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신재생 에너지 설비국가 영국, 신재생 에너지발 경제위기 심각
원자력발전 확대 프로젝트 선언
신규 원전설비 비용급증, 한국 원전설비 가격의 5배

영국 서퍽주에 건설 중인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의 원자로에 철제 돔이 올려지고 있다. [사진=EDF 에너지 제공/AFP 연합뉴스]
영국 서퍽주에 건설 중인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의 원자로에 철제 돔이 올려지고 있다. [사진=EDF 에너지 제공/AFP 연합뉴스]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약 일주일 전 영국정부는 올해부터 지난 1950년대 이후 최대의 원자력발전 확대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기사에서도 다루었듯이 다른 EU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급등하는 전력요금에 시달려왔다.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순간적이나마 국가전력수요를 100% 감당했던 기록을 보유한 영국이 이제는 신재생 에너지의 간헐성(intermittency)이 어떤 장기적 부작용을 가져왔는지 절감한 것 같다. 참고로 영국은 전체 발전용량의 50% 가까이를 신재생 에너지로 보유한 세계 1위의 신재생 에너지 설비국가이다.

반면 원전의 경우, 영국은 현재 6기의 구형 원전만을 가동 중이고 지난 30년간 전혀 신규원전을 짓지 않았다. 총용량은 대략 6GW 정도이고 총 국가전력수요의 10% 남짓을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 오래된 6기 중 5기는 2030년 이전 설계수명을 다하고 폐기될 예정이어서 영국은 2030년 이후에는 잠시나마 실질적 원전제로 국가가 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전개에 영국의 에너지 당국은 큰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 듯하다. 원전 같은 기저발전 공백으로 전력가격 변동성 추가급증 현상이 불 보듯 뻔하게 예측되고 국가 주요산업 와해, 실업률 급증, 서민 생활비용 폭등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브렉시트(Brexit)로 어려워진 경제에 신재생 에너지발 위기까지 더해지는 점을 걱정하는 것이다.

비슷한 시점에 영국정부는 또 한가지의 고해성사를 한 바 있다. 부랴부랴 원전공백을 막으려고 신규 건설중인 2031년 완공예정 힝클리포인트씨(Hinkley Point C) 원전 2기의 건설비용이 기존 예상했던 240억 파운드의 2배 가까운 460억 파운드가 될 것이라고 수정 발표한 것이다. 고작 원전 2기 가격이 한화로 78조원이나 되었다는 놀라운 액수다.

◇ 국가별 MW당 원전건설비용 (단위: Mil. Pound)

[그래픽= Britain Remade]
[그래픽= Britain Remade]

위의 그림은 최근 영국 언론들이 취재하여 제시한 자료인데, 세계최저 원전건설비용 국가로서 대한민국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우리나라 원전은 중국원전보다도 국제가격이 낮다고 조사되었으며 영국이 짓고 있는 원전가격과 비교하면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추정되었다. .

우선, 영국원전이 이렇게 비용이 높아진 이유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대부분의 기자재를 영국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영국은 나름대로 향후 원전을 반복 건설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높다는 문제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학습효과와 규모의 경제 논리를 내세우면서 원전기자재 산업을 부흥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30년간 와해되었던 원전산업을 재건하는 비용이 예상보다 너무 높다는 사실이 판명된 것이다.

다음으로 영국원전의 기본 노형을 같은 EU국가인 프랑스의 아레바(Areva) EPR-1600으로 정했는데, 이 원자로가 내구성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700개가 넘는 항목의 설계변경을 해야만 할 정도로 추가보완 사항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스스로도 이전 세대 원자로를 현재 60% 미만 가동율로 운영하고 있어서 EU 전체의 기저전력 수급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이전 기사에서 다룬 바 있다.

추가적 내용으로는, 최근 국제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애초 10년 정도로 예상했던 완공기간이 6년 더 추가되어서 금융비용이 급증했다고 한다. 원전 2기 완공에 16년이 걸린다는 것은 우리나라 업계의 경험으로 본다면 한심할 정도이다.

지난주 보도된 영국정부의 새로운 원전건설계획에 따르면 2050년까지 24GW의 신규원전을 완공할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원전 최신모델인 APR-1400 기준으로는 16기에 해당하는 양이다. 대규모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산업동력 전동화(Electrification)와 전기차(EV), 인공지능(AI) 등 미래 전력수요 증가요인을 감안할 때 이 용량은 여전히 영국 전체 전력수요의 10% 미만일 것으로 추정되고 역사적으로 최대 30%까지 도달했었던 과거 최대비중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인 것이다.

그 동안 대한민국 원전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본격적인 수주는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조차 우리나라 원전의 잠재적 판매여건은 매우 유리한 방향으로 성숙되어 가고 있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특히 며칠 전 영국의 ‘고해성사’는 전력문제가 급박한 EU각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 문제를 보도하는 영국 언론들의 태도를 예로 들자면, 자국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근거로서 대한민국의 성공사례 내지는 검증된 경쟁력 데이터를 비교대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원전산업과 전력인프라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전기차와 인공지능, 산업전동화라는 절대적 전력수요 확대요인과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들의 천문학적 원가 급등세, 신재생 에너지의 숨은 비용 등 상대적 요인들로 인해 결국은 큰 성장기회를 잡을 수밖에 없다고 확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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