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와인 시장 분석과 2024년 와인 시장 예측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2023년의 끝자락에서 칼럼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1년을 마무리하는 단계이니 2023년 와인 시장 분석과 2024년 예측을 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에 관해 정리해보기로 한다.

2021년 4월경 칼럼(와인시장 빅뱅 제 2기의 도래인가?)에서 2020년 수입와인규모가 금액 기준으로 3억 불을 훌쩍 넘겼기에 문화확산이론에 비유하며 한국에서 제2의 와인 빅뱅기의 도래인가(사실은 제 1 빅뱅기이나 1995년 1일당 국민소득 일만불을 돌파하며 대폭 신장-1995년 13.8억불로 1994년대비 68.2% 신장-했기에 이때를 1차 빅뱅으로 보고 2020년에 이어 2021년을 2차 빅뱅이라 표현했다.)라는 제목으로 2021년 시장이 큰 폭으로 신장할 것을 예견했었다.

수입규모를 금액기준으로 볼 때 2017년 2억불 돌파에 이어 2020년 3억불(3억 3천만달러, 2019년 2억 6천만달러) 돌파도 놀라웠는데 2021년에는 5억불을 돌파한다. 1년 사이에 무려 약 70%가 신장한 것이고 2019년 1년치의 수입규모의 2배가 단 1년만에 신장한 것이다.

결국 2021년 예측은 성공했다. 

왕십리 육교위에 돗자리를 깔아도 될 정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장 예언가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할 또 하나의 예언을 살펴보자!

2022년 봄에 다른 칼럼에서 2021년의 와인시장 빅뱅을 마냥 즐거워할 것은 아니다.

경기 하락에 대비하라고 썼었다. 실제로는 2022년에는 2021년보다 약 5% 수입규모가 신장해서 필자의 예측이 틀렸지 않았나 싶었으나 사실 전년도 급증에 비하면 이건 증가라고 볼 수도 없다는 측면도 있으나 2023년 들어 급격히 수입규모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수입회사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심하게는 40%까지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이미 상반기에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으니 예측이 틀린 것은 아닌 것이 된다.

왜 갑자기 1년 사이에 낙관론에서 비관론(?)으로 생각을 바꾸었을까?

앞선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1987년말 민간에게 주류 수입면허가 개방된 이후 1988년부터 2022년까지 전년대비 수입규모가 축소된 것은 딱 두 번 있었다.

1987년말 IMF로 인해 1989년 수입규모가 거의 40% 가까이 급락했었고 그 다음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2009년 역시 40%가까이 급락했었기 때문이다.

두 번도 그 직전 1~2년은 급신장했다가 급락 현상이 생긴 것이었다.

외생적 경제 변수가 작용하여 경기 침체기가 도래하면서 와인 시장이 축소된 것이지만 둘 사이에 묘한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그리고는 과거 두번의 급락후에는 그 다음해에는 전년대비 증가하기 시작해서 약 2~3년후에는 다시 전 고점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었던 것이 패턴이었다.

그런데 2023년에 그 이전 1~2년 사이에 급신장 이후 급락 현상이 세번째로 닥친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어떨까?

역시 2~3년후에는 전고점을 뛰어 넘어 6억불을 돌파할까?

그리고 수입규모 신장은 어디까지 갈까?

즉 한국 수입와인 시장의 성숙시장의 규모는 얼마가 될까?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3년후에 시장이 회복되어 6억불은 돌파할 것으로 보여진다.

어쩌면 전고점 돌파 기간은 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3~5년 정도로. .

즉 과거 두번의 하락기에 비해서는 그 극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과거는 경제 외생 변수가 급격히 변하여 생긴 것이고 한국 경제 전반의 기본 구조는 탄탄한 편이어서 경제 회복력이 빨랐고 전자와 IT 등 신규 시장들이 발아 혹은 성장기에 있었으나 지금은 마땅히 그런 산업이 없고 우리나라 경제 기본 구조가 그 때와는 다른 측면이 많기에 탈출구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3~4년사이에 급격히 올라 2,30대들이 영끌이 할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4, 50대들이 조기 은퇴하면서 그 은퇴자금으로 중소자영업으로 피신할 곳이 있었다.

즉 경제순환이 이루어지고 가처분 소득의 급속한 감소는 없었다.

그리고 전자와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경제를 떠받치는 힘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자나 자동차도 그 분야내에서도 전기 자동차등 새로운 분야의 발아기나 성장기가 있었고 거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동참하여 산업성장과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가 경제의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자영업자들이 경제 충격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하나 이토록 중소자영업자들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OECD 중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은 10%~15% 정도다. 

건전한 경제구조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것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그 비중이 20%로 줄어 개선되기는 했다고 볼 수있으나 역으로 경체충격의 완충지대가 그만큼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급격히 올라 중소자영업자들이 채용을 꺼리게 되다 보니 2,30대의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게 되었고 지금의 명퇴자들은 앞선 선배 은퇴자들의 자영사업이 3~5년 사이에 7~80%가 실패하는 것을 보았기에 창업자체도 꺼리는 상황이니 소비활동의 주역들이 그만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경제는 쉴새없이 투자하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식으로 확대지향적으로 순환해야 하는데 그 투자고리의 한 축이 주춤하게 되고 소비가 축소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나마 질 좋은 일자리에 다니는 대기업에 다니는 2,30대들이 영끌이로 부동산을 소유하기는 했으나 금리가 오르니 이자내기 바빠서 가처분 소득이 확 줄었고 그 결과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일자리 자체도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지만.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가 않게 되어 설상가상의 상황이 된 것이다.

