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68)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은 결혼과 함께 자손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휴대폰의 전자파 등으로 인해 남자의 정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의 농도가 줄어들면 가임 능력도 떨어진다. [사진=칙사베이]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은 결혼과 함께 자손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휴대폰의 전자파 등으로 인해 남자의 정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의 농도가 줄어들면 가임 능력도 떨어진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사람의 건강과 전자파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전자파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입증시키가 어렵다는데 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같은 병원균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해하다는 것을 입증시키기 위해서는 전자파 노출을 관찰하는 기간이 길어야 한다. 때문에 샘플을 채취해 연구를 진행시키기가 어렵다.

지난 2008년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한 암 전문가의 과학자의 논문을 인용해 “휴대폰, 담배보다 더 나쁘다”라는 제목으로 휴대폰에서 나오는 방사선으로 인해 뇌종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암 전문가, “휴대폰이 담배보다 더 나쁘다”고 지적하기도

당시 이 신문은 “휴대폰은 흡연이나 석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경고성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정부와 산업계는 방사선 노출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점을 휴대폰 사용과 최근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남성의 정자 수로 돌려보자.

정액의 질과 그것이 남성의 임신 능력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은 항상 깊은 의학적, 과학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 몇 년 간 정자 수와 정액의 질이 감소한다는 놀라운 추세가 밝혀졌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UNIGE)의 최근 연구는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휴대폰 사용이 정자 수와 정액의 질을 감소시키는 데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정액의 질은 정자의 농도, 총 정자 수, 정자 운동성, 그리고 정자 형태 등 다양한 지표를 조사하여 평가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지표를 이해하기 위한 귀중한 벤치마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정자 농도가 1밀리리터당(/mL) 1500만 개 미만인 남성의 경우 여성이 성공적으로 아이를 임신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자 농도가 1mL당 4000만 개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임신 가능성이 상당히 감소한다는 것이 WHO의 지적이다.

1ml당 정자 수 4000만개 이하면 가임에 문제 있어

미국의 생식의학회지 ‘임신과 불임(Fertility and Sterility)’ 최근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팀은 지난 50년 동안 평균 정자 수가 놀라울 정도로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 세계적으로 1mL당 정자 수가 평균 9900만 개에서 약 4700만 개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자 수의 감소는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내분비 교란 물질, 살충제, 방사선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식습관, 스트레스, 흡연, 음주 등 생활 방식과 관련된 요인들 때문이다.

하루 20회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남성의 정자 농도는 평균 4450만개/mL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주일에 한 번 미만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21% 감소한 수치이다. 1mL당 정자 수가 4000만개 이하면 임신에 다소 문제가 생긴다. [사진= 픽사베이]
하루 20회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남성의 정자 농도는 평균 4450만개/mL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주일에 한 번 미만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21% 감소한 수치이다. 1mL당 정자 수가 4000만개 이하면 임신에 다소 문제가 생긴다. [사진= 픽사베이]

정자 수 감소에 대한 잠재적인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제네바 대학의 최근 연구에서는 전세계인이 흔히 사용하는 휴대폰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종합적인 조사를 실시했다. 왕성한 나이인 18~22세의 스위스 남성 2886명이 참여하여 생활 습관, 전반적인 건강 상태, 휴대폰 사용 빈도에 대한 자세한 설문지를 작성해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UNIGE 의과대학의 세르주 네프(Serge Nef)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빈번한 휴대폰 사용과 정자 농도 감소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루 20회 사용 4450만개/mL, 일주 한번 미만에 비해 21% 감소

실제로 하루 20회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남성의 정자 농도는 4450만개/mL에 달했다. 이는 일주일에 한 번 미만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21% 감소한 수치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연관성은 2005~2007년 기간 동안 가장 두드러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열대 공중보건연구소(TPH: Tropical and Public Health Institute)의 마틴 뢰슬리(Martin RÖÖsli) 교수는 이러한 증가 추세가 2G에서 3G, 그리고 4G 네트워크로의 전환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보통 통신속도를 뜻하는 G(generation)가 높을수록, 또 최신 제품일수록 정자 수 감소와 비례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휴대폰 사용과 정액 품질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려는 연구들은 있었다. 그러나 몇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다. 대부분 이번 연구보다 더 작은 표본 크기로 수행되었다. 또한 일부는 생활방식 요소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불임 클리닉에서 참가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다른 일반 사람들과 비교하기에는 일종의 편견이 작용했다. 따라서 믿을만한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더 넓은 표본 크기와 상세한 데이터 수집을 갖춘 UNIGE 연구는 해당 주제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관점을 제공할 수 있었다.

논문의 선임연구원인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리타 라반 박사.  

그러나 UNIGE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선임 연구원인 리타 라반(Rita Rahban)은 자체 보고된 데이터에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보고한 휴대폰 사용 빈도가 전자기 방사선 노출에 대한 정확한 척도라고 가정했다.

휴대폰만 문제는 아니다. 환경 오염, 스트레스 등도 작용

자체 보고 데이터의 한계를 고려한 연구팀은 연방환경청(FOEN)의 자금 지원을 받아 2023년에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의 주요 목표는 전자파 노출을 직접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다.

참가자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설계된 애플리케이션을 휴대폰으로 다운로드하게 된다. 이는 남성 생식 건강 및 출산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수행에 단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휴대폰 사용과 정액 품질 저하 사이의 잠재적 연관성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많다.

라반 연구원에 따르면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전자레인지, 고환 온도의 상승, 정자 생산의 호르몬 조절에 대한 영향 등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과학계는 이러한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더 잘 갖추게 되었다고 라반은 설명했다.

전 세계 남성의 정자 수 감소는 점점 더 많은 관심과 집중적인 연구의 주제가 되어왔다. 최근의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자 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실은 과학자, 의사, 개인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정자 수의 급격한 감소 이유가 휴대폰 사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환경 오염, 각종 스트레스 등이 자리잡고 있다.

어쨌든 이번 연구는 우려되는 건강 추세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 잠재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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