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77)

일자리를 뺏기는 첨단 기술사회… 첨단 로봇 ‘AI의 습격’이 시작돼
구글, 첨단 AI도입으로 3만명 구조조정 해고에 나서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첨단 로봇을 주축으로 한 4차산업혁명의 도래를 설파한 이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다.

미래학자이기도 한 슈밥 회장의 지적은 이러한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첨단 로봇 공학과 인공지능 개발에 노력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용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항구적인 실업증가와 불평등, 소비감소에 따른 불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하나의 경고였다. 사실 그가 우려했던 여파는 현재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4차산업혁명, 발명과 개발이 아니라 변화에 대처하라는 이야기

인류는 늘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으로서 고유의 자리가 있었다. 그 가운데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수단인 직업, 일자리는 생존의 원천이었다. 바로 노동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해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이 조만간 수만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직 개편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AI가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뺏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25일 크리스마스를 바로 앞두고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몰려 있는 구글이 3만명에 달하는 인원을 구조 조정할 것이라는 이 뉴스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외신들을 이와 같은 구글의 인원 조정을 “AI의 습격”이라고 불렀다. 첨단 로봇 AI의 일자리 뺏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회사 측은 AI가 대신할 수 있는 광고 판매 부문에 대해서만 대규모 개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가 충분히 사람을 대신해서 광고 판매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 3만명 해고 계획… AI로 광고판매 직원들 대신해

이번 조직 개편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구글이 검색 엔진과 유튜브 등의 광고에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면서 기존처럼 많은 직원이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구글은 2021년 AI 기반 광고 플랫폼인 퍼포먼스 맥스(Performance Max)를 선보인 이후 올해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해 광고 제작의 효율을 훨씬 높였다고 한다.

광고 헤드라인과 설명, 이미지 등을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제안해 클릭 몇 번만으로 맞춤형 광고를 만들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류는 현재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자리’인 직업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The Sustainable Investor]
인류는 현재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자리’인 직업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The Sustainable Investor]

이에 점점 더 많은 광고주가 생성형 AI가 탑재된 플랫폼을 채택함으로써 광고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직원들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구글이 조만간 대규모 해고에 나선다면 지난해 1월 이후 1년 만이 된다. 구글은 올해 1월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 전 부문에 걸쳐 전 직원의 약 6%인 1만2천 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구글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수혜자는 기업인, 그러나 낙오자들을 외면하면 안돼 

그러면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벌어질 변화의 시대에 요구되는 바람직한 기업인의 표상(表象)은 무엇일까? 

2017년 7월 미국 유력 경영 전문 월간지인 ‘치프 익스큐티브(Chief Executive)’는 ‘올해의 CEO’로 선정된 미국의 대형 의료 유통업체인 헨리 샤인(Henry Scheine)의 대표이사인 스탠리 버그만(Stan M. Bergman)의 수락연설 내용을 정리하면서 감동적인 글을 남겼다.

이 월간지는 “사람들을 뒤에 남기고 가지말라(Don’t Leave People Behind)”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버그만 대표의 “낙오자 없이 모두가 제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면서 혁명의 시기에 기업체 리더가 걸어야 할 길과 덕목을 제시했다.

버그만 대표는 “저의 관심은 많은 사람들이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사회적 환경이 미국의 독특한 DNA를 위협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 혁명은 기술의 보급을 가속화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비즈니스 리더로서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형성에 참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진정으로 호소하려고 한다. 사람들을 뒤에 남겨 놓고 떠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형 의료 유통업체 헨리 샤인의 CEO인 스탠리 버그만. 

버그만 대표는 그동안 비즈니스의 많은 사람들은 너무 빨리 나아가는 데는 너무 집중해 왔지만 함께 나아가는 데는 집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소수의 거대한 수혜자들은 생겨났지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고 그는 꼬집었다.

직원과 상생과 공생이 리더의 중요한 덕목

“변화로부터 오는 이득을 모두 공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에만 너무 집중한다면 우리는 세계의 안정과 민주주의 사회의 모든 것을 위험에 빠뜨리는 더 큰 박탈과 시민적 반대라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는 상생과 공생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은 기업이라고 단언했다.

“우리와 우리의 기업체는 제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혜택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대해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제4차 산업혁명에서 비롯되는 막대한 풍요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이러한 새로운 과학기술의 이해관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주는 과제는 간단하다. 대량실업의 양산인가, 노동 분배에 따른 새로운 웰빙의 시작인가? 하는 문제다.

그래서 버그만 대표는 ‘함께 멀리 가라’고 한 아프리카의 속담을 인용하면서 “급속한 기술적, 그리고 사회적 변화의 초래로 인한 분열을 다시 연결시켜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수락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숱한 세월에 걸쳐 인류가 이룩한 과학기술의 선물을 낙오자 없이 모두 공유해야 한다는 강력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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