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기지 제공에 中 보복, 롯데마트ㆍ백화점 철수 피해에도 의연하게 대처

지난 9월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2013년, 군단장을 마치고 65주년 국군의 날 제병지휘관 직책과 함께 6.25전쟁 정전 사업단장을 겸직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해는 정전 60주년, 한미동맹 60년이 되는 해라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사업단에서는 특별히 기념이 될 만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해외 참전용사를 위한 보훈사업을 펼쳐보자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결정된 것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국가 위주로 현지에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쉴 수도 있는 보훈회관을 건립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태국, 콜롬비아, 에디오피아, 필리핀, 남아공 등이 대상 국가로 고려되었고 그중 태국이 첫 번째 사업지로 선정되었다.

사전 검토과정에서 토지는 해당 국가에서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건립비용이 대략 5억 원 정도로 추산되었다. 그러나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이어서 당장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당연히 국방부 예산담당자는 난색을 표했다. 그래서 정전 60년을 맞아 보은하는 사업이라면 민간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민간 기업의 지원을 받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군에서는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체에 소령 급 장교들을 1년간 파견하여 대기업 경영 노하우를 배우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각 기업에서도 이렇게 군에서 파견된 중견간부들을 기획실이나 회장 비서실에 배치하여 민간 기업 의사결정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었다.

우선 이렇게 파견되어 연수중인 장교들을 불러 모았다. 취지를 설명하고 파견 나가있는 기업에 사업 참가 가능 여부를 타진해 보라고 임무를 주었다. 약 한달 정도 여유시간을 주었는데 들려오는 대답은 모두 어렵다는 것이었다.

낙담하고 있던 차에 롯데그룹에 파견 나가 있던 장교한테서 연락이 왔다. 신동빈 회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원하겠다는 말씀을 하였다는 것이다, 대단히 기쁜 마음에 즉시 롯데를 방문하여 신회장을 만났다. 나는 그때까지 신회장은 일본사람이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6.25전쟁에 대해서도 잘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신회장은 “내가 우리나라를 구해준 국가들을 위하여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해드려야지요”하는 것이었다. 막연한 추측으로 오해하고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신회장은 국방부를 방문하여 양해각서(MOU)에 서명을 하였다. 애초에는 그 해에만 5억 원을 지원하는 안이었는데 회관 건립 후 현지에서의 운영과 관리비용 1억 원까지 더 하여 6억 원을, 그것도 향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롯데에 파견되어 이 일을 성사시킨 파견 장교가 대견했고 우리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신동빈회장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 이듬해 나는 전역을 했고 2년이 지난 2016년, 당시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의 사무처장직을 수행하고 있을 때였다. 7월에 사드배치를 결정한다는 국방부 발표가 있고나서 국내 정치판이 엄청 시끄러워진 시기였다. 사드 기지로 성주에 있는 롯데 골프장이 선정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며칠 후 청와대를 들어갔던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업무를 보고 난 후 안보실장실에 가서 차를 한잔하는 자리였다. “중국 출장을 가보니 롯데마트나 롯데 백화점이 모두 문을 닫았는데 사드기지 제공했다고 중국이 보복하는 것이 심각할 정도다.

롯데가 너무 큰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말을 꺼냈다. 안보실장도 특유의 깊은 한 숨을 내 쉬면서 “그러게 말이야. 대통령께서도 걱정된다고 하셔서 신회장께 전화를 드렸었는데 오히려 신회장께서 역으로 걱정마시라고 하면서 격려하더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또다시 롯데가 조국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찌릿해 지는 순간이었다.

많은 부자가 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부를 국가와 공적인 사업을 위하여 선뜻 큰 재산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곳곳에서 따뜻한 기부와 선행의 소식이 들리는 연말을 맞이하면서 새삼스레 롯데가 보여준 희생과 헌신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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