한국국가법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정현(淨賢) 박윤흔 총장님을 기조발제자로, 덕암선생 등을 주제발제자로 부탁드려 다양한 관점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2019년 전북대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덕암선생은 “탈원전 정책에 관한 공법적 검토”를 발표하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지난 정부에 다소 급히 제정된 행정기본법에 대하여도 입법의 과정과 내용에 대하여 비판적 관점에서 기술한 “행정기본법의 평가와 과제”를 성균관법학에 발표하는 등 뚝심 있는 학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대학교수가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폴리페서(polifessor)가 되어 현실정치에 참여하거나 정치판에 뛰어들어 들러리가 되거나 망신당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덕암선생은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않고 대학교수의 직분에 충실하며 보여준 자기관리와 절제의 처신은 후학들에게 귀감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대학에서의 정년은 강단(講壇)이라는 유한세계에서 강호(江湖)라는 무한세계로 진출하는 과정이다. “교수에게는 정년이 있고, 학자에게는 정년이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지만, 정년은 하나의 문이 닫히고 다른 문이 열리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의 인덕이 있는 덕암선생의 정년을 축하하고, 교수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변호사로 다시 복귀하여 제2의 인생 황금기를 맞이하기를 축원한다. 덕암 선생의 가정에도 행복과 평안 그리고 기쁨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끝으로 덕암 배병호 교수 정년기념논문집 성균관법학 제35권 제2호 (1)에 옥고를 내 주신 집필자분과 성대한 정년기념봉정식의 자리를 마련한 성균관행정법학회 회원분들의 성의와 제자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변호사)

◆ 김용섭 박사 프로필

- 경희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법학석사)
-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16기 수료
- 독일 만하임대 대학원 졸업 (법학박사)
- 법제처 행정심판담당관
- 한국법제연구원 감사
- 법무법인 아람 구성원 변호사
- (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변호사
- (현) 국회 입법지원위원,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위원
- (현) 한국행정법학회 회장, 한국조정학회 명예회장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