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70)

온난화에 다시 오염으로 얼룩진 생태계는 암컷에 손짓하나?
브라질 상파울루 지역 연구… 오염된 지역에서 여아 출생 많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50대 50이어야 할 동물의 성비(性比)가 변하고 있다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연의 기본적인 성비가 바뀐다는 것은 하나의 판이 바뀌는 질서의 파괴다. 생태계의 커다란 혁명이고 진화다. 암컷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오염 때문에 암컷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006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평범한 논문이 바로 우리를 쓸쓸하게 만들었다. 오염된 지역에서 여자 애기가 많이 태어난다는 연구다.

세계적인 산호초 군락지인 호주 북부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BR: Great Barrier Reef)'에서 오염으로 인해 심각한 성비 차이가 발생해 수컷 한 마리 당 수백 마리 암컷이 태어났다. [사진=어스닷컴]
세계적인 산호초 군락지인 호주 북부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BR: Great Barrier Reef)'에서 오염으로 인해 심각한 성비 차이가 발생해 수컷 한 마리 당 수백 마리 암컷이 태어났다. [사진=어스닷컴]

온난화와 오염, 위협받는 자연선택은 암컷에 손짓하나?

브라질 상 파울로에서 비교적 오염이 심한 지역을 대상으로 남자와 여자 아이의 출산율을 조사한 결과 여아가 많았다는 내용이다. 가장 오염이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과 비교했을 때 여자 아이가 2%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 차이가 그렇게 큰 상관인가? 그렇다.

한편 기온이 더 따뜻하게 되면 거북이 알은 암컷 부화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해 미국 듀크 대학의 연구가 그렇다.

이 발견은 거북이 외에도 많은 동물들이 왜 성 결정이 온도에 의존적인지, 그리고 진화적으로 위험한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이 지속되는지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는 현재, 앞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걱정스러운 미래를 제공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과학 저널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한 배아가 옮기는 "생식세포(germ cells, 즉 정자 또는 난자)"의 수는 더 높은 온도에서는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은 더 따뜻한 온도에서 이 종자세포는 배아 세포가 암컷을 낳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한 듀크 대학 의과대학의 블랑쉬 카펠(Blanche Capel) 교수는 "온도에 의한 성 결정은 하나의 메커니즘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온도는 배아의 여러 세포 유형을 통해 점진적인 방식으로 성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들은 암컷을 생산하는 온도는, 생식세포 수를 증가시키는 온도와 일치한다며 “이러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생긴 많은 수의 생식세포는 물고기의 암컷 발달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사람은 물론 대부분의 동물 종은 암수 비율이 거의 50대 50이다. 이는 자연선택에 의한 가장 좋은 생태계의 균형이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에 의한 기온 상승과 오염으로 암컷 생산이 더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람은 물론 대부분의 동물 종은 암수 비율이 거의 50대 50이다. 이는 자연선택에 의한 가장 좋은 생태계의 균형이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에 의한 기온 상승과 오염으로 암컷 생산이 더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브라질 상파울루 지역 연구… 오염된 지역에서 여아 출생 많아

생식세포가 많을수록 더 많은 암컷 거북이를 생산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은 50대 50 비율을 산출하는 중간 온도에서 자란 붉은귀거북(red-eared slider) 배아에서 일부 생식세포를 제거했다. 그러자 예상보다 더 많은 수컷이 생겼다.

지구 온난화도 그렇지만 환경오염 또한 암컷을 많이 생산한다는 연구도 나와. 최근의 이 연구는 오염으로 암컷 생산 비율이 무려 100%에 가깝다는 놀라운 결과를 제시했다.

대부분의 거북이 그렇지만, 특히 녹색바다거북(Green sea turtles, 학명: Chelonia mydas)은 IUCN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는 해양동물이다.

그들은 밀렵, 보트 충돌, 서식지 파괴, 그리고 그물과 같은 낚시 도구에 의한 우발적인 포획으로 인해 멸종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관련된 또 다른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온도에 따른 성 결정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수의 배아가 암컷으로 발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계적인 산호초 군락지인 호주 북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BR: Great Barrier Reef)에서는 이로 인해 심각한 성적 편향이 발생해, 수컷 한 마리 당 수백 마리 암컷이 태어났다. 자연선택의 50대 50의 비율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학술지 ‘해양생물학 프론티어(Frontiers in Marine Biology)’ 저널에 게재된 이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로 수컷 녹색 바다거북의 부족으로 인해 멸종 위험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멸종 위험의 암수 편향 극심… 100% 암컷 출생으로 향해

이 연구를 이끈 호주 그리피스 대학 산하 호주 강 연구소의 아서 바라자(Arthur Barraza) 박사는 "연구에서 우리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녹색 바다 거북의 성비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암수 편차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GBR 남쪽의 작은 산호 모래 섬인 헤론 섬(Heron Island)의 녹색 바다거북에 대한 오염도의 영향에 중점을 두었다.

매년 200~1800마리의 암컷이 둥지를 틀고 있는 이 지역은 적도에 가까운 지역보다 성비가 더 균형 잡혀 있다. 수컷 한 명당 약 2~3마리의 암컷이 부화한다.

이 연구는 크롬, 안티몬, 바륨과 같은 금속과 "제노에스트로겐(xenoestrogens)"으로 알려져 있거나 의심되는 PAH, PCB, PBDE와 같은 유기 오염물질에 중점을 두었다.

연구팀은 부화된 새끼의 간에 있는 중금속 안티몬과 카드뮴의 양과 암컷의 수의 편차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이 연구를 이끈 호주 그리피스 대학 산하 호주 강 연구소의 아서 바라자 박사.

이러한 오염 물질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모방하여 암컷 발달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서 거북 알의 여성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암컷을 많이 만드는 것의 진화적인 이점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서 암컷을 많이 만들면 종의 개체들에게 주는 이점이 무엇일까?

진화론의 자연선택에 따르면 원래 남자의 수가 여자보다 약간 많다. 많아야 한다.

왜냐하면 남자는 여자보다 항상 위험에 노출돼 사망할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남자가 다소 비싼 것도 이러한 이유다.

많은 암컷 생산… 진화론적 이점은 무엇일까?

옛날을 가상해 보자. 남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집을 떠나 맹수들의 습격을 받고, 또 싸워야 한다. 그리고 가정과 자신이 속한 부족을 지키기 위해 외부의 적들과 싸워야 한다. 지금까지도 남자는 항상 크고 작은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한 노출도 남자가 많다. 심지어 이제는 테러리스트의 공격 목표라는 위협을 안고 살아야 한다.

50대 50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자 아이의 수가 많아야 한다. 자료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남자 아이의 출생률이 무려 3%가 더 많게 나타났다는 연구도 있다. 많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생물체의 한 종(種)이 계속 도태되지 않고 번창하기 위해서는 자손을 많이 번식해야 한다. 생물학적 투쟁에서 이겨야 한다. 건강한 수컷 한 명은 암컷 여러 명을 가임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수컷의 정자 생산 능력이 떨어질 경우 자연선택은 암컷을 많이 만들어 낸다.

환경 오염에 의한 것이든,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에 의한 것이든 간에 분명한 것은 암컷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건강한 수컷 한 마리는 여러 건강한 암컷을 상대해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빈약한(?) 수컷으로부터 종(種)을 보호하기 위한 암컷의 진화의 몸부림이라는 자연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정상적인 진화의 길은 아니다. 종의 멸망이라는 멸종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생태계의 조화가 깨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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