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포탄・위성기술 맞바꾸는 승부수
5, 8월 잇단 실패로 구겨진 체면 세워
한국 발사보다 9일 앞서서 선수치기
조악하지만 성능・수량 늘려 나갈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위성운용 실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위성운용 실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북한 김정은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살맛나는 나날을 보내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밤 전격적으로 쏘아올린 정찰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도 평가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북한은 연일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듯하다.

그 중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다.

그는 발사 이튿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산하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공화국 무력이 이제는 만 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 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핵과 그 투발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와 고도화에 이어 적 상황이나 목표물 탐지에 필요한 정찰위성까지 갖췄으니 든든하다는 의미다.

이날 현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정찰위성이 미국령 괌 상공에서 촬영했다는 앤더슨 미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의 주요 군사시설 사진을 살펴봤다는 게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의 주장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한 우리 군 당국은 의문을 제기한다.

위성이 발사돼 궤도진입에 성공한다 해도 안정적인 자리를 잡는 등의 시간이 필요하고, 인공위성 사진 등을 촬영해 전송하려면 며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신원식 국방장관의 말이다.

그만큼 북한 김정은이 위성을 쏘아 올리자마자 다급하게 그 위력을 한미에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사실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는 미국의 정찰위성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김정은의 동선은 물론 대화내용 등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촬영하거나 감청한다는 점에서 김정은 패밀리와 고위 핵심 간부층에선 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과거 김정은이 서해 섬 방어대를 목선을 방문했다고 북한이 선전한 적이 있다”며 “당시 대북 첩보위성으로 서해함대사령부를 둔함으로 출발한 김정은 일행이 섬 부근에서 목선으로 갈아타는 쇼를 벌인 정황을 담은 영상자료가 있었고, 이를 공개해 망신을 주자는 계획까지 검토된 바 있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김정은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거나 한반도 긴장이 고조돼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경우 김정은이 며칠간 잠행하거나 지하벙커에 은신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정찰위성이나 이에 버금가는 전략폭격기와 정찰기의 위력 때문이란 게 우리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정은은 집권 이후 절치부심해왔고 지난 2021년 1월 열린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5월과 8월 잇달아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고 리더십의 위기로까지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포탄 등 무기를 주고 정찰위성 기술을 지원받는 딜을 이뤄냈다.

푸틴이 지난 9월 13일 아무르주 보스토치니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기술지원을 공언한 것도 양측의 밀착과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삼수 끝에 결국 김정은은 11월 21일 발사에 성공했고, 위성발사장에 서면 늘 수심가득하던 얼굴에 요즘엔 연신 미소가 번지고 있다.

김정은이 발사를 서두른 건 자칫 시기가 더 늦어졌다가는 한국의 첫 정찰위성 발사(11월 30일 미 반덴버그 공군기지)보다 한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러시아의 긴급 기술지원에 힘입어 가까스로 한국보다 며칠 먼저 군사정찰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위성 궤도진입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이 쏜 위성이 해상도가 3m급(3m정도 크기의 사물을 식별)에 불과해 정찰위성이라 불리기에는 성능 미달이란 분석이다.

적어도 1m급은 돼야 차량인지 전차인지 정도가 식별되는 데 북한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미 항공모함 칼빈슨 등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사진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대북 정보 관계자는 “구글 지도앱으로도 잡히는 항모를 촬영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항모 옆에 텐더보트가 몇 개 붙어있고 어떻게 움직인다는 정도의 정보가 파악돼야 정찰위성이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조잡한 형태의 위성을 더 완벽하게 만들고 운용 대수를 늘리는 단계로 접어들 경우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은 올해 말 열릴 노동당 8기9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정찰능력 확보와 빠른 기간 안에 정찰위성을 늘리는 방안을 보고받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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