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와인 품평회의 원조 와인 컨슈머 리포트 변천사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지난 칼럼까지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과 와인전문잡지 그리고 와인 품평회들과 국내의 와인 품평회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명이 평가하든 5~7명의 패널단이 구성되어 평가하든 평가자들이 전부 와인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전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비비노(VIVINO) 하나인데 이것은 또 전문가 평가가 없다 보니 평가자 숫자가 작을 경우 평가 점수의 신뢰감이 떨어지고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전체 평균인 3.6 정도 즉 다른 전문가 평가로 하면 88~90점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이 비비노의 가격은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맞는 경우가 많다.

현지 생산국의 가격이 많이 반영되다 보니 실제 소비자가보다 아주 싸게 가격이 등재되어 있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와인수입사나 소매상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사실은 아닌데. 

또 유명와인들은 평가가 많으나 소규모나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혹은 신생 와이너리들의 와인들은 평가 자료가 없거나 소수여서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에 이런 것들을 보완하여 전문가와 소비자들이 함께 평가하여 각 카테고리별로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새로운 방식의 와인 평가회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당연한 사고의 흐름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실제로 이런 방식의 와인 평가 제도를 만들어 시행한 것이 ‘와인 컨슈머 리포트(Wine Consumer Report)’다.

그것도 대형 언론사와의 협업을 통해 그 결과를 보도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동시에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에 이것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와인 컨슈머 리포트 변천사를 보면 우리나라 와인 문화의 확산의 과정을 엿볼 수 있기도 하고 한국 와인 시장의 변화의 과정을 엿볼 수도 있다.

현재 진행중인 와인 컨슈머 리포트는 시즌 4.0다.

시즌 1.0은 2010년 1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총 30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2010년은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와인 수입액이 2008년 166백만불에서 2009년 112백만불로 32%나 급격히 감소한 상태에서 2009년과 거의 같은 수준인 113백만불 수입에 불과하여 소위 전고점 회복이 요원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 문화의 확산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와인 소비자들의 선택을 편하게 해주고 중소 와인 수입사들에게 균등한 와인 브랜드 홍보의 기회를 제공하여 와인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와인나라와 중앙일보가 의기투합하여 와인 컨슈머 리포트를 진행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와인 시장은 컨슈머 리포트를 시작한 직후인 2011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성장하기 시작해서 그 해에 132백만불이 수입되었고 30회차로 마무리하게 된 2013년도에는 확실하게 전고점을 뚫고 171백만불이 수입되었다.

이 시즌 1.0에서는 프리미엄 와인인 고가 와인들에 대해서는 해외의 와인 평가 자료가 많지만 

소위 초보자 시장이자 데일리 와인 시장이라고 불리우는 5만원대 미만의 와인들에 대한 평가자료는 전무하다시피 하여 이들을 위주로 평가했다.

와인문화가 대중화되고 성숙된다는 것은 결국 데일리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기에 그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주제별로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가능한 한 모든 와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구매하여 평가하였는데, 직접 구매한 이유는 주제별로 이미 인지도면에서 1등을 하고 있는 기존 브랜드의 경우 참여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에 소비자에게 공정한 평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이들도 포함시키기 위함이었다.

당시만 해도 ‘라벨을 마신다’는 표현이 통할 정도로 유명 와인 위주로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와인의 보다 다양한 맛과 향의 세계에 대한 소개와 선택에 대한 용기를 주기 위한 평가자료가 필요한 시기였다. 명품와인도 와인병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반드시 좋은 평가가 나오지는 않는다. 소위 계급장 떼고 한번 붙여보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될 테니. 그리고 당시에만 해도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이들이 최대한 많은 유사한 와인을 한곳에서 평가할 기회를 갖게 되어 비교 감각이 생기고 맛과 향에 관한 감각 훈련과 표현 훈련을 하는 계기도 제공하게 되는 것이었다.

평가자들은 전문가패널 최소 10~15명, 일반 애호가 패널 10~15명으로 구성하였고 특히 전문가패널은 국내에서 객관적으로 와인업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전문가들로만 위촉하여 와인업계 사람들이나 일반 소비자들이 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권위를 인정하도록 하였다.

그래도 이유 없이 반발하는 일부 수입업체가 항의를 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와인 시장이 확실하게 커지면서 그 회사도 커졌기에 웃으며 공개할 수 있는 가십거리가 될 정도의 분위기는 된 것 같다.

