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고등학교 미 졸업 병사 위해 부대 내에 만든 검정고시 학교
군 전역 후 사회적응 도와
매년 상하반기 2회씩 모집해 12년째 운영 중

지난 6일 수도군단 사령부 강당에서 19회 충의학교 졸업식이 열렸다.[사진=수도군단 제공]
지난 6일 수도군단 사령부 강당에서 19회 충의학교 졸업식이 열렸다.[사진=수도군단 제공]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지난 10월 6일, 관악산 기슭에 있는 수도군단 사령부 강당에서는 특별한 졸업식이 거행되었다. 사령부에서 운용하는 충의학교에서 공부하고 후반기 검정고시에 합격한 14명의 학생들이 합격증과 함께 졸업장을 받는 자리였다.

비록 졸업생은 14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군단장이 직접 행사를 주관하였고 안양시장, 안양시 교육장, 전국 검정고시 총동문회 등에서 참석하여 축하해 주었으니 다른 어떤 학교의 졸업식 못지않은 성대한 행사였다.

졸업생 중에는 지역의 주민들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이 군단 소속의 병사들이었다. 일일이 호명된 학생들에게 참석한 내빈들이 졸업장과 함께 상장, 장학금을 주었는데 작은 졸업식이었지만 보는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 학교는 필자가 군단장이던 2011년에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못한 병사들을 위해 부대 내 공간을 이용하여 만든 검정고시 학교이다. 당시 육군 병사들 중 약 2.5% 정도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병사들이었는데 사실 이들이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간 후에는 대부분이 더 이상 공부 기회를 갖지 못하고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형편이 된다.

그렇게 나이가 들다보면 이들은 평생을 낮은 학력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며 살아야하는데 필자 자신이 어린 시절 학업의 기회를 놓쳐 어려움을 겼었던 선배로서 이들에게 군 생활 중 학력취득의 기회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군사대비태세에 전념해야 할 군대에서 무슨 공부를 가르친다는 것이냐 하며 비아냥거리는 이도 있었지만 좌절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역할 또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르치는 선생님 역시 같은 병사들 중에서 선발하였는데 자원하는 병사들이 많았다. 학생 1명에 과목당 최소 2명 이상의 선생님이 정, 부로 선발되었다. 선생님들 중에는 사령부 간부 가족도 있었고 군무원, 여군 간부들까지 있었다. 새로운 군단장이 오더라도 학교설립의 취지를 알고 운영은 계속되어야한다는 생각으로 부사관단의 제일 선임자인 군단 주임원사가 교장을 맡았고 직할대에서 자원한 또 한 분의 부사관이 교무주임을 맡아 학교 운영을 총괄하였다.

검정고시는 1년에 두 차례 실시되는데 부대에서는 시험을 앞두고 석달 정도 학교를 운영하였다. 이 기간 내내 학생 병사들은 주간에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야간에 학교에 와서 공부하였다. 학생들이 소속된 부대에서는 이들의 수송을 위해 저녁시간에 수고를 해 주는 간부들도 있었다.

한명의 학생을 위해 이렇게 온 부대가 정성을 기울였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학교의 사정은 지역 사회에 알려졌고 금융업을 하시는 유지께서 선뜻 나서서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를 지원하셨다. 그리고 1기, 2기생들이 전원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것을 보시고는 사재를 털어 첨단 기자재를 갖춘 일층짜리 아담한 교실도 지어 주셨다.

이 학교는 최초의 졸업식 이후 지금까지도 특별한 모습이 유지되고 있는데 그것은 졸업자 전원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장학금을 준다는 것이다.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수상과 장학금은 꼭 새 출발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주어지는 것이었고 이런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졸업생들은 사회에 잘 적응하였다. 평생 가슴에 공부를 못한 한을 갖고 살아오셨던 연세 많은 민간 졸업생 중에는 늦은 나이에도 대학에 진학하여 간호사가 되고 유치원 교사가 되어 활동하는 분이 있다. 병 출신 졸업생들도 모두 성공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였다. 이제 이 분들은 자신들이 받은 은혜를 다른 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삶을 살 것이다.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군에서는 행군을 할 때 낙오자가 생긴다고 하여 그 낙오자를 버려두고 자기들만 가지 않는다. 군장을 대신 메어 주기도 하고 발바닥 물집을 따주기도 하고 부축을 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끝까지 함께 간다.

이 검정고시 학교는 그런 정신으로 학력에서 뒤처진 전우를 함께 데리고 가는 학교인 것이다. 학교의 교명은 ‘충의학교’이지만 그 앞에는 ‘행복한 학교’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이 학교를 거쳐 간 학생은 물론 자원 봉사한 선생님,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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