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러 가득 40kg, 120마리 잡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2024년 1월 6일 만재도 부근 바다에서 본 일출 
2024년 1월 6일 만재도 부근 바다에서 본 일출 

낚시꾼이야 ‘열기’라고 하면 잘 알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열기는 생소한 생선이다. 열기는 볼락과의 생선. 우럭의 학명이 조피볼락, 열기의 학명이 불볼락, 볼락은 볼락이다. 서식하는 곳이나 생태나 생김새도 비슷하다. 우럭, 열기, 볼락은 사촌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맛은?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는 열기, 탕은 우럭, 구이는 볼락을 쳐준다.  열기는 서해 어청도 부근에서부터 아래로 홍도, 만재도, 흑산도, 가거도 등과 남해 전 지역, 동해는 포항 이남에 주로 서식한다.

 보통 동해와 남해 연안의 열기는 씨알이 잘다. 남해에서 씨알이 좋은 곳은 거문도 일대, 사수도와 여서도 일대, 추자도 일대다. 특히 추자도 부근이 씨알이 좋다. 

 열기는 보통 12월부터 낚시가 시작되어 이듬해 4월까지 선상낚시로 주로 잡는다. 피크가 1월과 2월이다. 3월이 지나 산란이 끝나면 열기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2023년 12월 23일 완도에서 출항하여 여서도를 비롯 남해 남서부 일대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조과는 달랑 6마리였다. 갑자기 강한 추위가 와서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일주일 이상 계속 되었으니, 고기가 잡힐 리가 없다. 수온이 급강하하면 모든 고기가 입을 다문다. 그 수온에 적응해야 고기가 다시 입을 연다.

 열기낚시는 수온이 유지되어야 하고, 물색이 맑아야 하며, 햇빛이 나야 잘 잡힌다.

 1월 6일 토요일, 2물, 1주일 정도 따듯한 날이 계속되어 수온도 안정적이고, 2물이니 물색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도가 관건인데 다행히 예보상으로는 좋게 나온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남해나 서해 먼 섬으로 출조할 때 자가 운전은 너무 힘들다. 충남까지야 좀 힘들어도 운전을 하겠지만, 출항지가 완도나 진도, 통영이나 여수나 거제일 때는 낚시회 버스를 이용하는 게 요즘의 추세다. 낚시회는 배를 알선해주고 식사를 제공해 준다. 일종의 낚시패키지 상품이라 생각하면 된다. 

열기낚시의 자리 배정 

 1월 5일 저녁 8시, 안양 석수체육공원에서 예약해 둔 한빛낚시회 버스를 탄다. 서너번 이용했던 낚시회다. 버스는 밤새도록 달려 2시 30분쯤 진도 서망항 부근 식당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자리 추첨을 한다. 우럭낚시의 경우 선장이 어디로 배를 대느냐에 따라 같은 배를 타도 조과가 현저히 달라진다. 이를테면 뒤로 포인트에 들어갈 경우 제일 앞자리는 입질을 하루 종일 못받을 때가 있다. 반대로 앞으로 들어가면 뒷자리는 못받는다.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들어가도 입질을 못받는 자리가 있게 마련이다. 선장과 바람에 따라 어느 위치가 좋은지 그날그날 다 다르지만, 꾼들은 자기 경험상 좋아하는 자리가 있기에 자리 배정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공평하게 자리를 배정하지 않으면 심지어 험악한 말이 오갈 수도 있다. 열기낚시는 경험상 선장 바로 옆자리가 좋았다. 20명이 타는 배라고 하면 좌우로 앞에서 3, 4, 5번 자리가 좋은 것이다. 이 자리의 문제는 수심이 깊거나 옆 사람이 낚시를 못하면 옆 사람과 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그래서 제일 앞자리나 제일 뒷자리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한빛낚시는 공정하게 사탕으로 추첨을 했다. 주머니에서 각자 사탕을 뽑으면 그 사탕에는 번호가 있다. 뽑으니 나는 6번이다. 1번 뽑은 사람이 1번 자리에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들어간다. 일행이 세 명이면 1사람만 사탕을 뽑는다. 예컨대 1번을 뽑은 사람이 일행이 3명이면 8번, 9번, 10번으로 들어간다. 뽑기를 마친 사탕는 먹으면 된다.  

 그렇게 하여 나는 앞에서 좋은 자리라고 다 차지하고 남은 딱 한 자리, 우측 다섯번째 자리(16번 자리)에 당첨되었다. 줄만 안 걸리만 이 자리가 가장 좋다. 앞으로 들어가든, 뒤로 들어가든 입질을 받는 자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조타실 바로 옆자리라 선장과 수시로 소통이 가능한 자리라서 좋은 자리다. 수심이나 어초 높이 등을 알려주긴 하지만 수시로 다시 물어볼 수 있다. 즉 바닷속 상황을 환히 보고 있는 선장과 소통하는 자리여서 이 자리가 좋은 것이다. 물론 아예 창문을 닫고 하루종일 말 한마디 안 하는 선장도 있다. 그런 배는 안 타는 게 현명하다. 어탐기에 찍히는 바닷속 정보를 알려주어야 낚시가 효율적이다. 몇 미터 수심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바닥을 찍고 난 뒤 점점 올라가는 지형인지, 몇 미터짜리 어초가 있는지, 말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꾼은 선장의 멘트를 참고하여 자신의 봉돌로 확인하면서 머릿 속에서 바다의 지형을 그리면서 낚시한다. 수심이 중간에 깊어지면, 선장은 다시 바닥을 찍으라는 멘트는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꾼들은 허공에 채비를 띄우는 헛수고를 한다.  