​그리고 통계의 유의미한 결과를 위해 전문가 패널 30명, 애호가 패널 30명 수준은 매회차 마다 유지했다.

평가 결과는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의 점수를 합한 종합순위 Top10,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 그룹 각각의 Top10 등 3가지 유형으로 발표하여 소비자들이 참고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의 선호도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고 그것은 실제 결과로도 입증되었다.

처음 예상은 그래도 전문가와 일반애호가의 평가결과가 최소 60~70%는 겹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2~30%만이 겹치고 나머지 7~80%는 겹치지 않았다. 그것도 30회 내내.

결국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들의 선택 기준이 달랐다는 것이다.

일반 애호가들은 와인 생산자들이 대중적인 입맛에 맞도록 설계된(?) 와인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고 전문가들은 놀라울 정도로 이것을 다 피해서 독특하고 개성있는 와인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연말에는 매월 Top10에 선발된 와인만을 가지고 다시 왕중왕 전을 하여 주제를 넘어서서 명실상부한 왕중왕 전의 상품들을 선발하기도 하여 흥미요소도 추가하였다. 

​* 시즌 1.0의 입상 사례를 잠시 살펴보면 이렇다.

-  1회차 2만원대 이탈리아 와인 : 발비 소프라니 모스카토 다스티 2009 

Balbi Soprani Moscato d’Asti

- 2회차 1~2만원대 미국 와인 : 켄우드 2007 Kenwood red 2007

- 3회차 1만원대 프랑스 레드와인 : 종합 & 전문가 1위 : 라시부아즈 레드 (La Ciboise Red)

- 6회차 3~4만원대 칠레 와인 : 아르볼레다 시라 Arboleda Syrah

- 15회 5만원~2십만원 끼안티 레드 와인 : 종합 1위 : 마르케제 안티노리 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Marchese Antinori Chianti Classico Riserva)

- 19회차 1만원~3만원 샤르도네 와인 : 종합 1위 : 캔달잭슨 아방트 샤르도네 (K/J Avant Chardonnay)

- 22회 5만원 이상 스파클링 와인 : 종합 & 전문가 1위 : 체치 트레디테레 베르디아네 스푸만테 (CECI Tre di Terre Verdiane Spumante)

- 30회 3만원~5만원 샤르도네 : 종합 & 전문가 1위 :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샤르도네 2011 (ERRAZURIZ MAX RESERVA CHARDONNAY)

​당시만 해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와인들을 이제는 어디선가 들어봤거나 본 적이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지금 독자들이 많이 알고 있는 브랜드들은 대부분이 이 때 입상했던 와인들이다.

● 30회차 중앙일보 기사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12556977 
● 30회차 중앙일보 기사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12556977 

2.0버전은 국내 와인 소비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고 판단되어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에 관한 안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던 2014년도에 짧지만 임팩트 있는 주제로 4개월에 걸쳐 일반 소비자들이 즐겨 먹는 한식 요리와 와인과의 궁합에 대해 국내 유명 와인 전문가들과 요리 전문가들로 패널을 구성하여 진행하였다.

이 때 주제가 봄철 한식요리와 와인, 각종 비빔밥에 어울리는 와인, 돼지고기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 닭고기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 등으로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식 요리와 와인과의 궁합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 ‘캔달 잭슨' 만난 나물비빔밥, 고소함이 더하네요 | 중앙일보 기사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14651922
● ‘캔달 잭슨' 만난 나물비빔밥, 고소함이 더하네요 | 중앙일보 기사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14651922

* 시즌 2.0의 주제와 평가 결과를 잠시 보면 다음과 같다.

- 멍게 비빔밥 : 샤토 보네 화이트

- 나물 비빔밥 : 디아블로 소비뇽 블랑

- 곰나물 비빔밥 :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 족발 : 카멜로드 몬테레이 피노누아

- 삼겹살구이 : 아발론 캘리포니아

- 두루치기 : 트림바크 게브루츠 트라미너

- 삼계탕 : 디아블로 소비뇽 블랑

- 닭갈비 : 산타크리스티나 레드

- 매운닭발 : 피오체사레 모스카토 다스티

시즌 3.0은 2016년 11월부터 진행되었다.

