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69)

“남자는 사냥하고 여자는 채집했다”는 ‘남자 사냥꾼’ 이론 틀려
“남자의 골격과 여자 골격 비슷해 외형상 차이 없어”
“에스트로겐은 ‘연약하고 부드러운’ 호르몬만이 아니다”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남녀불평등의 기원을 굳이 찾는다면 아마도 ‘힘’에 있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백만 년의 선사시대에 이러한 힘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에도 사용되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한 수렵과 사냥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남자는 사냥을 하는 남성으로,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맡아 남자는 ‘사냥꾼’으로 여성은 열매나 따는 ‘채집인’으로 각기 역할을 분담해 진화해 왔다는 것으로 오랫동안 정설로 굳어져 있다.

“선사시대에 남성은 동물 사냥꾼이고 여성은 열매나 식용 풀을 품을 채취하는 채집인”이라는 믿음에 도전하는 연구가 나왔다. 당시 여성은 남성과 꼭 같이 사냥에 참가했으며, 힘도 세고 겉으로 보기에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사진=​​​​​​​The Future Leadership Institute]
“선사시대에 남성은 동물 사냥꾼이고 여성은 열매나 식용 풀을 품을 채취하는 채집인”이라는 믿음에 도전하는 연구가 나왔다. 당시 여성은 남성과 꼭 같이 사냥에 참가했으며, 힘도 세고 겉으로 보기에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사진=The Future Leadership Institute]

“남자는 사냥하고 여자는 채집했다”는 ‘남자 사냥꾼’ 이론 틀려

“선사시대에 남성은 동물 사냥꾼이고 여성은 열매나 식용 풀을 품을 채취하는 채집인”이라는 믿음에 도전하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델라웨어 대학의 인류학과 사라 레이시(Sarah Lacy)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육체적으로 사냥을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냥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았다.

학술지 ‘아메리칸 앤드로폴로지스트(American Anthropologist)’ 저널 최근호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대략 250만년 전에서 1만2000년 전까지의 구석기시대에 초점을 맞추었다. 연구원들은 각자 역할이 성별에 따라 엄격하게 정의된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다.

초기 인류의 건강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레이시 교수는 노틀담 대학의 인간 생물학과의 카라 오코복(Cara Ocobock) 교수와 협력해 연구의 초점을 현대 생리학과 화석 기록을 연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성별에 따른 노동 분업에 대한 오랜 믿음에 도전해온 연구팀은 “동굴의 남자는 사냥하고 여자는 채집했다”는 이론이 왜 그토록 널리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레이시 교수는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너무 많다. 고대의 도구, 식단, 예술, 매장, 해부학을 검토한 결과 성 평등에 대한 놀라운 그림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과거에 물건을 발견하면, 자동으로 그 물건을 남성의 소유물로 성별을 지정했다. 과거에 우리가 발견한 모든 사람의 뼈나 무덤에 있는 석기 도구에 이러한 성별 표시가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그녀는 꼬집었다.

그녀는 “누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우리는 실제로 알 수 없다. (석기 도구인) ‘플린트냅(flintknap)’은 남자들만 만든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석기를 누가 만들었는지를 알려주는 서명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자나 호랑이처럼 동물세계에서 암컷이 사냥에 나서는 경우는 많다. 선사시대에는 여성도 꼭 같이 사냥에 나섰으며 역할 분담이 따로 없었다. [사진=픽사베이]  
사자나 호랑이처럼 동물세계에서 암컷이 사냥에 나서는 경우는 많다. 선사시대에는 여성도 꼭 같이 사냥에 나섰으며 역할 분담이 따로 없었다. [사진=픽사베이]  

“남자의 골격과 여자 골격 비슷해 외형상 차이 없어”

레이시 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에 따르면 역할에 있어 성별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의 가장 큰 가장 큰 질문 중 하나는 “동등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여성은 사냥을 했는가? 여성의 사냥을 막는 생리적 장벽은 없었는가?”에 있었다.

남성은 단거리 달리기(sprinting), 던지기 등의 속도와 파워가 뛰어난 작업에 유리할 수 있는 반면, 여성은 장거리 달리기와 같은 지구력 활동에 탁월하다. 두 가지 기술 세트 모두 사냥에 매우 중요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주로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에스트로겐은 지방 대사를 강화하고 근육 분해를 조절하며 오래 지속되는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 호르몬이다.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6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은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여성에게 중추적인 역할을 더욱 입증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여성호르몬 중의 하나인 에스트로겐과 결합하는 단백질로 여성의 생식 조직을 포함하여 뇌와 골격 등에 산재해 있다.

“해부학과 현대 생리학을 더 깊이 살펴보고 실제로 고대인의 골격을 관찰한 결과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외상 패턴에 차이가 없었다” 레이 교수는 말했다.

이 연구를 시작한 동기에 대해 레이시 교수는 “구석기 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 단위의 소그룹으로 살았다. 그룹의 일부인 남자만이 사냥을 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사람들은 정말 작은 사회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 유연해야 했다. 누구나 언제든지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어야 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사람들은 이제까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델라웨어 대학 인류학과의 사라 레이시 교수.

“에스트로겐은 ‘연약하고 부드러운’ 호르몬이 아니다”

일례로 레이시 교수는 인류학자 리처드 B. 리(Richard B. Lee)와 어번 드보어(Irven DeVore)가 1968년에 공동 출판한 ‘맨 더 헌터(Man the Hunter)’를 지적한다.

그들은 인간 진화에서 사냥의 역할을 강조하고 모든 사냥꾼이 남성이라고 가정함으로써 그들은 성별에 편향된 이야기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사냥이 인류 진화의 주요 동인이며 남성이 여성을 배제하고 이러한 활동을 수행했다고 제안한다.

선사시대 조상들은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에 뿌리를 둔 노동 분업을 갖고 있었으며, 남성은 사냥과 식량 공급을 위해 진화했고 여성은 자녀 양육과 가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육체적으로 우월하며, 여성은 임신과 육아로 인해 사냥 능력이 감소하거나 제거되었다고 가정했다.

레이시 교수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사냥꾼 남자’ 이론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우리 연구가 남녀 모두가 항상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70년대, 80년대, 그리고 90년대에 이러한 내용을 주제로 출판한 여성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연구는 페미니스트적 비평이거나 페미니스트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뚜렷한 과학적 사실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자 사냥꾼은 유전학에 대한 연구와 생리학 및 에스트로겐의 역할에 대한 많은 연구가 나오기 전에 나온 이론이다. 우리는 기존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여기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싶었다”고 레이시 교수는 말했다.

지난 300만 년 동안 남성과 여성 모두 자신의 공동체를 위한 생계 수단 마련에 참여했으며, 고기와 사냥에 대한 의존은 남녀 모두가 주도했다고 레이시는 지적했다.

“사냥은 남자들만 하는 일이고, 그래서 남자가 인류의 진화를 주도해 왔다는 주장은 틀렸다. 여러 면에서 우리는 수백만 년 동안 매우 평등주의의 종이었다”고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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