 선상낚시는 선장과 꾼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올리랄 때 올리고 내리랄 때 내리고, 5미터 어초가 있다고 하면 바닥 찍고 느슨한 줄을 팽팽하게 한 다음(채비 정열), 4미터나 5미터 감고 기다리면 된다. 즉 선장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느냐 안 하느냐가 바로 조과에 직결된다. 

 그러니 선장이 사실 낚시의 90%는 한다고 보면 된다. 

만재도 열기 포인트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3시 30분쯤 출항, 선실에서 잠을 잔다. 바다가 많이 꼴랑거린다. 예보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다가 거칠다. 해가 뜰 무렵, 배는 만재도에 입항한다. 왜? 배 스크류에 그물이 감겨 그걸 풀려고 입항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경미하다.

 그물을 제거하는 동안에 해가 뜬다. 여기 만재도가 삼시세끼라는 프로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이 고기잡고 밥해 먹던 곳. 그 프로를 보면서 저런 곳에서 몇 달 만이라도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기도 하다. 

만재도
만재도

 배는 바로 만재도 앞바다에서 낚시를 시작한다. 여기서 잡힐까, 반신반의했는데 수심은 약 30미터, 내리자마자 탈탈탈 특유의 열기 입질이 온다. 바로 이거다.  꾼의 심장도 탈탈거린다.

아래 바다 밑에 4마리 더 달려 있다. 몽땅걸이.
아래 바다 밑에 4마리 더 달려 있다. 몽땅걸이.

 

열기는 거치해 놓은 낚싯대가 탈탈거릴 때 두근대는 마음이 일품인 낚시다. 바늘 8개 카드채비를 달았으니, 8마리 몽땅걸이를 하느냐, 한두 마리 잡고 올리느냐, 그 갈등도 열기낚시의 재미다. 한두 마리가 잡히면 1, 2미터를 올려주는 게 정석이다.

 그렇게 했더니 처음에 6마리가 달려 있다, 씨알도 좋다. 순간 예감이 온다. 오늘은 대박이다.

두 번 내려 이만큼 잡았다. 대박 조짐이다.
두 번 내려 이만큼 잡았다. 대박 조짐이다.

잘 잡힐 때 열기낚시는 정말 바쁘다. 채비 내리고 탈탈거리면 기다렸다가 올리고, 고기 떼고, 다시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잡은 고기 피도 그때그때 뻬 놓아야 한다.  그래야 회가 맛있다. 채비 걸리면 다시 채비하고. 옆사람하고 걸리면 채비 풀지 말고 자르고 새로 채비하는 게 빠르다. 채비 아까워 줄 풀면 그 시간이 다 고기 놓치는 시간이다. 

 물통에 담아 피를 빼면 고기에 바닷물이 흡수되어 회가 물러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피가 좀 보기는 싫어도 맛을 위해 아가미에 칼을 넣어 피를 빼고 좀 있다 쿨러에 바로 담는다. 

 열기 미끼는 염색한 오징어. 아주 작게 달았다. 길이 2cm, 폭 0.5cm. 길게 사용하면 우럭이 잡힐 수도 있지만 열기 잡기로는 불리하다.

 채비는 15호 8단 카드 채비. 합사 4호줄. 3.2미터 열기 인터라인 전용대를 사용했다.

 간간히 바다 경치를 본다. 만재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두어 달만 살면 딱 좋겠다. 멀리 가거도와 홍도와 흑산도가 보인다. 

 급하게 점심을 먹고 열심히 낚시했다. 수심이 그다지 깊지 않은 포인트니 옆사람과 거의 채비가 걸리지 않았다. 씨알도 상당히 좋았다. 열기 씨알이 좋으면 신발급 싸이즈라 하는데, 신발급이 상당히 많았다. 무엇보다 선장의 포인트 진입 솜씨가 좋아 거의 열기 대가리를 바로 때렸다.

쿨러 가득 채우다

44리터 쿨러가 가득 찼다. 
44리터 쿨러가 가득 찼다. 

 2시경, 44리터 쿨러가 가득 찼다. 얼음을 조금 넣었는데, 더이상 들어갈 데가 없다. 이런 경우는 사실 1년에 한두 번이다. 그래도 낚시를 해서 물칸에 두었다. 2시 반 철수. 남은 고기는 한 30마리는 옆 사람에게 주었다.

 배는 힘차게 달려 서망항으로 달려 5시 30분 입항. 얼음을 좀더 쿨러 사이사이 빈공간에 보충. 식사를 하고 서울로. 귀가하니, 딱 1월 7일 12시 30분이다. 열기 한 마리를 급히 회 쳐서 소주 몇 잔에 곁들인다. 이게 낚시의 최종 묘미다.

 다음날 종일 열기를 손질한다. 회와 구이용으로. 구이용 중 큰 건 등따기로. 작은 건 배따기. 내장과 알은 젓갈을 담고, 회를 치고 남은 서더리는 큰 솥에 넣고 끓여 육수를 낸다. 500cc 생수통에 담아 얼려 놓으면 훌륭한 미역국 베이스 국물이 된다.

열기 구이
열기 구이
열기 등따기로 진공포장
열기 등따기로 진공포장
 좀 작은녀석은 배따기로 진공포장
 좀 작은녀석은 배따기로 진공포장
열기 서더리 육수. 
열기 서더리 육수. 
열기 알젓
열기 알젓

 

 한빛낚시 사무장님, 시온호 선장님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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