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79)

기후변화에 살판 난 유일한 곤충 모기
진화적으로 열 내성 강해, 온난화 폭염 속에서도 크게 번성해
계속 번성해 "미래의 지구촌의 지배자"가 될 가능성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계속되는 기후 위기 속에서 대부부분의 생명체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쾌재를 부르는 승자는 거의 없다.

해충이든, 우리에게 수많은 이득을 선사하는 좋은 곤충 꿀벌이든 간에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대부분의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적어도 여기에 예외적인 생명체가 있다고 확신한다. 바로 모기이다. 모기는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를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계속 번성해 미래의 “지구촌의 지배자”가 될 가능성도

최근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역 내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북미 일대에서 늘어나는 모기와 그에 따른 질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7월 모기에 의한 지역 내 말라리아 감염 발생 소식을 발표한 뒤 모기에 대한 주목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말라리아도 북상하고 있다는 경고다.

그러면 모든 생물체가 온난화로 생존을 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서식지를 확대하면서 번성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기만의 독특한 진화 능력이다. 살충제 등 모기를 박멸하기 위한 인간의 수많은 화학물질 개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위력을 자랑하는 것은 바로 살충제 내성이라는 진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모기의 번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모기만이 갖고 있는 열 저항성의 내열성을 갖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학의 최근 연구는 모기 개체군 사이의 다양한 내열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 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발견이다. 모기 매개 질병의 위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온 상승에 반응하는 모기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살판 난 유일한 곤충 모기

전통적으로 모기 매개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은 모든 모기 개체군이 비슷한 내열성을 공유한다는 가정하에 운영되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연구는 일부 모기가 다른 모기보다 폭염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시사하면서 이러한 개념에 도전했다. 이러한 발견은 현재 모델이 따뜻한 기후에서 질병 확산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워싱턴 대학 산하 타이슨 연구 센터(Tyson Research Center)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 연구는 ‘호랑이모기(tiger mosquito)’로 불리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를 대상으로 모기의 임계 열 최대치(CTmax: critical thermal maximum), 즉 유기체가 견딜 수 있는 최고 온도에 중점을 두었다.

이 모기는 웨스트 나일, 치쿤구니야, 그리고 뎅기열과 같은 질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성체와 유충 모두 개체군에 걸쳐 상당한 차이를 발견했으며 이러한 차이는 성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부터 펜실베니아 주의 앨러게니 카운티에 이르는 미국 4개 기후대(climate zones)에 걸쳐 8개 집단의 모기를 분석했다.

통제된 실험실 조건에서 이러한 다양한 지역의 유충을 성체로 키움으로써 연구팀은 열 한계에 대한 모기의 내성을 철저하게 테스트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 연구에서는 성체 모기가 일반적으로 유충에 비해 열저항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서 육상 성충이 수생의 유충보다 높은 온도에도 거뜬히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색다른 발견이 있었다. 더 높은 강수량과 모기의 내열성 증가 사이의 상관 관계이다. 연구결과는 습도가 더 많은 기후에서 모기가 더 높은 온도를 더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호랑이모기'로 불리는 흰줄숲모기(사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모기는 어떤 다른 곤충보다 열 저항성인 내열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난화로 인한 폭염 속에서도 거뜬히 생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미국의 경우 말라리아 발생 가능 지역이 최근 계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호랑이모기'로 불리는 흰줄숲모기(사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모기는 어떤 다른 곤충보다 열 저항성인 내열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난화로 인한 폭염 속에서도 거뜬히 생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미국의 경우 말라리아 발생 가능 지역이 최근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연구팀은 아마도 습도가 증가하면 탈수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강수량이 증가하면 내열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연구는 빠르게 변화하는 지구 온난화에 모기는 잘 적응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모기 매개 질병 또한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 내성 강해, 온난화 폭염 속에서도 크게 번성해

모기들이 몇 세대 동안, 혹은 그 어느 때도 가보지 못한 지역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으며, 그들이 전염시키는 치명적인 질병은 계속 확산되면서 새로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상승하는 온도는 모기가 더 빨리 자라고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한다. 모기들은 많은 곳에서 혹독한 겨울 동안 살 수가 없었지만 이제 그들은 생존할 가능성이 더 크고 개체 수를 늘릴 시간이 더 많아졌다.

또한 따뜻한 기온은 모기 안에서 기생충이나 바이러스가 성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빠르게 한다. 모기도 그렇지만 바이러스 성장에도 안성맞춤이다.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 올리버 브래디(Oliver Brady) 교수는 "온도가 더 높아질수록 성장 과정은 더 짧아진다. 따라서 이 모기들은 더 오래 살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더 빨리 감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온난화로 지구상의 대부분의 생명체가 스트레스를 받고 허덕이면서도 유독 모기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아마 온난화로 종말이 오더라도 살아남아 지구촌을 좌지우지할 생명체는 모기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의 추세는 모기의 지배’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미래의 지구촌의 지배자”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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