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정상 좌담회에서 사회자와 대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정상 좌담회에서 사회자와 대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를 계기로 11월 15일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중국호와 미국호란 두 기관차가 서로 마주보며 곧 충돌할 듯 달리는 와중을 반영하듯 공동성명이 나오지는 않았다.

눈여겨 본 것은 통일에 대한 시진핑의 반복되는 표명이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一中原则)’에 입각해 바이든에게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은 ‘하나의 중국’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중국이 대만해협 인근에서 군사활동을 자제하고 대만 선거에 대한 존중을 요청했다. 내년 1월 열리는 대만 총통선거에 중국이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다.

다음날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고,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발표한 ‘대만관계법’(1979년)에 근거해 대만의 자위를 도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구체적으로 부연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대만과 관련해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주장과 미국의 대응인 ‘하나의 중국 정책’ 간 충돌이다. 중국은 중국은 하나이고 반드시 통일되어야 하니 중·대만 관계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배제할 뿐만 아니라,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거나 지원하려는 어떠한 행태도 반대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으로 자리 잡게 하고자 한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추구하는 하나의 정책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의 주장을 ‘존중’은 하되 그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중국이 하나가 되는 통일을 지지하되 대만의 입장도 존중되어야 한다, 폭력적 방법에 의한 현상 변경은 반대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1949년 건국 이후부터 중국은 하나라고 주장했으나, 본격적으로는 1992년 중·대만 간 정치협상에서 합의된 ‘공동성명’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중·대만은 상호 정치적 대립을 피하고 평화적 관계 구축을 위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다. 다만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양측이 각자 다른 해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 본토와 대만은 하나의 주권체로 간주되며, 대만의 독립은 인정되지 않고 중국의 일부로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에서도 대만의 주권성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에 반해 대만은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상태라며 독립성과 주권성을 주장하며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현재 대만 국민 대부분은 독립적 국가로서의 지위와 자주적 발전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 통일과 중·대만 관계에는 우리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통일을 염원하면서도 전쟁의 참화를 겪은 우리로서는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되, 폭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것으로 원칙을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중·대만 양 측의 주장을 수렴하면서 한반도 통일 의지와 원칙도 반영하려는 의도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정책을 변화하거나 물러설 여지가 전혀 없음을 번연히 알면서도, 대만의 독립성과 주권성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주창한다는 점이다. 특히 하나의 중국 원칙은 시진핑 집권기에 폭발적으로 증가·강조되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중국 외교부가, 정치인이나 전문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미·중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상황에서 1년 만에 이루어진 정상 간 만남,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을 시진핑은 놓치지 않고 이용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의 집요한 주장으로 시진핑은 사실 큰 성과를 거두었다. 유엔회원국의 근 1/3이 중·대만 관계에 언급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중국의 입장에 동의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 국내적으로는 민족의식 고취와 단결, 통일의지 고양, 정권 지지에 연결되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의 통일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언젠가는 통일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국제사회에 심은 것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 시진핑의 중국의 노림수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한반도 통일, 통일에 대한 의지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표출해야 한다. ‘하나의 한반도’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국가적 의무이자 민족적 염원임을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임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물론 평화적 통일이어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도발 가능성이 한반도에서 가장 긴급한 현안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평화적 해결을 원칙으로 삼고 노력하는 국가적 활동에서 동시에 함께 펼쳐야 하는 것이 한반도 통일의 강조이다.

북한의 핵과 도발 문제에 대응하는 국제협력은 한반도에 두 체제를 전제하고 벌어지는 국제정치행위이다. 그 속에 한반도 통일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해법이 두 체제가 더욱 강고한 고착으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북한 핵과 도발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 타국에게는 평화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는 한반도가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도래할 수 없다.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남북이 두 국가로 존속하는 한 평화는 언제라도 깨어질 수 있다. 지난 70여 년의 분단 역사가 이를 증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대로의 한반도 통일, ‘한반도 자유·평화·통일’에 대한 3국 합의를 이끈 크나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주체사상이나 북한 독재체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통일원칙을, ‘우리식 한반도 현상 변경’을 미·일이 공개적·공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지지한 것이다.

3국 정상은 포괄적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We express support for the goal of the ROK’s Audacious Initiative and support a unified Korean Peninsula that is free and at peace)”, 3국 간 협력의 원칙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 “우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We support a unified Korean Peninsula that is free and at peace)”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본심이 어떻든 간에, 대만식 통일이나 중국식 통일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는 미·일의 중·대만 관계에 대한 입장과도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못 박힌 통일원칙에 대한 한·미·일 간 합의를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향후 미국과 일본의 정권 및 정국 변화와 무관하게 우리의 통일정책을 펼치는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대북정책 및 북한과 관계설정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나아가 앞으로 우리의 대 북·중·러 정책과 관계설정에도 든든한 힘으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 의미 있고 중요한 국제무대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나의 한반도’를 주창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이 언제 올 것인지, 가능이나 한 것인지, 국제사회가 이를 원하고 지지할 것인지의 질문에는 웃음으로 응대(笑而不答)하면서 대통령과 정부는 언제 어디서나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의 길 ‘하나의 한반도’를 밝히고 요청해야 한다, “한반도는 통일되어야 합니다, 평화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해주십시오.”

한반도 통일을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다만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할 때 우리는 ‘하나의 한반도’만 강조하면 된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는 곳곳에서 ‘하나의 한반도’가 울리게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자유·평화·통일에 대한 국내적 국민 공감대 형성과 통일 의지 를 키움은 물론이고, 향후 한반도 특히 북한에서 유사(有事) 사태 발생 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정은 역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강조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 ‘남북기본합의서’(1991년)에서 남북은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고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했고, 평화통일을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 ‘10.4 남북공동선언’(2007년), ‘4.27 판문점공동선언’(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2018년)에서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고, 대화조차 없는 상황에서도 통일에 대한 강조가 한반도에 울리는 황량한 메아리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에의 대한민국 의지를 북한 주민이 직·간접으로 체험하는 다음의 선언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화답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확실하고 분명하게 전 세계에 약속합니다. 당신이 먼저 도발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을 것입니다. 폭력에 의한 어떠한 현상 변경도 나는 단연코 반대합니다.

김정은 위원장, 한반도 모든 주민이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합시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서로 평화적으로 경쟁합시다. 원하고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돕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한 가족이 죽을 때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이 정치적 비이성을 이제는 끝내고, 어떠한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을 즉각 실시합시다.

북쪽에 있는 이산가족과의 만남을 희망하는 모든 남쪽 주민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조건 없는 승인은 물론이고 모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남쪽에 있는 이산가족과의 만남을 희망하는 모든 북쪽 주민에게도 대한민국 정부는 조건 없는 승인은 물론이고 모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 여러분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여러분의 삶과 인권을 대한민국은 절대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그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북한 주민 여러분, 여러분이 자유의지로 대한민국의 문을 두드린다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얼마든지 대한민국은 국민으로 환영하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모든 주민 여러분, 하나였던 한반도는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 방법은 평화적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멀고 힘들건 간에 민족이 하나가 되는 꿈을 반드시 이루어냅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의무이자 반드시 걸어야 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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