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의 ‘쇼’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의 무게를 느끼게 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 2023년 윤석열 정부 최고의 성과는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자유·평화·통일’ 합의를 이끈 것이다. 우리 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대로 우리식 한반도 현상 변경이 인정된 것이다.

미·일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것은 중국과 대만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의미이지 어느 한쪽의 입장·체제를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고려하면, 미·일이 그것도 양국의 정상이 더구나 한국 대통령과 함께한 자리에서 ‘한반도 자유·평화·통일’을 확약한 것은 참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사에서부터 시작된 ‘자유민주주의’, ‘자유’의 강조는 대통령의 모든 공개성명에 지속되고 있다. 통일도 금년 1월 27일 통일부 업무보고부터 시작해 11월 28일 민주평통 21기 전체회의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평화통일이라는 것은 남북한 모든 구성원이 자유를 누리며 함께 번영하는 통일입니다. 자유, 인권, 법치가 살아 숨쉬는, 그러한 통일 대한민국을 이루겠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의지”에 이르기까지 거듭 밝혔다.

대통령의 자유·통일 의지가 미·일을 움직였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이다. 문재인 정권이 5년 내내 김정은 독재정권과의 공생을 ‘평화’라는 포장으로 추구했다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백안시했다는 사실을, 윤 정부가 보인 근본적 차이를 미·일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성과는 4월 26일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가 대북 확장 핵 억제력을 공고히 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야 익히 묵은 얘기지만, 그 신뢰성·실효성에 설왕설래가 있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윤 정부의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신념은 바이든 행정부와 군사동맹 강화는 물론이고 가치동맹으로까지 진전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핵우산이 단순한 선언·약속을 넘어 대북 핵 태세를 함께 논의하는 ‘핵협의그룹(NCG)’을 운영하는 데까지 발전하였다. 함께 ‘핵전략 기획·운용 지침’을 만들고 한·미 핵전쟁 대응 연합훈련도 실시된다.

위 두 성과는 무엇보다 윤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을 뿌리로 하였다. 윤 대통령의 취임부터 지금까지 김정은은 갖은 탄도탄과 전략무기로 도발하면서 ‘남한 핵무장화’(지난 칼럼에서 상술한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유인하고자 했다.

국민 압도적 다수가 여기에 찬성해도 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NPT(비확산협정) 체제를 두 기둥으로 삼아 평화적 해결 원칙에 흔들림이 없었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은 “폭력에 의한 어떠한 현상 변화도 반대한다”는 평화의 외교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북핵 문제 해결에서의 명분(북핵 폐기의 정당성)과 실리(대북 국제제재 유지, 확장 핵 억제력 확보, 한반도 자유·평화·통일 합의)를 이끌 수 있었다.

윤 정부의 세 번째 성과는 북핵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통일의 중심에 북한 주민이 놓여야 한다는 진실을 인식하고, 북한 주민 변화를 위한 노력을 정부적 차원에서 시작하면서 그 중심 동력으로 북한 주민 인권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최악의 인권국이며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함을 세계 시민이 인식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북한 인권 강조는 인권 개선을 훨씬 넘어선다. “북한 인권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건 국가 안보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 “북한 인권의 개선 없이 민주평화통일의 길은 요원합니다” 등이 이를 보여준다.

북한 주민 인권문제 제기는 1차적으로는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지만, 단·중·장기적 차원에서 북한의 개혁·개방, 핵 폐기, 통일을 중첩적으로 지향하려는 국가전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인권을 기치로 내걸음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명분과 지지를 얻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변화를 위한 진군을 시작하는 것이다.

2023년 윤석열 정부에 가장 아쉬운 대목은 문재인에 대한 처리다. 탈북 어부의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 방조에 전직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만을 기소하면서 문재인에 공식적으로 면죄부를 준 것은 이해될 수 없는 결정이다. 김정은과의 관계에 목매었던 문재인이 남북관계에 큰 충격을 줄 이들 사안에 전혀 관계하지 않았다, 전혀 몰랐고 부하들의 단독 결정이었다는 것은 국민 상식과 양식에 반하는 것이다.

물증을 찾기 힘들고, 기소하더라도 문재인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라 주장하면 법적 처벌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문재인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심판했어야 했다. 헌법에 의거해 한반도 모든 주민의 삶을 돌봐야 할 ‘대한민국 대통령상’을 확립했어야 했다.

특히 북송과 피살에 관계 기관들의 위법·탈법적 범죄행위가 경악할 수준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문재인만 제외한 것은 윤 대통령 자신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검찰총장으로 임명해준 문재인에 대한 의리적 보은이었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원인이었다. 최근 문재인이 슬금슬금 나와 윤 정부의 대북정책을 공개 비난하는 것을 넘어 다시 세력을 규합하려는, 전혀 반성이 없는 행태에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하지 못한다.