1987년 11월 주류 수입면허가 민간에게 개방된 지 만 30년이 되는 2017년을 맞이하여 와인 수입규모가 2억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2015년 189.7백만불)에서 그 동안 와인 소비 시장의 괄목한 변화에 주목하여 보다 상세한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와인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전문가 패널을 통한 전문가들의 와인 평가와 함께 국내에서는 최초로(세계에서도 최초일 것 같다.) 일반 소비자 100명을 패널로 참가시켜 소비자의 성별, 연령대별, 와인 음용 경력별로 세분화하여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명실상부한 컨슈머리포트가 된 셈이다. 이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의 다양한 와인에 대한 시음 선호 욕구를 해결해주는 한편 소비자들이 직접 와인 선별에 참여하도록 하는 ‘컨슈머천다이저’의 역할을 하게 하고 동시에 단순한 시음을 넘어 다양한 와인의 시음이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시음 후의 추가 행사도 개최하여 진행하였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통계자료 확보를 위해 패널들의 신중한 평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매번 소정의 그러나 저렴한 패널 참가비를 받는 방식도 도입하였다.

​이 시즌 3.0은 와인소풍㈜의 전신인 와인정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와인나비를 운영하는 ㈜비노랩과 와인나라, 그리고 중앙일보가 함께 진행하였다.

이 시즌 3.0의 제 1회 주제는 10만원 이하 최고의 피노누아였다.

전문가 패널은 시즌 1.0때와 마찬가지로 객관성과 인지도가 검증되는, 각종 국내 대회에서 입상 경력이 있는 소믈리에와 실제 와인 유통업 종사자, 와인 컬럼니스트 등으로 구성하였다.

참여 방식도 수입사들에게 주제를 고지하고 각 수입사들이 해당 주제에 자신이 있는 와인들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변경하였다. 이유인 즉 와인 산업이 나름 성장하였고 수입사들의 사업 경험도 축적되었는 바 어련히 알아서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좋은 와인을 수입했을 것이라는 시장에 대한 신뢰와 자신이 수입한 와인에 대한 타 경쟁 상품과의 장단점은 수입사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시즌 1.0처럼 해당 주제에 대한 전수조사격은 아니지만 입상 자신이 없는 와인이라면 제출하지 않을 것이니 굳이 자신 없는 상품까지 평가해줄 필요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가방식도 IT 기술을 도입하여 각자의 모바일폰으로 설문형식으로 제공되는 평가자료에 평가를 하여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세계 최초의 와인평가 IT 기술 도입이었다. 그것도 모바일로 평가하는. 

평가자들은 나중에 자신의 평가 자료를 받아서 발표 결과와 비교할 수 있게 하여 자신이 다른 평가자들과 얼마나 다른 지 혹은 같은 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피드백 기능도 부가했다. 그리고 참가한 수입사들은 소비자 유형별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 지 보다 상세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월 초순경에 진행되는 이 행사에 참여하면 매회 주제별로 약 30여종의 와인을 한 자리에서 비교 테이스팅해볼 수 있어서 자신의 취향을 확인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매번 참가한다면 1년에 약 360여가지의 다양한 와인을 테이스팅하게 되는 셈이란 얘기다.

* 시즌 3.0의 입상 와인 사례

♥ 2회차 5만원 이상 10만원 미만 프리미엄 스파클링 와인 전문가 1위 : 파이퍼 하이직 Piper Heidsieck, Cuvee Brut)

♥ 3회차 3~5만원대 신대륙 보르도식 블렌딩 와인 일반 소비자 & 남성 선호 1위 :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까베르네 소비뇽

♥ 5회차 5만원 이상 소비뇽 블랑 전문가 1위 :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Oyster Bay)

소비자 1위 : 파스칼 졸베, 상세르 블랑 2015 Pascal Jolivet, Sancerre Blanc 2015

♥ 9회차 까바 대 스푸만테 10만원 이하 소비자 1위 : 라 마르카 프로세코 La Marca Prosecco 

전문가 1위 : 호메 세라 세미 세코 까바 Jaume Serra Semi Seco Cava

- 먼로가 사랑한 샴페인, 나폴레옹의 샴페인 제쳤다 | 중앙일보● 시즌 3.0 2회차 스파클링 와인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046597 
- 먼로가 사랑한 샴페인, 나폴레옹의 샴페인 제쳤다 | 중앙일보● 시즌 3.0 2회차 스파클링 와인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046597 

 와인 라벨을 마시지 말고 내 입맛에 맞는 와인으로 마시자!

모든 와인을 다 마셔보고 고를 수 없으니 남들의 평가를 참고하자! 가 시즌 3.0까지의 행사 철학이었던 셈이다.

너무 길어져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즌 4.0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만나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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