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78)

현대 인류가 갖고 있는 2%의 네안데르탈인 DNA
인간과 교배를 통해 자손을 생산했다는 증거
“잔인하고 지적 지능이 낮다는 고정관념은 틀려”
기존에 정의한 種의 개념, 이제 수정해야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전통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은 초기 현생 인류에 비해 잔인하고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지적 열등으로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되었다는 것이 그동안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과학전문 매체 어스닷컴(Earth.com)은 최근 과학적인 발견으로 인해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수정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러한 변화된 해석은 네안데르탈인의 분류, 즉 초기 현생 인류와 동일한 종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들 사이의 논쟁을 뜨겁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현대 인류, 2%의 네안데르탈인 DNA를 갖고 있다는 의미는?

왜냐하면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재평가는 인간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인류에 대한 정의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된 사람 속(俗)의 한 종으로서 1856년 독일 뒤셀도르프 지역의 네안데르(Neander) 계곡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으로 명명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발견된 이후, 인류학자들은 이들을 독립적인 종으로 간주할 것인지, 현생 인류의 아종(亞種)으로 분류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기 전 약 5000년 동안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와 같은 지역에서 공존한 적도 있었으며, DNA 증거에 따르면 접촉이 되는 지역에서는 간혹 교잡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아프리카를 제외한 다른 곳에 기반을 둔 현대인의 유전체의 약 1.2~2.1%는 네안데르탈인에 기원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오랫동안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적 승리에 가려 약 4만년 전에 멸종될 운명에 처해 있는 원시적이고 언어가 없어 말을 못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도전을 받고 있다. 우선 이전의 믿음과는 달리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안데르탈인 DNA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은 네안데르탈인을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별개의 종으로 간주해온 오랜 견해를 복잡하게 만든다.

“잔인하고 지적 지능이 낮다는 고정관념은 틀려”

이러한 논쟁과 관련해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인 앙투안 발조(Antoine Balzeau) 박사는 "우리가 19세기 처음으로 네안데르탈인 화석에 대해 논의했을 때만해도 실제적인 논쟁은 없었다. 당시에는 인간만이 유일한 종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은 이전에 확립된 엄격하게 종을 구분하는 ‘종 경계(species boundaries)’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은 초기 현생 인류에 비해 잔인하고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지적 열등으로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되었다는 것이 그동안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적 증거들은 이러한 고정관념과는 다른 점을 시사한다. [사진=NPR]
전통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은 초기 현생 인류에 비해 잔인하고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지적 열등으로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되었다는 것이 그동안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적 증거들은 이러한 고정관념과는 다른 점을 시사한다. [사진=NPR]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인류학자들 간의 일반적인 합의는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약 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혈통이 갈라진 두 그룹은 호모 사피엔스가 약 5만 년 전 유럽에 도착했을 때만 짧은 기간 동안 교배를 비롯해 상호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이 논쟁의 전환점은 2008년 스웨덴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의 획기적인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멸종된 호미닌의 게놈과 인간 진화에 관한 연구에 따른 공로로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네안데르탈인 게놈의 서열을 분석하여 대부분의 현생 인류가 약 2%의 네안데르탈인 DNA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약 5만년 전 인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이종 교배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에 대해 영국의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LJMU) 진화인류학자 로라 벅(Laura Buck) 교수는 “그 시점에서는 확실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동의했다.

이 유전적 증거는 네안데르탈인과 인간의 종 분류에 대한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서로 다른 종이 번식력이 있는 자손을 낳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종에 대한 전통적인 생물학적 정의는 이제 다시 면밀한 조사 대상이다.

종에 대한 정의에 대해 벅 교수는 "일종의 명확한 정의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생물학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정의”라고 지적했다.

게놈에 의한 유전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벅 교수와 다른 전문가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뼈의 뚜렷한 물리적 특성은 현대 인류, 그리고 그들의 직계 조상과 구별된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유인원들의 코는 대부분 낮고 넓적하다. 그러나 인간의 오똑한 코는 유전학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의 DNA에서 유래한다. [사진=픽사베이]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유인원들의 코는 대부분 낮고 넓적하다. 그러나 인간의 오똑한 코는 유전학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의 DNA에서 유래한다. [사진=픽사베이] 

인간과 교배 통해 자손을 생산했다는 증거 많아

벅 교수는 또한 사람들이 오늘날 네안데르탈인의 외모를 접하게 된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내 생각엔 현대 사람들은 그들이 좀 이상해 보인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발조 박사도 이에 동의하면서 “해부학적으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반대로 구석기 시대 전문가인 영국 더럼 대학의 고고학자 폴 페티트(Paul Pettitt) 교수는 진화적 분기(evolutionary divergence)를 다른 종으로 분류하는데 기초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다른 종이라고 가정하기 위해 진화적 차이를 이용하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그는 꼬집었다. 다시 말해서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네안데르탈인의 뼈의 특징은 진화의 과정일 뿐으로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고고학적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영리하며, 단순하고 어리석고, 세련되지 못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페티트 교수도 처음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지적으로 영리했다는 주장에 회의적이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변화를 이러한 변화를 인정했다.

그는 “예를 들어 20년전까지만 해도 네안데르탈인의 행동은 상당히 어리석거나 적어도 지능이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반면에 호모 사피엔스는 유럽 전역에서 춤을 추면서 셰익스피어 문학을 인용하고 있었다고 간주되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정의한 種의 개념, 이제 수정해야

증거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숙련된 사냥꾼이었고, 초보적인 보석을 만들었다. 또한 복잡한 석기 산업을 운영했으며, 아마도 종교와 같은 영적인 수행에 종사했을 수도 있다.

영국의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LJMU) 진화인류학자 로라 벅 교수.

네안데르탈인 문화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증거와 인식은 인간 진화와 인간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네안데르탈인을 인간으로 간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과학적 분류를 넘어 문화적, 윤리적 고려 사항으로 확장된다.

‘우월: 인종 과학의 귀환(Superior: the Return of Race Science)”의 저자인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안젤라 사이니(Angela Saini)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학을 잘못 해석하는 것의 위험성, 특히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나타나는 네안데르탈인 DNA의 다양한 비율에 따른 잠재적인 차별에 대해 경고한다.

요약하자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와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점점 발전하면서 인류 역사에 대한 우리의 관점도 바뀌고 있다.

페보와 같은 학자들의 연구는 현대 인류의 보기 드문 본성을 강조하면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우리와 함께 살아남았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예측을 묘사했다.

“우리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인종차별보다 더욱 더 가혹한 인종차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떤 면에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류의 종은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어쨌든 과거 우리가 생각했던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계속해서 도전을 받고 있다. 어쩌면 네안데르탈인은 체격 구조만 다를 뿐, 인간의 또 다른 조상이라는 주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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