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 방지 제도이면서 공정거래 도모하는 법이기도...

이태휘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이 지난 2020년 8월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 자동차 구매계약 불공정약관 시정 등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휘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이 지난 2020년 8월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 자동차 구매계약 불공정약관 시정 등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 공정위의 다양한 업무 중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분야에서 공정거래와 소비자보호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약관규제 업무이다.

통계만 보더라도 약관법 시행 이후 2021년까지 약관심사 청구건수는 약 3만 311건에 달하며,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심사 건수 총 1만1932건 중 968건을 시정하였다.

최근에는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약관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에는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 플랫폼사업자의 이용약관, 4개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약관, 5개 재판매(Resell)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약관, 16개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용약관에 대하여 자진시정 및 시정조치를 한 바 있다.

작년 공정위는 전국의 33개 골프장사업자들이 사용하는 ‘이용약관’과 회원제 골프장의 ‘회칙’에 대해 불공정약관을 심사한 바 있다(공정위 보도자료, 2023. 4. 13.).

예를 들어 “2홀 이상 9홀 이하 플레이의 경우 정상요금의 50%로 정한다.”, “10홀 이상 플레이의 경우 정상요금으로 정한다.”라는 규정을 불공정약관으로 판단하고,

이를 “악천후나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골프장 이용이 중단된 경우 이용요금의 정산은 모든 이용자가 이용을 마친 홀을 기준으로 1홀 단위로 요금을 정산”할 수 있도록 시정한 것은 한 예이다.

이와 같이 약관규제는 우리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약관은 일상거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보험가입을 할 때 보험계약서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깨알같은 보험계약서를 자세히 읽어보고 계약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업자는 자기에게 유리한 약관을 작성할 것이 분명하므로 고객입장에서는 이를 자세히 안 보면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량생산·대량소비가 특징인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1986년 약관규제법이 제정되었다. 구체적으로 독일의 「보통거래약관규제법」을 모델로 하였는데, 동 법은 2002년 독일 채권법으로 편입되게 되었다.

약관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택지공급계약서, 금융·보험약관, 병원이용약관, 아파트·상가·오피스텔 등 분양·임대차 계약서, 대리점계약서, 가맹점계약서, 회원제 골프장회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선 사업자는 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를 진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약관을 계약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약관과 다른 별개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개별약정을 우선시하며, 약관해석시에는 신의성실의 원칙, 객관적 · 통일적 해석의 원칙,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축소해석의 원칙이 적용된다.

약관법은 개별약관의 불공정조항을 가려내기 위해 크게 2가지의 판정기준(일반조항과 개별금지조항)을 두고 있는바, 일반조항으로는 신의성실원칙이 있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이른바 ‘기습(奇襲)조항’), 계약의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의 경우 불공정성이 추정된다.

개별금지조항으로는 ① 사업자 면책조항 ②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 부담 조항 ③ 고객의 계약 해제·해지권 제한 조항 등 ④ 채무 이행의 일방적 결정·변경 등 조항 ⑤ 고객의 항변권, 상계권 배제·제한 등 조항 ⑥ 의사표시의 의제 조항 ⑦ 대리인의 책임가중 조항 ⑧ 소송상 권리의 제한 등 8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공정위는 사후적으로 불공정약관에 대하여 심사를 거쳐 시정을 하는 기능 외에 사전적으로 표준약관을 제정하여 권장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불공정약관에 대한 개별적 규제로는 효과가 미흡하고 동일내용의 소비자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분쟁과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거래분야에 대해 불공정약관의 심사기능으로서 표준약관을 보급하고 있다.

아파트표준공급계약서(표준약관 제10001호)를 시작으로 2021년 12월 현재까지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국내·외 여행업 표준약관, 전자상거래 표준약관 등 총78개 표준약관이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다. 2022년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무인세탁소 (셀프빨래방) 분야의 표준약관을 제정하였다.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경우 표준약관 표지를 사용할 수 있다.

약관규제는 약관을 통해 거래를 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공정거래를 도모하는 법이기도 하다.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와 내용면에서 유사하다.

약관규제법 제1조에서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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