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혼자만의 불빛과 반짝이는 술잔들’을 닮은 시
"주로 바닥, 종점, 하류, 그리고 슬픔과 외로움에 대해"

최근 두번재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를 출간한 이희주 시인[사진=작가 제공]
최근 두번재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를 출간한 이희주 시인[사진=작가 제공]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 등단 시인이면서 한국투자증권에서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을 역임했던 이희주 전무가 퇴직 후의 심경과 고독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은 그의 두번째 시집『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를 출간해 화제다. 이 시집은 <시인동네 시인선> 시리즈 222번째로 시집전문 출판사‘문학의 전당’에서 나왔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사유가 큰 주제를 이룬다. 문학평론가 임지훈은 이 시집에 대해 “쓸쓸한 도시의 밤을 수놓는 혼자만의 불빛과 반짝이는 술잔들을 닮아 있다”고 평했다. 시인이면서 33년 경력의 증권맨이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이희주 시인을 만나본다.

Q 시집 출간 축하드린다. 이번 시집 제목이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이다. 여기에서 ‘너’는 누구인가? 그리고 시집에 주로 어떤 시들이 담겨 있나?

A 직장생활 시절 쓴 시와 퇴직 후 쓴 시가 반반 정도다. 총 4부작으로 68편이 수록됐다. 여기에서의 ‘너’는 2인칭인 당신이 될 수도 있고 3인칭인 그들이 될 수도 있다. 연애시의 형식으로 쓰여졌지만 꼭 어떤 상대방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같은 것이다. 세상의 나와 닮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썼다. 외롭고 지치고 힘든 약자들을 위한 글쓰기가 나의 주된 관심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Q 시집 말미의 <시해설>에서 임지훈 문학평론가가 “세상에 삿된 깨달음을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다만, 그(이희주)와 같이 스스로 번민하고 고뇌하며 함께 슬퍼하는 사람은 드물고 귀할 따름”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에 대한 소감은?

A 과찬이다. 나는 사실 임지훈 평론가에 대해서는 이름밖에 모른다. 임 평론가가 오로지 텍스트만으로 평했다. 나의 삶이나 나이나 출신배경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작품만을 토대로 한 평가여서 나름 값지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평소에 도시의 포장마차에서 스며 나오는 불빛 같은 시, 도시 공원의 안개 속에 켜져 있는 가로등 불빛 같은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밝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쓸쓸한 사람들 곁에서 아련하게 빛을 밝혀주는 그런 시인이고 싶다. 그런 점이 느껴진 것 같아 다행이다.

Q 이력이 특이하다. 1962년 충남 보령 출생으로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나왔다. 시인으로 등단했으면서 한국투자증권 전무까지 역임했다. 글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나? 간단한 이력과 함께 소개 부탁한다.

A 보령에서 중 3에 서울로 유학을 왔고 대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3년간 문학반 활동을 했다. 당시 경희대 재학중이던 류시화 고교 선배를 만나 영향을 받았다. 등단은 1989년 『문학과 비평』가을호 ‘새얼굴’에 시 16편이 선정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12월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투자신탁에 공채로 입사했다. 재직 중인 1996년에 첫번째 시집 『저녁 바다로 멀어지다』를 출판사 고려원에서 상재했다. 2010년에는 한국시인협회 감사직을 겸하며 시단의 실무에도 참여했다. 2022년에 33년 근속한 한국투자증권을 퇴사했다. 그리고 이번에 두번째 시집을 출간하게 됐다.

Q 어떻게 증권회사에 입사하게 됐나? 증권회사와 국문과 출신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A 그런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내 첫 시집에 <면접 보는 시인>이라는 시가 있다. 거기에 보면 “월급 많이 준다기에 왔습니다”라는 대목이 있다. 1989년 나는 가난했고 돈이 필요했다. 당시 한국투자신탁은 우리나라 최고로 급여를 많이 주던 회사 중 하나였다. 필기와 면접시험을 다 치루고 합격했다. 10년만 다니다 목돈을 좀 모아 퇴사해 전업작가가 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니다보니 어느덧 33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영업점, 경제연구실, 마케팅부, 홍보실 등에서 근무했고 커뮤니케이션업무를 총괄하는 전무직을 마지막으로 퇴직했다.

Q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A 글과 관련된 게 내 계획의 전부이다. 소설 집필을 구상하고 있고 내가 주로 일해온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도 쓸 생각이다. 시창작, 글쓰기 같은 재능기부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나는 주로 바닥에 대하여, 종점에 대하여, 하류에 대하여, 슬픔과 외로움에 대하여 썼다. 문학이 다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내 시는 그러려고 한다. “내 작품 속의 고독한 사람들은 내 자신의 반영일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모든 인간의 조건일지도 모르겠다.”는 화가 애드워드 호퍼의 말은 적어도 나에겐 진실이다. 고독한 인간에 대하여, 그들이 그냥 존재자가 아니라 귀중한 존재 그 자체임을 일깨우는 데 일조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A 부족한 시집 좋게 평가해주시고 인터뷰까지 해주셔 감사할 따름이다. 독자분들,새해를 맞아 더욱 건강하시고 모든 일들이 잘 풀리시길 빈다. 더불어 문학, 특히 시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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