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진짜 사나이' 방송 화면 캡쳐.
MBC '진짜 사나이' 방송 화면 캡쳐.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요즘 병영에는 실내 헬스장도 있어 개인의 취향대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병영 내에서 개인이 체력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고작해야 아령이나 역기, 평행봉, 철봉 같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단체 운동을 하며 단합을 도모하고 체력을 단련하던 기회가 많았다.

군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축구였는데 방법도 여러 가지였다.

정상적으로 11명이 맞붙기도 하지만 축구공 2~3개를 가지고 30여명이 집단으로 볼을 차며 득점한 수를 가지고 승패를 가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경우는 인원을 제한하지 않고 동일한 제대를 기준으로 게임을 했기 때문에 만약 소대 대항이라고 하면 현재원이 30명이든 33명이든 그 소대 소속이면 모두가 선수가 되어 볼을 차게 된다.

계급이 낮아도 볼을 잘 차면 동료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열외 했다가 소속된 소대가 패하게 되면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를 감수해야하기에 가급적 이 경기에는 모두가 동참하게 된다.

인원수가 비슷하지 않은 각 참모부끼리 맞붙게 되더라도 모두가 힘을 합쳐 올-인해야 이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원만 사무실에 남겨두고 몽땅 연병장에 나와서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생각 깊은(?) 지휘관이 체력단련 할 시간도 없이 바쁜 참모부 장병들을 위해 배려해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나 이 축구경기는 여름철 비 내리는 날에 많이 하는데 비가 내려 실내 활동을 해야 할 때는 대개가 병영에는 가라앉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생활관 내에서 선임병이 하급자를 괴롭히는 일도 많이 생겼다.

이런 날 모두 모이게 하여 연병장에서 집단 축구를 하면 금방 분위기가 전환된다.

더군다나 비가 내려 온 몸이 미끄럽기 때문에 부딪혀서 서로 다치는 경우도 크게 줄어든다.

여자 친구를 앉혀 두고 남자 친구들끼리 앉아서 군대 이야기 하는 것이 지겹고 그보다 더 지겨운 것은 군대 가서 축구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우리 장병들에게 축구는 이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야기 소재가 된다.

오죽했으면 군에서 하는 축구 경기를 군대스리가라고 불렀겠는가.

이렇듯 군대 축구는 하는 방법도 숨어있는 사연도 다양했던 것이다.

겨울철 운동으로 가장 좋은 것은 스케이팅이었다.

주둔지 근처에 하천이 있는 부대는 거의 대부분 매년 시월쯤 되면 하천을 막아서 부대별로 두 세 개의 아이스 링크를 만들었다.

총 길이 400m씩 되는 제법 큰 링크를 만들고 동대문에 밀집한 운동기구점에서 중고 스케이트를 대량으로 구입하였다.

그리고 지상훈련을 열심히 하다가 얼음이 꽝꽝 얼면 전 부대원이 매일 규정된 체력단련을 이곳에서 하였다.

대대를 기준하여 4개 중대가 아침 여덟시부터 두 시간씩 준비된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체력단련을 하였다.

스케이팅은 하체 단련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허리를 숙이고 낮은 자세로 발을 쭉쭉 벗으면서 미끄러운 얼음을 밀며 나아가야하기 때문에 대단히 체력 소진이 빨리되고 그런 만큼 체력단련 효과도 높았다.

그리고 매년 2월이 되면 하이라이트인 사단장배 연대 대항 스케이트 대회가 개최된다.

군대 체육대회는 어떤 종목이든 마찬가지지만 결전을 치르듯이 실시하기 때문에 승리를 하게 되면 장병들의 단결과 사기 앙양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스케이트 대회 우승은 단시간 내에 완성 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준비하고 잘 단련한 부대가 승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매번 결과를 보면 전년도에 우승한 부대가 또다시 우승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가르치는 것이 다르고 배우는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통을 깨뜨리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이 동계 빙상 대회가 끝나면 어느덧 링크 한쪽이 녹기 시작하고 먼 산에는 봄을 알리는 맑은 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오래지않아 목련이 피고 부대 울타리 개나리가 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우리 국군의 새 봄은 시작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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