문재인을 국민 심판대에 세워야 했다. ‘정상회담 쇼’와 ‘평화 팔이’의 결과가 김정은의 거침없는 핵개발과 갖은 도발, 대한민국 대통령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 서해 공무원 총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발이란 사실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2024년에도 김정은의 행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윤 정부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유엔안보리의 사실상 무력화이다. 추가 제재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고, 기존 제재의 실행에도 구멍이 뚫리고 있다. 미국이 비난·압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김정은에게는 말발이 통하지 않고 있다.

2024년 윤석열 정부는 무엇보다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의 안보태세와 국방력 강화를 기반으로 미·일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 김정은이 도발의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안보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만 억제를 중심으로 한 안보정책이 김정은의 도발을 제어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두 가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는 북핵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북핵 폐기에 하등의 영향을 줄 수 없다. 다른 하나는 분단이 고착되어 한반도 통일의 길이 더욱 닫힌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도발에는 이런 노림수가 숨어 있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평화통일을 개척해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다. 김정은의 행태와 노림수를 오히려 활용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이 통일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야 한다. 한·미·일 정상의 ‘한반도 자유·평화·통일’ 합의를 미·일의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북한 내 유사 사태 발생 시 한반도 통일로 향하는 준거틀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에도 이 합의를 디딤돌로 삼아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확산시켜야 한다.

더불어 윤 대통령과 정부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듯 ‘하나의 한반도’를 국제무대에서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밝혀야 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중국의 주장이 국제사회에 인정되느냐 여부와 별개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이 중국의 지속적인 주창으로 점점 무게를 가지는 현실이다.

우리도 기회가 닿는 대로, 특히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는 모든 자리에 ‘하나의 한반도’ 목소리를 울려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기정사실화 하고, 한반도 자유·평화·통일에 대한 지지 확산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북한 주민에 다가가야 한다. 문재인이 김정은만 바라보았다면,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동포, 북쪽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에 본격적 시동을 걸어야 한다.

김정은의 거부로 당국 간 접촉·교류가 없어도 북한 주민에 다가갈 여러 경로가 있다. 김정은이 아무리 통제·단속해도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완전히 틀어막지는 못한다. 권력층의 경우, 외부 정보에 어느 정도는 접근이 가능하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반도 모든 주민의 삶을 살피겠다, 특히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의 생환에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공개적·공식적으로 육성 선언을 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인들 그들의 현 처지에, 김정은 독재체제에 나름의 생각이 없겠는가? “아, 대통령이 우리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구나”, “우리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는구나”를 깨닫는 북한 주민이 한 사람이라도 더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국가정보원이, 국제사회와 함께 엄중한 대북 국제제재 속에서 북한 주민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어떻게 진실을 알릴 것인가에 대해서 여기선 상론하지 않겠다. 분명히 길과 방법이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활용도 그 하나다.

대한민국을, 그들과 함께 하려는 우리의 마음을 아는 북한 주민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대북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과, 그들과 함께 하려는 우리와 함께 하려 결단하는 북한 주민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도록 만드는 것이 현 단계 통일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김정은이 받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눈·귀에 다가가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여차하면 공개 총살당하는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북한 주민이 당장은 어떠한 변화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도 인간으로서 우리와 다름없이 더 나은 삶을, 자유와 인권과 복지를 원할 것을 믿는다. 우리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그렇게 만들었지 않은가?

셋째,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2024년에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 세계와 어떻게 상생하고자 하는가를 담은 ‘평화이니셔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함께 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 실현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아,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실천하고자 했던 철학·비전·구상이 이것이었구나, 그런데 김정은의 도발로 유엔결의 위반으로 지금의 막힌 한반도가 되었구나”를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평화이니셔티브를 선전·홍보용으로 제안해서는 안 된다. 현 세대는 물론이고 다음 세대를 이어가며 대한민국의 국운을 융성하게 하면서 국제사회도 함께 평화·상생할 수 있는, 윤 정부는 물론이고 다음 정부도 받아들여 지속될 수 있는 국가전략 평화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힘을 쏟아야 한다.

2030 부산국제박람회와 같은 1회성이 아니라 지속성을 가지면서, 모든 국가적 역량이 투입되어져야 함이 인정되고, 국가적·지역적·세계적 파급효과를 가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삼 강조하지만 ‘DMZ유엔평화대학교’ 설립이 그 하나가 될 수 있다.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2024년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김정은과 1대1의 평행선을 달려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경제력이 50배가 넘는 우리의 패배다. 안보를 지키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인권을 기치로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김정은과의 ‘쇼’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의 무게를 느끼게 해야 한다. 동시에 폭력에 의한 변화를 거부하는 평화원칙으로 국제사회에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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