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제'는 무분별한 형벌 적용 견제 장치
형벌이 최선은 아냐...축소 방향으로 진행 중

 2013년 9월 24일 서울중앙지검 박정식 제3차장 검사가 고검 기자실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 담합'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지검은 보(洑)와 둑, 댐 등 4대강 사업의 공사에서 경쟁 입찰을 가장하고 투찰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대형 건설업체 11곳의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
 2013년 9월 24일 서울중앙지검 박정식 제3차장 검사가 고검 기자실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 담합'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지검은 보(洑)와 둑, 댐 등 4대강 사업의 공사에서 경쟁 입찰을 가장하고 투찰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대형 건설업체 11곳의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 우리나라 공정거래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조항은 유난히 많다. 아마 세계적으로 형벌조항이 가장 많은 입법례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그나마 지난 2020년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시 형벌과 적합하지 않은 일부 규정에 대하여 형벌을 폐지하여 다소 완화가 되었다.

그러나 입법 당시부터 무분별한 형벌 적용을 다소나마 견제하기 위하여 이른바 ‘전속고발제’라는 제도를 도입하였고, 그 기본 골격은 지금까지도 유지가 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129조에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전속고발제의 근거조항이다. 즉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하려면 공정위의 고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핵심적 내용이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모든 형벌규정은 아니고 제124조와 제125조의 죄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 행위가 전속고발제의 대상이 되지만, 예를 들어 지주회사 신고 관련, 주식소유 현황 또는 채무보증 현황의 신고 관련, 허위 감정의 경우에는 공정위 고발 없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전속고발제는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 대리점법에서도 도입되어 있다.

이 제도는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동법은 「셔먼법 (Sherman Act)」을 모방한 제3조(부당거래제한/독점화)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되 전속고발제를 도입한 것이었다.

당연히 경쟁법에 형벌규정이 없는 경우는 전속고발제라는 제도가 애초에 필요가 없는데, EU, 독일 등 형벌규정이 아예 없는 경우가 다수이지만, 일부규정에만 두고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입법례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나 일본 외에 형벌규정을 두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1890년에 세계최초의 반독점법인 ‘셔먼법(Sherman Act)’를 제정하였는데, 당시에는 ‘경쟁법(Competition Law)’이란 관념자체가 매우 희박하여 반 독점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이 불가피하였고, 그 집행도 법무부(DOJ)가 담당하게 되었다.

그후 경쟁이란 관념이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형성되었고, 1914년에는 ‘연방거래위원회법(FTC Act)’과 ‘클레이튼법(Clayton Act)’이 제정되어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하였고, 경쟁당국으로서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이원적 체제는 지금까지도 그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

전속고발제도는 공정거래위반 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경쟁당국의 1차적인 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경쟁당국에 1차적 판단을 맡기는 제도는 그 제도의 취지와 달리 많은 불신과 비판을 받아왔다.

1995년 ‘에이스 침대 고발권불행사 위헌확인 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은 것은 기업활동 위축방지의 필요성, 형벌의 보충성 원칙에 비춰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행위의 위법성과 가벌성이 중대하고 피해의 정도가 현저하여 형벌을 적용하지 아니하면 법목적의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봄이 객관적으로 상당한 사안에 있어서는 공정위로서는 그에 대하여 당연히 고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1996년 공정거래법 개정 시 공정위가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필요적으로 고발을 하도록 하고, 검찰총장도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하였다.

그리고 2013. 7. 26. 법 개정시 ‘의무고발제’를 도입하였는바, 검찰총장 이외에도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달청장은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이 미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정도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고발요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반드시 고발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의무고발제도는 전속고발제 폐지주장에 대한 대안으로, 임시 봉합된 제도인데, 의무고발제도에서 고발 사유로 하고 있는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미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정도는 ‘경쟁질서의 현저한 저해’라는 기준과는 다른 것으로 제도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의무고발제가 도입된 데는 소위 2012년 ‘4대강 담합사건’에서 고발을 하지 아니한 공정위의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그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필자의 4대강 담합 조사결과 발표(2012)
필자의 4대강 담합 조사결과 발표(2012)

2012년 ‘4대강 담합사건’을 처리할 당시 담당 카르텔조사국장이었던 필자는 공정위의 결정에 대하여 쏟아진 비판의 십자포화 한 가운데 있었다. 물론 위원회의 결정이었지만 심사관인 필자까지도 비판을 온몸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당시 ‘4대강’ 이라는 정치적 휘발성이 강한 사건을 다루는 데서 오는 혼란이었지만, 당시 언론과 국회의 비판의 핵심은 공정위에게 고발권 행사의 재량을 주어서는 아니된다, 즉 전속고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었다. 논란끝에 ‘의무고발제’로 절충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도 대통령 선거때마다 전속고발제 폐지가 공약에 등장하는 등 정치적 단골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직접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대신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즉 검찰에서도 지난 2020년 12월 형사리니언시제도를 도입하여 직접 자진신고도 받고 수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가구입찰담합사건’이 형사리니언시를 통해 수사에 착수한 최초의 사건이다.(김윤후, 공정거래 형사집행의 최근현황 및 쟁점, 2023.9 경쟁포럼)

전속고발제는 공소제기의 전제조건이 공정위 고발이라는 것이지, 검찰의 직접 수사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것이다. 다만 전속고발제 취지와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검찰이 먼저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는 경우, 추후 공정위의 행정제재와 관련한 업무협조체계가 미비된 점도 향후 보완해야 할 과제이다.

어쨌든 공정거래와 형벌의 문제는 일의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형벌이 필요없다고 하기도 어렵고, 반대로 공정거래제도의 특수성도 고려하여야 한다.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어쨋던 우리나라도 형벌규정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경쟁법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형벌이 최선은 아니다.

행정제재와 예방, 사적 구제 등 같은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어야 한다.

노자(老子)는 말한다: “天網恢恢 疏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한없이 크고 또 너르다. 성글성글한데도 놓치는 법이 없다.”

그리고 전속고발제 문제도 형벌규정의 축소문제, 의무고발제의 정합성 문제 등과 연계하여 존폐 또는 완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해당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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