또 하나는 이제부터 대한민국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 들게 되는 것이 가시권에 들어와 서서히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그동안 먼나라 얘기로만 생각하다가 이젠 실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평균 수명은 늘었는데 건전한 일자리는 줄고 그나마 버퍼 역할을 하던 중소자영업의 비중도 줄고 불안한 임시 일자리지만 가능했던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줄어들었으니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뒤늦게(?) 하이볼이라는 저도주 칵테일 시장이 주류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다 보니 와인의 대안 시장이 등장한 것이다.

과거 막걸리나, 소주, 맥주, 위스키는 와인의 대체 시장이라기 보다는 상호보완재 시장으로 시장이 전혀 달랐지만 하이볼은 다르다. 와인은 잔술 문화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와인은 잔술로 마시기 어려우나 하이볼 칵테일은 잔 술이 가능하니 병단위로 구매해야 하는 와인보다는 잔으로 구매하는 하이볼이 단가면에서 부담이 없다.

MZ 세대들은 병단위로 소비자가를 계산하지 않고 절대 지불액이 작으면 된다.

술을 양보다는 재미와 질, 그리고 유행과 과시용으로 즐기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하이볼 5잔이면 왠만한 와인 1병 가격이나 하이볼은 한잔만으로 끝내도 되기에 소비지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시각으로 보면 와인도 잔술 시장이 새로이 커질 수는 있다는 의미이기는 하다. 일본에 잔술 문화가 유행하는 것처럼. 

2023년 수입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최소 30%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여진다. 

정확한 통계는 내년 봄에나 알 수 있지만 10월 까지의 수입 통계를 보면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부동산과 중소 자영업자들의 가계부채 때문에 무작정 금리를 올릴 수 없다 보니 환율차가 커지게 되었고 이 환율이 오르면 주류의 경우 종가제라서 환율 상승분에 더하여 추가로 40~50%만큼 수입 단가가 더 올라가게 되어 소비자가는 더 상승하게 되어 소비자는 물가는 비싸지고 유통상들은 기존 적체 재고 해소를 위한 할인 행사를 금년에 무수히 많이 했기에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수익구조를 맞추기가 힘이 들게 된다.

내년도 수입자금 마련을 위해 현재 재고 와인을 밀어내야 하니 수입사들이 가격 할인 행사를 해왔고 이는 적체 재고가 해소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고 이 와인들을 다시 수입하려면 수입원가는 올라가야 하는데 이미 할인된 가격으로 와인을 구매한 사람들은 그 와인을 내년도에 올라간 가격으로는 절대 구매하지 않을 것이기에 수입사의 고민은 깊어진다는 의미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볼 때 와인 소매 가격은 해외 직구가로 수렴할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현재이 재고 처리 덤핑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와인 가격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와인 전문 소매점의 평균 마진율이 15%라는 소리가 이미 작년말부터 업계내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선진국의 소매유통 마진은 최저 30%가 되어야 생존이 가능한데 그것의 반토막이니 생존이 가능할 리가 없다.

이유는 상품 구색을 갖추기 위해 인지도 있는 대형 수입사들이 수입한 와인을 구비하다 보면 대형 마트와 백화점 위주로 납품하는 이들 대형 수입사들의 와인은 대형 유통점들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할인 행사를 하게 되어 있고 SNS가 발달하고 이를 잘 이용하는 우리나라 젊은 층들은 가격 비교를 하게 되고 그럼 가격 인하라는 가격 경쟁의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되어 판매 규모가 작은 소형 독립 점포들은 당연히 마진 폭이 확보되지 않게 된다.

여기에 가게 임대료는 올라가기만 했지 아직 내려오지 않고 있으니 수익구조가 맞을 리가 없다.

자가 소유 점포가 아닌 다음에는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와인은 또 알아야 판매할 수 있으니 최저 임금 상승으로 와인 지식을 갖춘 직원의 인건비 또한 만만치가 않은 상황인데 와인 시장 빅뱅기에 전문소매점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몸값도 덩달아 올랐었기에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음식점이야 맛만 있으면 음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지만 와인 전문 소매점은 대안이 없다.

2021, 2022년에 급격이 늘어나던 많은 와인 독립 소매점들이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그로 인해 유통 채널이 감소하니 판매도 쉽지 않아 적체재고 정리에 집중하면서 환율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다 보면 당분간 와인 수입규모는 증가보다는 감소할 것이 확실한 바 2024년도는 2023년도의 수입규모만큼도 수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아마 주류 수입 민간 개방 이래로 2년 연속 수입이 감소하는 유일한 시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수입시장 개방이래로 전년대비 3번만 하락했다는 신화(?)가 깨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신 그동안 수입하지 않았던 새로운 와인 생산국으로의 수입선 다변화와 유통 채널의 다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전문점 대신 캠핑이나 펜션 등지에서 와인을 판매하거나 야외 캠핑형 고깃집에서 와인이 판매되는 식의 새로운 유통경로 문화가 등장할 것이다.

즉 아예 캠핑장을 예약하면서 바비큐 거리와 와인을 함께 주문해서 현지 숙소에서 수령하는 방식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소비 형태와 유통경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 쪽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반드시 열린다는 얘기는 이런 현상들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2024년은 수입규모가 2023년 정도 수준 내지는 감소할 수 있으나 대신 새로운 와인 유통 채널들과 와인의 잔술 판매 및 소비 문화가 자리 잡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를 겪는 지금이 장기적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고 중소자영업의 비중을 줄이고 질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미래 먹거리가 되는 신규 산업에 투자하는 전화위복의 시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2023년을 마무리한다.

독자 여러분께서 한 해 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한다. 용의 해에 용처럼 승천하는 기운이 온 나라에 함께 하고 전쟁을 겪는 나라들에 평화가 깃들기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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