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73)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최근 과학자들은 건강 장수의 비결로 근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근육의 힘인 근력이 강해야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의 관심은 단순한 근육 자체의 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하고 강한 근육은 노화를 늦추고 각종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활동이 현저히 줄기 때문에 근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런 근력을 키우는 것이 제1순위 건강법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근력 수준이 바로 건강 장수의 바로미터

40세가 넘으면 관절이 약해지고 1년에 1% 꼴로 근육이 사라진다. 그 결과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심장병, 뇌졸중, 그리고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근력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단백질 섭취를 충고하고 있다. 근력을 키우는 근육을 만드는 것은 운동과 단백질 섭취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해온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과학자들은 근육의 노화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그리고 단백질을 억제하면 늙어서도 더 강하고 큰 ‘말 근육’의 성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5-프로스타글란딘 탈수소효소(15-PGDH: 15-prostaglandin dehydrogenase)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외상, 유전성 신경근 질환, 또는 노화로 인한 근력 저하 및 마비 등과 관련이 있다.

스탠퍼드대 의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자 헬렌 블라우(Helen Blau)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늙은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쥐에 15-PGDH를 차단하는 특정 분자를 주사한 결과 이 쥐에서 근육의 질량과 힘이 회복된 것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이 분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차단제를 주입한 결과 늙은 쥐도 젊은 쥐에 못지 않은 근육을 근력을 회복했으며, 소위 회춘(回春)의 효과가 톡톡히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또한 어린 쥐에 비해 나이가 많은 쥐의 근육에서 15-PGDH라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사람도 20대보다 70~80대의 근육 조직에서 이 단백질 함량이 높았다.

연구팀은 15-PGDH 차단제를 주입한 모델 쥐를 추적한 결과 더 많은 프로스타글란딘 E2(PGE2: prostaglandin E2)이 생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더 강하고 더 큰 근육 섬유가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축적되어 근육 위축을 촉진하는 15-PGDH가 신경이 제거된 쥐 근섬유에서 현저하게 증가하고 표적 섬유에 응집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는 인간 근성 신경병증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신경 손상의 특징이다.

그러나 만성 근육 탈신경이 있는 나이든 쥐를 15-PGDH 억제제로 치료한 결과 운동 뉴런이 강화되고 신경근 접합부와 기능이 훨씬 젊어 진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 연구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노인과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과 같은 근육 소모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잠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약한 근력은 노인들 사이에서 큰 문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성인의 5%는 근력이 약한 반면, 13%는 중간 정도의 근력을 가지고 있다.

근육 약화, 신체적 정신적 노화의 주범

하지만 근력 약화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르면 50대부터 서서히 시작되며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따른다.

근육이 약해지면 이동하고, 일하고, 자신을 돌보는 능력이 저하된다. 이 상태는 또한 부상 위험을 증가시킨다.

한편 보건복지부 2018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매년 10명 중 2명이 낙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 근육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수와 기능이 떨어지면서 근육에 힘이 없기 때문에 낙상으로 이어진다.

과학자들은 근육 약화와 함께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좌식생활(sedentary behavior)’을 건강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자병(sitting disease)’, 또는 ‘스크린병(screen disease)’으로도 부르는 좌식생활로 인한 부작용과 위험의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리고 비만과 함께 그 위험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이 요즘 새삼 유행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누군가 이 말은 재빠르게 ‘와사보생(臥死步生)’이라는 말로 만들었다.

모든 생명체는 움직임으로 인해 그 존재 가치가 있다. 걷지 않으면 끝장이고 비참한 인생 종말을 맞게 된다. 걷고 달리는 활동력을 잃는 것은 생명 유지능력의 마지막 기능을 잃고 마는 것이다.

그 활동의 중심에 바로 우리의 근육이 있다. 그 근육의 힘이 근력이 우리의 생명 활동을 끝까지 유지시켜주는 생명줄이다.

그렇다면 바로 근력이 건강 장수의 비결이라는 주장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근육을 강하고 풍성하게 키우는 노력 속에서 100세 인생을 실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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