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과 동행 1950년대 김정일 모습
“선대 때도 어릴 적 후계수업” 메시지
가능성에 무게 실리지만 관측 엇갈려

북한 김일성이 6.25전쟁 중이던 1952년 6월 소련이 제공한 미그-15전투기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은 아들 김정일(훗날 국방위원장). 북한은 지난 7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에 맞춰 발간한 화보집에 이 사진을 실었다. [사진=북한 화보]
북한 김일성이 6.25전쟁 중이던 1952년 6월 소련이 제공한 미그-15전투기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은 아들 김정일(훗날 국방위원장). 북한은 지난 7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에 맞춰 발간한 화보집에 이 사진을 실었다. [사진=북한 화보]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올 한해 가장 관심을 끈 북한 관련 이슈는 김정은의 딸 주애가 과연 후계자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 모았지만 10살 김주애가 모든 걸 삼켜버린 블랙홀이자 신-스틸러(scene-stealer)로 자리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18일 아버지의 손을 잡고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 등장하면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주애는 1년 만에 북한 4대세습의 후계자로 자리 잡아 가는 형국이다.

당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 했는데, 북한은 이날을 ‘미사일 공업절’로 지정해 대대적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어 주애의 등장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도 처음에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후계자 문제와 관련 있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분위기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지난 10월 27일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김주애의) 행보를 본다면 그럴 가능성도 열어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딸 바보’ 김정은이 주애를 자랑거리로 내세운 차원일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지나치게 등장 횟수가 많고 열병식 주석단 한 가운데 자리하는 경우까지 생기자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공군과 해군부대를 방문해 사령관과 군인들의 영접과 의장행사를 받았고,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이나 부인 이설주 보다 주애를 더 부각시킨 사진까지 내보내고 있다.

김주애의 등장과 관련해 가장 많은 궁금증을 낳는 대목은 그가 10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후계문제가 급하다 해도 이건 좀 지나치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통치가 어려워지자 이를 염두에 두고 어린 딸까지 급히 후계자로 내세운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후계 문제가 급했다면 여동생인 김여정을 일단 내세운 뒤 김정은의 아이들이 성장하면 권력을 넘겨주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외부에서 김주애의 등장과 관련해 두런거리는 ‘10살 어린애’ 소리가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북한은 지난 7월 ‘전승절’(6.25전쟁에서 이겼다며 북한은 기념일로 지정) 70주년을 맞아 발간한 화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린 시절 사진 한 장을 실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6월 김일성이 소련군이 제공한 미그-15 전투기를 둘러보는 모습인데, 여기에 아들 김정일이 등장한다.

공교롭게도 1942년생으로 북한이 밝히고 있는 김정일이 꼭 10살 때 모습이다.

김일성이 1953년 8월 북한군 종합전람회장을 찾아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어린 아들 김정일과 딸 경희를 대동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김일성이 1953년 8월 북한군 종합전람회장을 찾아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어린 아들 김정일과 딸 경희를 대동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또 조선중앙TV를 통해 1953년 8월 북한군이 노획한 박격포 등을 살펴보는 김일성을 따라나선 어린 김정일과 여동생 경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전에 북한 공식 선전매체가 김정일의 어린시절 모습을 내보낸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우리 아버지(김정일)도 어린시절 수령을 따라 다니면서 후계수업을 했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전송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주애에게도 후계자 지위를 넘겨주기 위한 조기수업을 하는 것이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김주애가 딸이기 때문에 후계자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의 후계자론에는 남자이던 여자이던 가리지 않고 후계자가 될 수 있음을 명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장애요소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물론 그렇다고 김주애의 후계자 지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변수가 많고 베일에 싸인 북한 권력의 내부 논리나 김정은의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북한 후계의 향방을 알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 당국과 전문가 그룹의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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