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대형유통업체는 혁신과 경쟁의 상징
동시에 저가정책 속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도 ...

【뉴스퀘스트=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 1878년 뉴욕의 한 포목점. 프랭크 울워스(Frank Woolworth)가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재고품을 판매하라는 새로운 임무를 받고, 재고품을 커다란 테이블에 놓고 5센트에 판매하자 순식간에 매진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그때 떠오른 기발한 아이디어. 그는 당장 가게를 그만두고 유럽으로 건너가 싼 가격의 온도계 등 ‘가장 싼 가격’의 품목을 수입하여 1879년 뉴욕에 ‘F.W. Woolworth Co.’라는 세계최초의 염가판매점을 열었다.

[사진=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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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채택한 전략은 당시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이었다. 그는 스스로 “임금이 높으면 제품을 싸게 판매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울워스는 1919년에는 체인점 1,300개의 세계최대의 유통기업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그 역시 저임금, 싼 가격 전략의 후발업체에게 밀려 2001년에 폐업하고 만다.(이상 내용은 EBS 지식채널 ‘마트의 탄생’에서 발췌)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유통기구가 처음 출현한 것은 제1차~제2차 경제개발게획이 추진되던 1962년~1973년 무렵이며, 유통근대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은 1980년대 초이다.

1996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유통시장이 대외적으로 전면 개방되면서 1996년 네덜란드계 할인점인 한국마크로가 인천에 출점을 하였고, 한국까르푸(1996), 월마트(1998)가 진출하였다.

2006년에는 신세계 이마트의 월마트인수, 이랜드그룹의 한국까르푸 인수로 인하여 국내 유통업계가 지각변동을 겪게 되었다.(이상 내용 공정거래위원회 40년사, 2020)

이러한 유통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는 한편 물가안정이나 고용창출 등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반면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입점업체나 납품업체에게 각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는 부작용도 동시에 낳게 되었다.

대규모유통업 중에 가장 먼저 규제의 대상이 된 것은 백화점이었는데, 이를 위해 1985년 「백화점 고시」가 제정되었다. 1988년 이른바 ‘백화점 사기세일’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고, 민형사소송으로 번지면서 백화점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는데 일조를 하였다.

그 후 「백화점 고시」는 1998년 「대규모소매점업 고시」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2008년에는 「대규모소매업 고시」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백화점이나 전통시장 위주의 유통구조에서 대형마트 등 대규모 소매점으로 유통구조가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고시 운영으로는 규제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2012. 1.1. 「대규모유통업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이 법 역시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에서 파생된 특별법으로 공정거래법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대상은 소매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이거나, 매장면적이 3,000제곱미터 이상을 소매업에 사용하는 업체를 말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할인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매업은 아니지만 수수료를 받는 매장임대업자도 자신의 매장에서 위의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신세계 스타필드가 이에 해당한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을의 위치에 있는 입점업체나 납품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므로 대규모유통업자의 의무가 금지행위가 그 주된 내용이다. 우선 서면 교부 및 서류의 보존의무가 있다.

또한 상품판매대금의 지급 기한도 법정하고 있는데, 대규모 유통업자는 특약매입거래, 매장임대차거래, 위·수탁거래에서 해당 상품의 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매장임차인)에게 지급하여야 하며, 직매입거래의 경우에는 해당 상품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 지급하여야 한다.

둘째, 유통업자의 금지행위에 대하여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먼저 원칙적으로납품받은 상품의 대금을 감액하여서는 아니되며, 해당 상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지체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납품받은 상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품하여서는 아니되고, 판매촉진비용을 납품업자(매장임차인)에게 부담시켜서는 아니되며, 50% 이상을 부담시킬 수 없다.

그리고 납품업자(매장임차인)의 종업원을 파견받아 자기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하여서는 아니되며,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매장임차인)가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끝으로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상품의 공급조건, 매장임차인이 다른 사업자의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입점조건등 부당하게 경영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여서는 아니되며, 경제적 이익 제공을 요구도 금지된다.

서두에서 소개한 울워스의 얘기에 이미 내재하고 있듯이, 대형유통업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의 혁신과 경쟁을 상징함과 동시에 저가정책 속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형유통업체, 입점(납품업체) 그리고 소비자 이익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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