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 사건에 대해 국제사회 전쟁범죄로 취급, 그 책임 물을 것

1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의 폭발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비난했으나, 이스라엘은 이 병원을 폭격한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사진=시카고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의 폭발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비난했으나, 이스라엘은 이 병원을 폭격한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사진=시카고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무자비한 살상과 파괴가 따르는 전쟁이라 할지라도 군사작전의 각 장면을 들여다보면 대단히 과학적, 이성적이며 커다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군사작전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포병이 사격하는 절차를 보면 수많은 지원 요청을 검토하면서 우선 공격해야 할 표적을 선정하고 그것을 파괴하기에 적합한 포탄과 신관의 종류를 결정한 다음, 효과를 극대화할 적절한 시간에 포격을 하게 한다.

이 전체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요청받은 표적이 사격해도 되는 표적인가를 검토하는 것이다. 비전투원인 민간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학교, 주거시설, 종교시설, 난민수용시설, 문화재, 병원 등은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상급 지휘관의 승인 없이는 포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군사적인 용어로 민감표적(sensitive target)이라고 부른다. 소위 벌집과 같아 건드렸을 경우 전술적으로는 당장 도움이 될지언정 전략적으로는 오히려 큰 손실을 입게 되고 전후에 전쟁범죄로 다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이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는 서로 상대방 짓으로 몰아가고 여론 조작에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 17일 발생한 가자지구 병원 폭발사건은 파괴된 건물과 희생자의 수로 볼 때 한·두발의 타격으로 생길 수 있는 불상사가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집중사격을 하였거나 내부폭발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건물 전체를 붕괴시킬 정도의 대규모 폭발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쏜 포탄이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공격한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경우이든 병원을 공격하여 비전투원을 대량 살상한 것은 국제사회가 묵인할 수 없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가해 집단을 기준으로 볼 때 두 개의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 먼저 이스라엘이 공격을 했을 경우이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이 기존에 점령, 통치했던 지역으로 전 지역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물론 이스라엘의 표적 확인과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거나 포격을 받을 경우 포탄이 발사된 원점을 향해 자동적으로 대응 발사되도록 세팅된 대 화력전 시스템이 빚어낸 사고로도 볼 수 있지만 어느 경우든 이스라엘 포탄이 이곳에 떨어진 것이라면 이스라엘은 큰 실수를 한 것이 된다.

두 번째는 하마스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이다. 2020년 이래 미국의 중재로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였고 최근에는 아랍의 종주국인 사우디도 외교관계 수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로 인정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겠지만 이러한 상황은 하마스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하마스는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이 완전히 축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해서든지 하마스로서는 이스라엘과 아랍권이 가까워지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나름대로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수를 도모한 것이다. 대규모 살상을 불러 올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투입을 유인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진입하여 민간인 인질을 납치하고 잔인한 살인행위를 저질렀다.

더 나아가 조기에 아랍권이 반 이스라엘 정책으로 회귀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투원이 밀집한 병원 인근에서 로켓을 쏨으로써 이스라엘의 대응사격 간 오폭을 유도했을 수도 있다.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은 누구의 탓인가를 밝히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가해자가 확인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아랍권이 단단하게 결속되는 계기가 되거나 아랍권의 결속이 무너지고 테러 집단의 연계가 와해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던 안타까운 희생을 야기한 야만적 사건에 대해 국제사회는 전쟁범죄로 취급하며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만큼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꼭 피해야 할 일은 있는 것이다. 민감표적은 말 그대로 센시티브(sensitive)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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