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72)

후각이 쉬이 피로 해진다는 “냄새 피로” 이론은 정확하지 않아
새로운 냄새, 언제든지 예민하게 작동…파킨슨병, 당뇨 초기 냄새로 알아
수렵 채취인에서 진화한 인간, 향수 냄새는 다른 동물보다 더 잘 맡아
자신의 유전자와 거리가 먼 짝을 찾는 데에도 체취가 작용해
코로나19 감염 후 후각 상실은 여전히 미스터리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오랫동안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냄새를 잘 맡을 수 없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땀 냄새나 입 냄새가 나는 것을 쉽게 알지만, 정작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를 측정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왜 우리는 똑같은 감도로 자신의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걸까?

우리의 후각은 종종 개, 생쥐, 돼지와 같은 냄새를 아주 잘 맡는 종에 비해 능력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괄시를 받기도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피곤해서 자신의 냄새를 잘 맡을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의 냄새는 잘 맡을 수 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새로운 냄새가 나타날 때는 예민하게 작동한다. 채취와 수렵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인간은 식ㅁ불 방향족 물질, 다시 말해서 향수에 대해서는 어떤 다른 동물보다 후각이 발달돼 있다. [사진=픽사베이]
우리가 오랫동안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피곤해서 자신의 냄새를 잘 맡을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의 냄새는 잘 맡을 수 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새로운 냄새가 나타날 때는 예민하게 작동한다. 채취와 수렵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인간은 식물 방향족 물질, 다시 말해서 향수에 대해서는 어떤 다른 동물보다 후각이 발달돼 있다. [사진=픽사베이]

후각이 쉬이 피로 해진다는 “냄새 피로” 이론은 정확하지 않아

그러나 인간의 후각 능력은 절대 이들 동물 종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는 이런 경쟁자들보다 더 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인간의 코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의 코에는 10가지 종류의 냄새와 1조 개 이상의 냄새를 분간할 수 있는 약 400가지의 후각 수용체가 있다. 후각은 인간이 진화한 최초의 감각 기관 중 하나로 간주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수렵 채집인으로서 진화한 역사 덕분에 식물 방향족 화합물을 개보다 더 잘 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여러가지 향수 냄새들은 잘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듀크 대학의 분자신경생물학자 히로아키 마츠나미(Hiroaki Matsunami)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실제로 우리 자신의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특정 냄새에 둔감 해진다고 말했다.

마츠나미 교수는 일례로 겨드랑이 냄새를 들었다. 그는 “처음 맡으면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 냄새가 안 난다. 그리고 향수나 집 내부의 페인트 냄새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냄새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은 후각이 쉽게 피로해지는 ‘냄새 피로(odor fatigue)’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후각 수용체의 변화, 또는 뇌가 냄새에 반응하는 방식의 변화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후각은 냄새를 덜 맡는 영역을 통해 다시 재설정될 수 있다. 팔꿈치나 팔뚝과 같은 땀샘에서 가능하다.

새로운 냄새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예민하게 작동… 파킨슨병, 당뇨 등 냄새로 알아

브라운 대학 의과대학의 신경과학자 라첼 헤르츠(Rachel Herz) 교수에 특정 상황에서는 자신의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도 향상된다.

베스트셀러 “욕망의 향내: 불가사의한 인간 후각의 발견(The Scent of Desire: Discovering Our Enigmatic Sense of Smell의 저자인 헤르츠 교수는 “우리는 독특한 체취를 갖고 있어서 그 냄새의 변화에 정말 잘 적응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마늘 향이 나는 음식을 먹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땀과 타액에서 그 냄새가 날 가능성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냄새와 12가지 이상의 질병 사이의 연관성도 발견되었다.

후각은 자신에게 맞는 짝을 고르는데 기민한 능력을 발휘한다.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냄새를 통해 분간해 멀리한다. 근친상간으로 생산된 후손이 면역력 결핍 등 생존경쟁에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진=iStock free photo]   
후각은 자신에게 맞는 짝을 고르는데 기민한 능력을 발휘한다.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냄새를 통해 분간해 멀리한다. 근친상간으로 생산된 후손이 면역력 결핍 등 생존경쟁에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진=iStock free photo]   

썩은 과일 냄새가 나는 호흡 냄새는 치료되지 않은 당뇨병을 나타낼 수 있으며, 장티푸스는 땀에서 갓 구운 빵 냄새를 풍긴다.

재미 있는 일화도 있다. 파킨슨병이 진단되기 전에 남편의 냄새가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주장한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남편의 파킨슨병 초기에 "나무 냄새, 사향 냄새"를 풍겼다고 한다. 그녀는 나중에 6명의 파킨슨병 환자와 6명의 대조군의 셔츠 냄새를 맡은 후 거의 완벽한 정확도로 질병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현재 피지(皮脂, sebum)라고 불리는 피부 오일의 변화를 파킨슨병 증상이 시작되기 전의 한 조짐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수렵 채취인에서 진화한 인간, 향수 냄새는 다른 동물보다 더 잘 맡아

건강을 진단하는 것 외에도 우리의 냄새는 사회적 관계, 또는 자기에게 맞는 이성의 짝을 찾는 것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1995년 “인간의 MHC 의존에 의한 짝 선호(MHC-dependent mate preference in humans)”라는 제목으로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린 유명한 논문이 바로 이러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연구팀은 여성들에게 몇일 동안 빨지 않아 땀을 비롯해 체취가 묻은 각각 다른 남성의 티셔츠 냄새를 맡아 보도록 했다. 여성들은 각각 서로 다른 강한 선호도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면역 체계가 외부 침입자를 식별하는 데 사용하는 펩타이드를 암호화하는 주요 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는 유전자 세트와 연결했다.

실험 결과 여성들은 자신과 다른 MHC 유전자를 가진 남성의 체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마츠나미 교수는 MHC 유전자의 다른 조합을 가진 사람의 자녀를 갖는 것이 후손들에게 많은 질병에 대해 더 많은 면역력을 부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브라운대학 의과대학의 신경학자 라첼 헤르츠 교수의 베스트셀러 “욕망의 향내: 불가사의한 인간 후각의 발견" 책 표지 

짝을 고를 때, 냄새 통해 불리한 근친 유전자를 찾아내기도

이는 체취를 통해 선천적으로 근친상간(近親相姦)을 피하려는 유전자의 작용 때문이라는 것이다. 근친 결혼은 유전자 풀(gene pool)이 작기 때문에 면역력이 부족하고, 특히 유전적 질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유전적으로는 서로 다른 성적 파트너를 추구하지만, 우리는 냄새를 이용해 친구의 유사성을 판단하고, 비슷한 환경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과 같은 냄새가 나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마츠나미 교수는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ce Science)에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후각을 사용하고 있다. 원하는 역할에 대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주로 시각에 의존하는 동물이다. 때문에 냄새를 맡는 후각은 다른 감각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고 많은 측면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후각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질병에 감염된 후 후각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헤르츠 교수는 이 바이러스는 후각 수용체나 후각 뉴런을 파괴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냄새는 우리에게 실제로 정말 중요하고, 우리 삶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이 필요하고, 또한 후각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향수이든, 이성의 체취이든 간에 “개 코”로 후각을 비하할 것이 아니다. 인간의 탄생과 함께 오랫동안 계속 진화하고 발달한 감각기관이 바로 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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